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영 작가의 아내는 배우 박준면이다. 그는 아내가 자신의 제1독자라고 말했다.
정진영
그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나와 전라도의 한적한 마을에 위치한 레지던시에 두 달간 머물 계획이다. 지난 11월에 입주했으니 필자가 그를 만나던 시점은 전체 입주기간 2개월에서 3분의 1이 지났을 때다.
이곳은 '글을낳는집'이라는 곳인데 2010년부터 김규성 시인이 사재를 털어서 만든 레지던시이다. 현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부터 일정 금액을 지원받지만 문학인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주에 성공한 그를 이곳에서 만나 작품과 창작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장편소설을 써야하는 그에게 입주기간으로 배정받은 2개월이 다소 짧지 않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그 기간이 딱 좋아요. 2개월 넘어가면 조금 루즈해요. 3개월 넘어가면 패턴에 익숙해져서 거의 화석이 되어 갑니다. 작년에 서울이 명동에 위치한 모 호텔 레지던시에서 5주 있었는데, 그만큼의 기간이 제겐 딱 적당하더라고요. 낯선 공간은 작가가 작품을 쓸 때,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익숙해지면 쉽게 드러눕거든요."
그는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집에 있으면 집필활동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하루에도 버스가 다섯 번밖에 다니지 않는 외딴 곳에 들어와서 집필하는 기분이 어떨까.
"집에 있으면 당연히 일이 안되죠. 집에서 한 달 동안 썼던 적도 있었는데, 너무 게으르게 지내더라고요. <도화촌기행>과 <침묵주의보>를 절간에서 쓴 이유입니다. 집에서 작업이 되는 분도 있을 테고, 카페를 활용하는 작가도 많죠. 그런데 저는 카페는 시끄러워서 집중이 잘 안되더라고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에 관한 것들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의 내용에 관해 살짝 물어봤다. 정치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정말 정치인이 되어 국회에 들어가서 판을 뒤집는 이야기란다.
"주인공이 비례대표 의원인데, 그것도 순번이 있잖아요. 원래는 당연히 가능성이 없는 사람인데 원래는 분식집 주인인데 학벌뿐 아니라 아무것도 없어요. 가계도 뺐기고 지금도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뺏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것 때문에 임대차 운동하면서 영입은 됐는데, 윗 사람들이 자꾸 나가서 자기에게 순서가 되어 임기가 1년밖에 안남았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서 '깽판' 치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소설도 기자 당시의 정치부에서 소스를 얻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정작 모든 부서를 다 거쳤지만 유독 정치부에만 없었단다. 대신 기자 생활을 하며 맺은 인연과 여기저기서 들은 정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다소 무거운 톤이었던 <침묵주의보>와 민감한 주제를 담은 <젠가>와 달리 이번 작품은 다소 가벼운 활극이란다.
철저하게 영상을 의도하고 쓴 소설이고, 내년 상반기에 출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에는 직접 각색까지 맡았다. 각색까지 직접 맡아 진행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까. 소설과 달리 드라마는 시각과 청각만으로 시청자를 설득하고 사로잡아야 하니 말이다. 역시나 직접 뛰어들어 보니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돌아왔다.
"주변에서도 많이 말렸어요. 준면씨도 처음에는 말렸고요. 소설과 작업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고요. 제 작품을 제가 각색하는 게 뭐 그리 어렵겠느냐고 생각했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정말 어려운 작업니다. 매순간 헤매고 있어요. 달라도 완전히 달라요. 제작사가 뭘 믿고 제게 각색을 맡겼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하하) 이제 와서 어쩌겠습니까. 이왕 시작한 일이니 끝을 봐야죠."
정 작가는 이 시장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소설은 요즘 사람들이 많이 읽지는 않는 부분이지만 드라마는 자신의 소설을 보여줄 수가 있는 것이란다. 그런 점에서 소설 쓰는 사람에게 현재 늘어나는 OTT 시장이 기회라는 것이다. 출판시장은 점점 줄어들지 몰라도 스토리텔링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그 스토리텔링의 원천인 소설의 가치는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드라마는 초반에 어떻게든 시청자를 끌어와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1~2회 대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그는 초반부 대본을 쓰기 위해 '여기'(글을낳는집)에 들어온 것이라 말했다.
"드라마는 첫화부터 마지막화까지 기승전결이 확실해야 하지만, 각 화에도 기승전결이 확실해야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어서 방송 초반에 운명이 결정됩니다. 20부작이 기본이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넷플릭스를 보면 10부작도 안 되는 드라마가 많아요.
그만큼 시청자의 호흡이 빨라진 겁니다. 그 호흡을 익히려고 노력 중입니다. 제 소설을 다양한 경로로 많은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드라마가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는 좋은 계기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 필자가 방문한 지난 27일 일요일 오전에 글을낳는집의 집주인인 김규성 촌장(가운데), 공직자 생활을 마치고 25년 동안 아동문학 작가로 활동 중인 홍종의(사진 왼쪽) 작가, 내놓는 작품마다 연이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정진영(사진 오른쪽) 작가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필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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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쓰고 있다. 문화예술 시사 월간지에서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에서 객원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는 '서울문화투데이' '더프리뷰' 등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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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집 주인'이 국회 입성한 이야기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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