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과 어린 조카까지 모두의 입맛을 사로 잡은 찹쌀수제비. 들깨가루를 바로 넣지 않고 국물만 쓰고 걸러낸 듯 뽀얀 국물이 인상적이었다.
김지영
얼마 전에 타지에서 온 식구들을 모시고 식사를 할 일이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식사를 해야 해서 근처의 산자락에 있는 편안한 식당으로 모셨다. 닭볶음탕이며 닭 백숙 등의 메인 음식을 시켰는데, 뭔가 이색적인 대구의 맛을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에 찹쌀 수제비를 한 그릇 추가로 주문했다.
다들 나온 음식의 생김새를 보고 "이게 뭐야~? 미역국이 왜 이래~? 수제비 시킨 것 아니었어?"라는 예상 가능한 반응들이 나왔다. 나는 "일단 한번 드셔 보세요~"라며 맛만 보시라며 조금씩 덜어드렸다.
어른들은 너무 맛있다며 두 번 세 번 더 드셨고, 다음에 오면 이것만 한 그릇 먹고 싶다고 하셨다. 입이 짧은 어린 조카는 "더 주세요"라며 아기 새처럼 입을 쩍쩍 벌리며 받아먹었다. 나의 소울 푸드를 공유하고 남들이 함께 좋아했을 때의 뿌듯함이란.
생각해 보면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다. 겉모습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겉모습을 보고 판단한다는 것은 그동안 나에게 쌓인 익숙한 경험에만 의지를 해서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첫 인상이 끝까지 쭉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게 좋은 인상이든 나쁜 인상이든 간에.
하지만 처음에는 새초롬해 보여서 거리를 두었는데 알고 보니 속 정이 깊은 사람이어서 오래도록 연락하고 지내는 경우도 있고, 처음에는 너무 오지랖이 넓고 말이 많은 것 같아서 멀리하던 사람인데 생각보다 진중한 면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사람 좋아 보여서 가까이 지냈는데 된통 뒷통수를 맞은 경우도 있었고.
찹쌀 수제비는 대구에서 칼국수를 파는 집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끔은 분식집 메뉴에 등장하기도 하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백숙을 파는 식당들에서도 간혹 찾아볼 수 있다.
요즘도 나는 찬바람이 불거나 몸이 조금 으슬으슬해질 때 꼭 생각 나는 음식으로 찹쌀 수제비를 손에 꼽는다. 혹시 추운 날 대구에 올 일이 있다면 특이한 겉모습을 너그럽게 넘기고, 찹쌀 수제비의 진하고 고소한 매력에 한번 빠져보시길.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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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찹쌀수제비 주문하신 분, 놀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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