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기재부, 국토부, 금융위 등이 주관하는 제3차 부동산 관계 장관 회의(오른쪽 아래 사진)가 열렸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다. 이로 인해 원주 부동산 시장을 찾는 부동산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원주투데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올해 처음, 미분양 아파트가 발생하자 한 공인중개사가 내놓은 탄식이다. 지난해 6월 가까스로 미분양관리지역에서 벗어났는데 시장이 다시 악화됐다는 것. 중개인들 사이에선 '원주가 또 다시 미분양관리지역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미분양 아파트는 8월에 청약을 받기 시작한 A아파트와 9월 분양한 B아파트에서 발생했다. 당시 A아파트는 952세대를, B아파트는 975세대를 분양했다. 원주시는 이달 초 미분양 아파트 현황을 발표하면서 두 곳에서 1079세대의 미분양 물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사실 부동산시장에서는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기는 침체하고 주택담보대출금리는 계속 상승하면서 투자심리를 압박했기 때문. 전국 부동산시장은 급격히 식어가는데 원주엔 2만 세대 넘게 공급된다는 점도 우려를 자아냈다.
곤두박질치는 주택매매심리도 아파트 미분양에 한몫했다. 지난해 9월 157.2까지 치솟던 강원지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올해 8월(95.4) 100 이하로 내려가더니 지금(9월·91.7)은 90선까지 위협하고 있다.
단구동 A부동산 대표는 "지금은 매매나 분양이나 모두 거래 절벽 상황"이라며 "앞으로 분양할 아파트도 많아 전국 최대 미분양 지역이 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미분양관리지역 공표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한다. 미분양 주택이 500세대 이상인 시·군·구 중 ▲미분양 증가 ▲미분양 해소 저조 ▲미분양 우려 ▲모니터링 요건 중 1개 이상 충족되면 관리지역에 포함시킨다. 미분양관리지역 내에선 아파트 분양보증을 발급받기 위해 예비심사나 사전심사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원주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한다. 미분양관리지역 자체가 부동산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 개인 투자는 물론 건설사의 아파트 공급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2~3년, 시세차익을 보기 위해 원주 아파트 시장에 투자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손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부동산 규제 풍선효과 사라질 것"
최근 1~2년간 원주 아파트 시장이 활기를 띠었던 것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한몫했다. 서울과 수도권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여 투자수요가 원주로 몰렸던 것. 비규제지역이어서 대출이 까다롭지 않고 집값도 저렴해 원주는 전국 투자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 옛말이 됐다. 지난 10일 기재부·국토부·금융위원회 등이 수원, 안양 등 경기도 9곳을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기 때문.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한 수도권 전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려났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부터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의 금융 규제는 완화됐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인 '2년 실거주' 의무,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의 청약 규제도 풀린 상태다.
지난달 27일 대통령 주제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제시됐던 LTV 규제 완화 조치도 연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9억 원 전후, 15억 원 초과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차등 적용되는 LTV는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서 50%로 일괄 조정된다.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을 거쳐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원주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 조처에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 그래도 손님이 없는 데 그나마 있던 주택 수요마저 수도권에 뺏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당장 회복될 것이란 전망은 많지 않지만, 원주가 누려왔던 비규제지역 메리트는 사라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A부동산 관계자는 "내년에도 금리 상승 가능성이 커 전국 부동산시장은 당분간 회복이 힘들 것"이라며 "원주에서도 섣불리 주택이나 토지에 투자하기보단 시간을 갖고 투자 타이밍을 노리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