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이상민 행안부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
오마이뉴스
대규모 재난은 개인의 힘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현장 경찰관은 그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는 한 부분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들에게 책임을 과하게 묻는 지금의 분위기는 분명하게 문제가 있다. 현장에는 고작 137명의 경찰밖에 없었고, 이중 절반가량은 마약 수사를 위해 배치된 것이라고 한다. 소방관들이 그랬던 것처럼 현장 경찰관들도 참사를 막기 위해 그리고 인명을 구하기 위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
진짜로 잘못한 사람들은 이제까지 잘 작동되던 재난 대응 시스템을 망치게 한 자들이다. 누가 '안전 대한민국'을 책임져왔던 경찰과 국가의 시스템을 망가트렸는가. 그들은 현장에 있었던 경찰과 소방이 아니라 그 참사 현장엔 없었던 '높은 분'들이다.
우선 윤희근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수뇌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뻔히 예견된 위험에도 대비하지 못했고, 제때 보고를 받지도 못했다. 뿐만 아니라 제대로 지휘를 하지도 못했다. 그러면서도 '읍참마속'을 운운하면서 책임을 부하들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조직의 잘못과 본인의 불찰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물러나는 것이 옳았다. 경찰청장이 사건 초기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났더라면 현장 경찰관들에게 이토록 가혹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본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이임재 전임 용산경찰서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경찰 수뇌부보다 더 책임이 큰 사람은 이상민 행안부장관이다. 그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서 재난 대응의 국가 사령탑의 위치에 있다. 게다가 경찰을 지휘할 권한도 겸하고 있다.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경찰국 설치를 관철하고, 스스로 경찰에 대한 지휘·통제의 권한을 자임하지 않았나? 권한이 커지면 책임도 커진다. 그에겐 경찰국 설치를 강행해 수많은 경찰관들의 사기를 저하시킨 '혐의'도 추가된다. 사기가 저하된 조직이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그가 물러나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대중 앞에서 경찰에 화를 냈던 윤석열 대통령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국가가 통제할 권한이 없다'고 발뺌하던 대통령 아니었나. 발언의 맥락이 원전을 향해 있었지만, 이전에 했던 발언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려라'는 이상한 말이 결국 씨가 된 모양새다.
대통령의 격앙은 하달될수록 몇 배로 증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