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이태원동 구조 관련 녹취 일부DMAT(재난의료지원팀)은 윤 대통령의 지시가 언론을 통해 배포되기 전 이미 현장에 도착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소방청 보고서에 따르면, 소방청은 밤 10시 43분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하며 용산구 보건소 및 서울대병원 재난의료지원팀에 신속대응을 요청했고, 서울대병원 재난의료지원팀은 밤 11시 20분에 도착했다. 도착 전 밤 11시 15분에 대응2단계 발령에 따른 재난의료지원팀을 추가 요청했다.
참사 다음 날인 0시 11분, 이미 참사 현장에 5개 병원의 재난의료지원팀이 도착했다는 내용을 구조 관련 녹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통령 지시 이전에 이미 참사 현장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밤 11시 5분 지휘를 선언한다. 최 서장이 직접 요청한 추가 경찰력이 7번이다. 11시 23분께에는 서울경찰청에 연락해 특수기동대가 빨리 도착하게 하라고 지시한다. 경찰력에 요청한 건 인원 및 교통 통제였다. 구조 관련 녹취에도 교통 정체 때문에 구조대가 도보로 참사 현장으로 이동하고, 구급차 병원 이동도 쉽지 않았던 상황이 드러난다.
대통령이 30일 0시 41분 긴급상황 점검회의에서 "앰뷸런스 이동로를 확보하고 이를 위한 교통 통제 등 필요한 조치를 바로 이행하라" 지시하기 전, 11시 40분께 특수기동대가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시 역시 '뒷북'이었던 셈이다. 대통령실에서 뒷북 지시를 하는 동안 현장에 있던 구조대, 의료진, 경찰 그리고 시민까지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고 고군분투 중이었다.
떳떳하다면 국정조사 받아야
대통령의 지시가 참사 현장에 제대로 닿은 게 맞을까. 실제로 어떤 과정으로 전달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도 없을 뿐 아니라, 이미 현장에서 시행 중이라 시효가 다한 지시였다. 행안부장관(11시 19분)은 대통령(11시 1분)보다 늦게 보고를 받았다. 그가 어떤 것들을 지시했는지 상세하게 밝혀진 것도 없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렸어야 했는데'라는 죄책감은 처절한 참사 현장에 있었던 구조대, 의료진, 일선 경찰, 그리고 시민들의 몫이 되었다. 왜 이런 죄책감이 '제발 살려주세요'라는 처절한 외침을 듣고 구조 현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애쓴 사람들의 몫으로만 남아야 하는가.
지난 10월 29일 벌어진 일은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즐기고 싶다는 평범한 시민 353명이 죽거나 다친 참사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는 참사였다. 사람이 많이 모일 것을 알면서도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은 행정의 책임 방기를 물어야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다.
최초 압사 위험 신고가 들어온 10월 29일 저녁 6시 34분 이후부터 소방 대응 1단계가 해제될 때까지 이 재난과 연관 있는 모든 기관이 어떤 조치를 했는지 밝혀야 진정한 의미의 진상 규명이다. 또, 총체적인 참사 원인을 밝힐 조사 기구가 생길 때까지 참사의 수습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분명하게 짚어야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까지 수립할 수 있다.
그런데 특수본의 수사가 겨누고 있는 시간 기준은 10월 29일 저녁 6시 34분이다. 그 시간 이전의 수사 대상은 해밀턴 호텔이 유일하다. 왜 참사를 막지 못했는지, 참사 대응은 적절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에 부족하다. 경찰의 수사는 참사에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일부를 찾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용산소방서장의 대처가 적절하지 않아 입건했다면, 하나마나한 지시를 한 대통령이나 어떤 지시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길이 없고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은 행안부장관에 대해선 왜 수사하지 않는가.
용산소방서장 입건은 참사의 원인을 찾겠다며 그 첫 단추를 '수사'로 방향을 잡은 정부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꼬리 자르기식으로 유야무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싶지 않다면, 정부여당은 국정조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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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의 새 이름, 새진보연합 대변인입니다. 2022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였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존엄한 삶을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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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떨던 용산소방서장 입건? 행안부장관부터 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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