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서윤씨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홍서윤
- 젠더 문제가 민주당에서 이렇게까지 거부감이 들 주제인가.
"사실은 이런 문제가 정당을 떠나서 국회 안에서 비일비재하다고 알고 있다. 국민의힘은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인 거고 정의당은 지도부에 여성들도 있고 워낙 강하게 드라이브 거는 측면이 있으니 노출해서라도 해결을 위한 접점을 찾는 구조인 거다. 민주당에서는 원래 쉬쉬하려고 했는데 안희정, 박원순 건을 통해 그게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그 뒤로 최대한 숨기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모 의원들처럼 아예 여성 보좌진은 들이지 않겠다 하는 일도 있는 것 같다. 크게 공감하고 같이 행동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매우 소수이니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까 남성 정치인들끼리의 네트워크가 더 공고화되는 측면도 있다. 젠더 관점에서 무엇을 해보려거나, 성평등 이슈를 꺼내는 여성은 등용되더라도 주류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대선 때 여성본부가 없었던 것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명예 남성화된 여성 혹은 가부장제 사회가 부여한 여성성을 충실히 수행하는 여성에게 더 기회가 주어지는 분위기이다. 그러니 내부에서 성평등 관련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청년들 정치해야지. 애써야지, 이런 소리를 하셨던 분들이 청년이 지도부가 되고 이런 시스템을 안착시키니까 되게 적나라한 반응을 보였다. "
- 제8회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전략선거구제를 했다.
"기존 체제에서는 당헌·당규에 청년할당량 30%가 명시되어 있으니 그걸 채우기 위해서 선언적으로 청년들을 공천하겠다고 했다. 그동안은 그걸 못 채우면 못 채우는가 보다만 하고 끝이었다. 이번에는 지방선거에서 청년전략선거구제를 했다. 기존의 경선 구조가 청년들이 경쟁하기 어렵다. 그래서 청년전략선거구제는 쉽게 말하면 청년들에게 경쟁하기 조금 쉬운 구조를 만들어준 거다. 그랬더니 청년전략선거구로 지정된 곳마다 감히 너희들이 우리의 권한을 뺏어가? 이런 인식이 너무 팽배했다. 뚜껑을 열어보면 그렇게 엄청나게 기회를 준 것도 아니었다. 청년이 도전하면 무조건 경선하게끔 해놓은 시스템이었다. 또 경선 투표하는 과정에서 선거인단의 50%를 청년에게 주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했냐면 그동안 청년은 경선의 기회도 없이 탈락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지방선거 끝나고 청년들 통해 들으니 여러 사례가 있더라. 그동안 청년들 정치해야지, 애써야지, 이런 소리를 하셨던 분들이 청년이 지도부가 되고 이런 시스템을 안착시키니까 되게 적나라한 반응을 보였다. 이걸 보면서 기존 청년들의 정치 도전이 어떤 시스템이나 전체 체계 변화를 가져온 게 아니라 수단화되었다고 생각했다. 그게 여성한테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전남에 여성 공천을 안 하고 국힘은 영남에 여성 공천을 잘 안 한다. 할당으로 30%를 채우라 하니 할당량을 채우기는 하지만, 다른 당과 경쟁을 해야 하는 지역이거나 민주당이 우세하는 지역엔 잘 안 채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겠나."
- 더불어민주당 내 여성청년 당원들은 어디서, 어떻게 모이고 있나.
"여성청년들은 그저 버티고 있다. 제가 여성위 활동도 해보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던 이유는 여성위는 연령대가 높고 여성청년들이 진입할 수 있는 장벽도 높다. 연륜이 있고 경륜이 있는 분들을 존중하는 건 중요한데, 그렇다면 젊은 세대가 등장했을 때 이 사람들도 모여있을 공간이 열려야 한다. 2030 젊은 여성 당원들은 여성위 활동하기도 쉽지 않고 청년위를 가면 남성 카르텔 속에서 활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위 활동은 더 힘들다. 지역위원회 내에 2030 여성은 한명 두명인데 가면 '꽃' 역할 기대하거나 '기쁨조' 역할을 기대하는 어르신들도 있고 한다. '네가 여자니까 이런 건 네가 가서 해봐'라고 말하는 분들이 여전히 있다. 그런데 '싫어요'라고 하면 '쟤는 저래서 무슨 지역위 활동을 하겠다 그러냐'며 비난을 한다. 제가 들은 것만 해도 많다. 그러니 여성 청년들이 지역위 활동을 중도에 그만두거나 아예 활동을 안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청년 여성이 자기 목소릴 내거나 고민을 토로하거나 동료와 의견 나눌 수 있는 장이 매우 부족하다. 2030 여성 정치인, 여성 청년 당원이 활성화될 수 있는 구조가 절실하다."
"2030 여성 정치인이 계속 정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
- 박지현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함께 했다. 박지현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개인적으로 저는 2030 여성 정치인이 계속 정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제가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비대위원장이든 당대표든 여러 사람이 팀워크를 이루는 상황 속에서 여성 청년 정치인도 잘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탄핵 이후 국민의 기대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적절한 역할을 했다면 지지율이 40%는 가야 하는데,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건 심각한 일이고 체질 개선이 필요한 일이라고 보았다. 근데 그걸 두려워하니 고여가는 거다. 고여가는 물은 휘저어야지 순환을 하고, 물을 흘려서 또 다른 물이 흘러 들어와야 정화가 된다. 그 과정이 누구 한 명으로 되는 일도 아니고 서로가 협업해야 하는 건데, 그 심각성을 모두가 같게 느끼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는 최소한 고여가는 시점에 우리가 고여가고 있다고 크게 소리쳤던 사람 중 한 명이 박지현이라고 생각한다.
N번방은 엄청난 사회적 문제였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움직였던 사람이다. 과거로 치면 학생운동, 노동 운동한 사람 못지않게 사회적 영향력을 미쳤다고 본다. 수백 수천 명의 어린 청소년을 구한 일이다. 근데 그것을 너무 가볍고 쉽게 본다. 그 사람이 20대, 여성,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동의가 되는 메시지에도 단서 조건이 달린다. '근데 쟤는 입당한 지 얼마 안 됐잖아', '쟤가 정치에 대해 뭘 알겠어'라고 한다.
20대 여성 정치인이, 짧은 비대위원장 임기가 끝나고도 존재감을 이만큼 유지한다는 건 의미가 크다고 봐야 한다. 물론 박지현이라는 사람이 본인의 스피커 파워를 키우고, 정치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본인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소리 출력을 높인 거다. 근데 이걸 계속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혼자서는 어렵다. 당사자의 고민도 필요하지만, 저는 여성 정치, 2030 여성청년 정치인들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