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WLD, 'Regional Convening on Women Labour Rights and Digitalisation'(2022.10.6-7, 태국 방콕)
한국여성단체연합
디지털화와 여성 노동의 상호 연관성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FES)이 출간한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발레리 클리프(Valerie Cliff)는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와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의류 및 섬유 제조업 분야에 인간을 대체하는 자동화 소프트웨어가 도입되면서 일자리가 80% 이상 줄어들 것이고, 그 영향이 해당 분야 일자리에 주로 종사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미칠 것임을 지적했다.
또한 인도-태평양에서 여성 노동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무 및 행정, 제조 및 생산 분야가 자동화·디지털화되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여성들의 일자리와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결국 비공식적인 단기 고용과 '유연한 노동 시간'의 일자리,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일자리로 내몰리며 일자리 불안정성이 더욱 높아진다.
Gig Workers Union(긱 워커스 유니온, AIGWU)의 Rikta Krishnaswamy는 플랫폼 경제가 '노동 시간의 유연성'을 마치 노동자에게 유리한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여성에게 훨씬 더 많은 노동을 강요한다고 지적한다. 가사와 돌봄의 책임을 떠맡고 있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 '시간의 유연성' 때문에 플랫폼 노동에 진입하게 된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 체계에서 노동자는 언제나 즉각적인 호출에 응답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임금노동이 아닌 돌봄노동 또한 책임져야 하는 여성 노동자는 이 즉각적인 호출에 응답하기 어려워 '낮은 등급'을 받게 되며, 결국 그럼으로써 노동과 소득의 불안정성이 더 악화되는 상황에 처한다.
참가자들은 최근 트렌드가 된 원격근무 방식이 직업안전보건(OSH) 문제를 수반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한 사회적 대화가 디지털화의 사회적 영향을 관리하는 핵심 도구라고 논의되고 있지만, 노동자가 조직권을 행사하지 않고서는 사회적 대화의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디지털화의 결과로 등장한 플랫폼 노동과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회사의 핵심업무를 제외한 모든 과정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아웃소싱 방식) 노동의 문제점은 대부분 기업이 제공하는 보호장치나 노동자 보호의 책무조차 없고, 노동조합이 없거나 기존 노동에서의 노동조합 조직 방식을 도입하기 어려운 형태를 취하고 있어 이에 따른 사회적 대화의 창구 마련 또한 어렵다는 것이다.
태국의 한 참가자는 태국 국적의 여성들이 높은 비율로 종사하는 마사지 치료사의 경우, 코로나19와 디지털화를 겪으며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서비스 제공이나 서비스를 고객의 집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업무 형태가 전환됨에 따라, 여성 노동자에 대한 성희롱이나 부당한 요구의 발생 비율이 높아졌으나 기업이 제공해야 할 보호장치가 없어 여성들이 침묵을 택하게 되는 현실을 공유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플랫폼 노동 시스템에서 기업이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를 부정함으로써 여성 노동자의 조직화와 단체교섭권 등의 노동권이 어떻게 훼손되는지, 그리고 실제로 노동자들이 조직화되었을 때 이들에 대한 부당해고 등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전개할 필요성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참가자들은 디지털화에 따라 새로 생겨난 직업 및 다양한 플랫폼 기반 직업 유형들 속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직면한 주요 이슈와 과제를 다루었다. 특히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플랫폼에서의 '유연성'에 대한 높은 가치평가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기업들은 플랫폼 노동이 가진 '유연성'이 굉장히 긍정적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고, 많은 청년 및 여성들 또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플랫폼 노동에 매력을 느끼며 실제 현장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이들은 노동자의 시간과 자율성에 대한 기업(그리고 '알고리즘'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관리자)의 광범위한 통제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들이 디지털 노동 플랫폼에 의한 착취를 끊어내고 조직화된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대항하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산업 전반과 국가의 공격에 대비한 노동자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디지털화로 달라진 산업구조와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에 적대적인 환경에서 이에 저항하는 활동이 지속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 시스템과 메커니즘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모두가 공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