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연합 집권 확실시' 이스라엘, 그 예측 가능한 결말

[주장] 이스라엘서 극우정당의 약진은 좋은 신호라고 보기는 어려워

등록 2022.11.04 09:13수정 2022.11.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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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총선이 치러졌다. 개표율 90%를 넘어선 현재,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의 승리가 점쳐진다.

이스라엘은 2019년 4월부터 이달 초까지 3년 6개월여의 기간 동안 5차례의 총선을 치렀다. 2019년 4월 이스라엘 정부는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의 부패 의혹과 유대교 원리주의자 집단인 '하레디'에 대한 예산 지원 문제를 두고 갈등하다 결국 조기 총선을 치렀다. 이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 정치 혼란의 시작이었다.

이스라엘의 국회인 '크네세트'는 총 120석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스라엘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로, 의회의 다수를 차지한 세력이 총리를 선출한다. 의원 전원을 비례대표제로 선출하는 이스라엘 선거제도의 특성상 크네세트에는 국민의 투표와 거의 일치하는 비율로 다양한 정당이 진입할 수 있다. 이렇게 구성된 의회에서 각 정당 사이의 이합집산을 통해 과반인 61석의 지지를 얻는 사람이 총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2019년 4월에 치러진 선거에서는 현직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리쿠드'가 35석을 얻는 데 그쳤다. 베니 간츠가 이끄는 중도 정당인 '청백당'이 같은 35석을 얻으며 강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리쿠드도 청백당도 결국 61석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정부가 구성되지 못한 채로 의회는 해산을 결의했고, 9월 재선거에 나서게 됐다.

9월 선거 역시 유사한 결과를 냈다. 청백당은 33석을 차지했다. 의석수는 2석이 감소했으나 리쿠드는 3석이 감소한 32석을 차지했고, 청백당이 1당의 자리에 올랐다. 1당과 2당의 자리는 바뀌었지만 구도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진영이 팽팽하게 갈린 상황에서 청백당에도 리쿠드에도 합류하지 않은 세력들이 있었다. 정부 구성을 위해 시간을 끌었으나, 결국 양측 모두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결국 2020년 3월 다시 한 번의 선거가 치러졌다. 이번에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리쿠드가 36석, 청백당이 33석을 차지하며 역시 유사한 구성의 의회가 출범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세 번째 선거를 치르는 유례 없는 정치위기 속에서 피로감이 더해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리쿠드도 청백당도 아닌 대안세력이 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청백당 역시 전통적인 좌파 세력인 노동당의 몰락과 함께 성장한 신진 세력에 가까웠다.

특히 전 세계를 흔들었던 코로나19 위기는 정치권의 혼란을 어떻게든 해소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했다. 리쿠드와 청백당이 손을 잡았고, 여기에 다른 정당까지 합류해 모두 8개 정당이 함께 정부를 수립하는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되었다.


험난했던 정치 위기만큼 새로 구성된 정부의 형태도 독특했다. 리쿠드와 청백당은 '교대 정부(Rotation Government)'라는 독특한 형태의 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리쿠드의 베냐민 네타냐후가 총리직을 맡는 대신, 청백당의 베니 간츠는 '대체 총리(Alternate PM)'를 맡는다. 네타냐후는 18개월 동안 집권한 뒤 '대체 총리'에게 정권을 물려주어야 한다.

이스라엘은 이미 80년대 보수정당인 '헤루트'와 진보정당인 노동당이 연정을 꾸리며 이러한 '대체 총리제'를 활용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이것이 양당 사이 합의에 불과했으나, 이번에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정부 기본법을 바꾸고 대체 총리제 자체를 법제화한 것이었다. 이렇게 승계하는 대체 총리는 법적으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한 것이 아니라, 같은 정부에서 총리만 변경된 것으로 취급하는 독특한 제도다.


그러나 18개월 뒤 '대체 총리'인 베니 간츠가 정권을 승계하는 일은 없었다. 서로 다른 이념의 여러 정당이 모여 꾸린 정부는 사안마다 충돌을 계속했다. '총리' 네타냐후와 '대체 총리' 간츠는 노골적으로 의견 대립을 보였다. 네타냐후가 현직 총리로는 최초로 부패 혐의로 기소되는 사건도 있었다. 결국 정부가 수립되고 7개월만인 2020년 12월, 기한 내에 예산안을 합의하지 못한 의회는 자동으로 해산되었다.

2021년 3월에 다시 치러진 선거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리쿠드는 36석의 의석을 유지했지만, 청백당과의 연합에서 갈라져 나온 정당 '예쉬 아티드'가 17석을 차지하며 2당의 자리에 올라섰다. 예쉬 아티드와 이를 이끄는 야이르 라피드는 '반 네타냐후'를 기치로 여러 정당의 지지세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을 집권한 네타냐후 정부에 대한 피로감과 반감이 극에 달해 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극우 성향의 정당인 '야미나'부터 좌파 정당 '메레츠'까지, 심지어 이스라엘 역사상 최초로 아랍계 정당인 '라암'까지 집권여당에 합류하는 일이 벌어졌다. 13개 원내정당 중 이번에도 8개 정당이 참여하는 '무지개 연정'이 꾸려진 것이다.

총리는 야미나의 나팔리 베네트가 맡았고, 이번에도 '대체 총리제'를 활용해 예쉬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가 대체 총리를 맡았다. 하지만 이렇게 반 네타냐후를 기치로 모인 정당의 의원수는 정확히 61석이었다. 여당에서 의원 한 명이라도 반대표를 던지면 의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처음부터 그 결말은 예측 가능했던 셈이다.

실제로 이 연립정부는 의회에서 주요 표결마다 이탈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정부를 꾸리는 데까지는 합의했지만, 아랍계 정당과 극우 정당, 좌파 시오니스트 정당까지 다양한 이념이 모인 이 정부가 쉽게 자리를 잡을 수는 없었다. 특히 극우정당 야미나는 총리를 배출했지만, 우파인 네타냐후의 집권 연장을 막아세운 것이 '배신'으로 비춰지며 지지층의 반발에 시달렸다.

결국 여당 내 일부 의원들이 정부 지지를 철회하며 '무지개 연정'은 의회 과반을 장악하지 못한 소수정부로 전락했다. 특히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을 분리하도록 한 '정착민법' 연장 문제가 불씨가 되며 1년여 만에 연정은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원래 2023년 9월부터 총리직을 맡기로 한 '대체 총리', 야이르 라피드가 올해 7월 1일부로 총리직에 올라 선거국면을 관리하기로 합의했다. 결국 '대체 총리'로의 교체는 이루어졌지만, 이번에도 정상적인 절차는 아니었던 셈이다.

이렇게 3년 6개월여 사이 다섯 번째 총선이 치러지게 됐다. 지난 1일 치러진 선거의 개표가 90% 이상 진행된 현재, 네타냐후의 리쿠드를 포함한 친 네타냐후 세력이 65석을 확보하며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라면 네타냐후는 1년 6개월만에 다시 총리직에 복귀한다.

네타냐후는 총리 임기 동안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되풀이하며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대한 불법적 점령과 정착촌 확대 등 자국우월주의적 정책을 유지한 인물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팔레스타인 문제 등에 대해 극단주의적 입장을 취하는 정당의 의석수가 크게 늘어났다. 극우정당인 '독실한 시오니즘당'이 14석, 유대교 원리주의를 추구하는 '샤스'가 12석, 유대교 보수주의를 추구하는 '토라유대연합'이 8석을 차지했다.

'독실한 시오니즘당'의 대표인 브살렐 스모트리히는 유대교 종교법에 입각한 정치개혁을 추구하며, 팔레스타인과의 공존과 성소수자의 권리 등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한 정치인이다. 이외에도 유대교 극단주의자를 변호하던 이타마르 벤 그비르를 비롯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거나, 팔레스타인에 대응하기 위한 무장 민병대 창설을 주장하는 등 극단주의적 후보들이 상당수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이스라엘은 극우파가 포함된 네타냐후 정권의 복귀를 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네타냐후 정권과 '무지개 연정'이 그랬듯, 65석으로 출범한 이 정권이 이 혼란을 적절히 수습할 수 있을지, 얼마나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국가폭력과 이민족에 대한 차별이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정치에 극우정당의 약진은 좋은 신호라고 보기는 어렵다. 갈등과 폭력으로 점철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 혐오와 극단의 언어가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들지 않는다. 결국 그렇다면 지난 네 번의 선거가 그랬듯, 이 다섯 번째 선거의 결말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개인 블로그,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억, 채널 비더슈탄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이스라엘 #총선 #네타냐후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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