▲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상담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사회가 바뀌면서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고, 심리 상담이나 정신 건강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상담받는 사람은 한 명이지만, 그 한 명 한 명을 수없이 만나는 상담사의 상담 노동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사진은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 학교라는 곳의 특성상 담임 선생님이나 학부모와의 연계, 공문처리 같은 부차적인 행정 업무도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업무량은 어느 정도인지요?
"보통 순회 상담도 하고, 또래 관계가 중요하다 보니 (학생들이) 상담사인 저에게 오기 전에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해요. '또래 상담자'라고 해서, 또래를 상담해줄 수 있는 학생들을 모집해서 동아리를 운영하기도 하고요. Wee클래스 홍보, 행사, 캠페인도 하고요. 홍천의 유관기관(청소년 상담복지센터, 청소년 수련관, 정신보건센터, Wee센터 등)과 프로그램을 공동 진행하기도 하죠.
행사를 열면 눈에 보이는데, 상담은 눈에 보이지 않아요. 상담이 한 번에 끝날 때도 있지만 여러 번 하기도 하고요. 학생이 변화할 수 있게끔 도와야 하니까 학생을 만나기 전에 준비를 해야 해요. 상담이론과 기법을 다시 점검해야 해서, 늘 공부하고 연구해야죠.
상담을 진행했다고 끝이 아니에요. 상담 회기록을 작성해야 해요. 녹취했다면 상담이 끝난 뒤 상담 기록을 모두 정리해야 하고요. 축어록(기자 주 :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오간 상담 내용의 음성녹음이나 비디오 녹화를 문자화한 것)을 만드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죠. 심리 검사를 했다면 결과를 정리해서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고요. 이렇게 내담자를 한 번 만나면 부차적인 업무에 여러 시간이 소요돼요. 그런데 연말에 상담 결과를 보고할 때는 몇 번 상담했는지 숫자로만 기록돼요. 제가 (상담 전에) 두 시간 가까이 준비하고, (상담 끝나고) 회기록 남긴 것은 없어지고, 학생을 만난 그 시간만 기록에 올라가죠. 억울하죠, 상담 실적이 숫자로만 표현되고 그 과정이 무시되니까요(웃음).
Wee센터라는 기관에서도 근무했는데요. 거기 근무하는 동안은 일주일에 3, 4일은 야근했어요. 학교에 순회 나가서 상담하고, 센터에 찾아오는 내담자와도 상담하고, 센터에서 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했으니까요. 그렇다고 학교가 야근이 없는 건 아니고요. 특히 학부모와의 상담은 어쩔 수 없이 야근이 되죠. 대부분 직장에 다니셔서 퇴근 후에 만나야 하니까요."
- 상담실에서 학생과 단둘이 있게 되는 경우가 있을 텐데요. 혹시 위험했던 경험은 없었는지요?
"(조금) 무서웠다고 할까요. 중학교 3학년 남학생 정도면 성인과 비슷하고, 저보다 훨씬 큰 남학생들도 많아요. 어떤 학생이 친구랑 싸웠나 봐요. 흥분된 상태로 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흥분 상태로 언성을 높여서 이야기하니까 내심 무섭죠. 그래도 상담사로서 아이의 마음을 읽어줘야 하니 겉으로는 아이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리드했죠.
들었던 사례는 자살 징후가 있는 학생이 날카로운 도구를 갖고 있었는데, 그걸 꺼내서 휘두르는데 상담사가 아이를 막다 보니까 날을 손으로 잡은 거예요. 상해를 입었죠. 그분은 트라우마가 엄청나게 컸어요.
상담실은 방음장치를 하고, 방음벽으로 만들어져요. 바깥에서 들리지 않고 비밀을 보장하게 끔요. 이 안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기도 하죠. 그래서 안전벨을 설치하는 게 의무예요."
- 상담사로서 가장 뿌듯했을 때는 언제인가요?
"이번에 (학생에게서) 받은 엽서가 하나 있는데요. 상담받은 친구가 감정이 다시 차분해졌다고 해요. 상담으로 도움받았다고 느끼는 이때는 뿌듯하죠. 친구랑 싸워서 그 친구가 너무 보기 싫다고 하는데, 그 감정은 내가 갖는 거잖아요. '본인 스스로 감정을 담고 살면서 힘들어하는 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굳이 그 친구 때문에, 그 친구가 원인인데 왜 본인이 고민하고 가슴앓이를 하느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줬죠."
-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혹은 바라는 점을 말해주셔도 좋습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어요. 상담도 마찬가지예요. 상담사의 역량에 따라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상담 서비스의 질이 달라져요. 한 사람이 채용되면, 그 사용자는 기본적으로 임금과 복리후생, 업무를 할 수 있게 직무연수는 필수적으로 체계를 갖춰서 제공해줘야 해요. 자기 연수, 자기 학습, 슈퍼비전 같은 부분이 미약합니다.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교육청에서 제공하지 않으면 내 돈 들여서 연수받으러 다닐 수밖에 없어요. 올해는 교육청에서 직무연수를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어요. 노조 담당자와 같이 교육청 면담도 했는데, 이런 연수가 안정적으로 진행되지 않아요. 만족스러울 정도로 직무연수를 시켜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정기적인 연수가 있어야죠. 연수를 해도 선착순으로 해서 전체를 수용하지 못하기도 하고요. 특히 코로나19 이후로는 연수가 없어져 버렸죠."
-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볼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학교 안에는 학생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교원도, 공무원도 아닌)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있음을 살펴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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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하는 상담사, 어디에서 상담받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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