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 반려동물장례식장에서 장례지도사가 입관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 22일 반려동물 장묘업체에서 일하는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가 일하는 업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넌' 동물의 장례식을 치르고 화장을 한 뒤 납골당에 안치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죽은 동물은 '아기', 키우던 사람은 '보호자'라 부른다며 "여기 오는 보호자들은 아기를 보내면서 엄청 운다"라고 합니다. 특히 40대 이상 되는 보호자들 중에는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도 이렇게 울지는 않았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아기'를 잘 보내주고 싶어 수의와 관, 유골함을 가장 좋은 것으로 해달라면서 이 경우 들어가는 200만 원가량의 돈을 기꺼이 지불한다고 합니다.
이쯤에서 누군가가 말할 것 같습니다. '동물일 뿐인데 왜 장례까지 치러주나.'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까지 슬퍼하나.'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인식 긍정적
동물 복지 관련 화두가 나올 때마다 '사람 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동물까지 신경 쓰느냐'는 말이 따라다닙니다. 물가와 금리가 치솟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요즘 같은 때는 그야말로 사람 살기가 팍팍합니다. 그러나 동물에게 신경 쓴다고 해서 사람 살기가 힘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에게 갈 것을 동물에게 빼앗기는 것도 아닌데 아직도 이런 이분법으로 동물에 쏟는 애정과 관심을 폄하하는 시선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국 반려동물 장례 인식에 관한 연구>(2015년)에 따르면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긍정적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보다 키우는 사람의 긍정적 인식이 높게 나타났고, 연령별로는 40대 이상, 30대, 10~20대 순서로 긍정적 인식을 보였다. 또한 종교 유무와 종류에 따라 천주교, 불교, 기독교, 무교 순서로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으며, 미혼자보다는 기혼자가 긍정적 인식을 보임을 관찰할 수 있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40대 이상,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서 반려동물 장례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짐을 알 수 있었고, 모든 경우에서도 부정적 인식은 매우 적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자신이 믿는 종교의식에 따라 장례식을 치르려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기독교나 천주교는 교리상 반려동물의 영혼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추모 예배나 추모 미사는 허용하지 않는 반면 불교에서는 반려동물을 위한 제사를 하는 절도 있습니다[1].
반려동물 장례는 동물에 대한 애정도 애정이지만 현행법에 따른 선택지이기도 합니다.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생활폐기물입니다. 폐기물관리법 제2조 1항은 폐기물을 '쓰레기, 연소재, 오니(汚泥), 폐유, 폐산(廢酸), 폐알칼리, 동물의 사체 등으로서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로 정의합니다.
이 법 제3조에서는 동물장묘업의 등록을 한 자가 설치·운영하는 동물장묘시설에서 처리되는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동물장묘시설(혹은 동물병원에 맡겨 의료폐기물로 처리)에 맡기지 않는 한 죽은 반려동물은 생활폐기물로 쓰레기봉투에 버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가족으로 지내온 반려동물을 쓰레기봉투에 넣는다는 것은 심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선택입니다. 이를 보여주듯 2021년 서울시 '동물보호시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사체를 동물장묘시설을 통해 처리한 경우가 46.8%로 가장 많았고, 종량제봉투에 담아 생활폐기물로 처리한 경우는 13.1%였습니다(이밖에 동물병원 이용이 21.4%, 불법매장 등 기타가 18.7%).
동물장묘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에 맞춰 서울시를 비롯한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쓰레기 봉투에 버리지 않고 동물장묘시설을 이용할 경우 지원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16일 전남 화순군이 반려동물 장묘시설을 포함한 종합장묘시설 조성을 추진하기로 한 것을 포함해 일부 지자체에서 공공 장묘시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람보다 더 큰 상실감 주기도
미국수의사회(AVMA)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느끼는 슬픔이 가족, 친구를 잃었을 때 느끼는 슬픔과 비슷하다고 설명합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이 사람보다 더 큰 상실을 준다는 연구(월러스 사이프 '반려동물의 상실' The Loss of Pet, 1993)도 있다고 합니다[2].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을 쓴 이학범 수의사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극도의 슬픔을 느끼는 것이 결코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평균 기대수명은 15~20년으로 사람보다 짧은 수명 탓에 마음의 준비를 채 하기 전에 이별을 맞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주변의 시선에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채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난 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우울감을 장기간 경험하는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학범 수의사는 "'내가 너무 유난스러운 걸까' '감정을 드러냈다가 핀잔을 듣진 않을까' 생각하지 말고 이별 직후 자신의 속도대로 충분히 슬퍼"하라고 합니다[3].
글 서두에 소개한 동물장묘업체에서 일하는 지인은 "반려견을 납골당에 안치한 후 100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온 자매도 있었다"라고 했습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313만 가구 719만 명(통계청)~638만 가구 1467만 명(농림축산식품부)으로 추정됩니다[4].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농림축산식품부).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문화체육회관에서는 실기 시험으로 처음인 '반려인 능력시험'이 치러졌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반려동물을 잘 알고 있는지 알고 싶은 사람들이 응시한 이번 시험은 6000명이 응시한 필기시험에 이어 50팀이 참가한 실기시험으로 진행됐습니다.
공공예절을 놓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갈등과 충돌도 있지만 반려동물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가는 추세는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려동물 장례식이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닌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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