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과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지난 8월 영어상용도시 추진 관련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부산시
부산시가 박형준 부산시장의 주요 공약인 '영어상용도시'의 명칭을 '영어하기 편한 도시'로 변경해 추진한다. 한글단체는 "꼼수"라고 반발했다.
부산시는 28일 영어하기 편한 도시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시민들의 사교육 부담을 완화하고, 어디서나 편리하게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라고 밝혔다. 또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기반을 마련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박 시장은 강조했다.
내용을 보면 세계적 수준의 영어환경을 구축하는 등 외국인이 살기에 편리한 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박 시장 임기 내 72억 원이 투입되는 영어하기 편한 도시는 ▲시민공감대 형성 ▲시민 영어학습 환경 조성 ▲외국인 정주 환경 개선 ▲공공부문 영어역량 강화 등 4개 분야 16개 사업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시는 시민 영어 소통관 운영, 맞춤형 영어표현 제작·보급, 영어 119 시행, 공무원 영어능력 지원 확대 등에 나선다. 시교육청, 대학, 구·군 등 여러 기관과 연계한 협업도 이어간다.
지난 6.1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은 부산을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글로벌 허브 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상으로 '영어상용도시 부산'을 내세웠고, 당선 이후 부산엑스포 유치 전략과 맞물려 사업 추진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달리 부정적 논란이 확산했다. 한글단체 등은 한때 유행했던 영어마을 등의 사례를 소환하며 "실패한 과거의 답습"이라고 반발했다. 영어 오남용 우려 비판도 제기했다. 공공언어 훼손과 문화적 정체성을 어지럽힐 수 있단 지적이었다.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100여 개 단체가 영어상용반대국민연합을 꾸리고 반대성명, 1인시위, 집회 등에 나섰다.
시의회 역시 여러 번 제동을 걸었다. '글로벌 영어상용도시 및 영어교육도시 부산 추진을 위한 부산시-교육청 업무협약 동의안'은 9월, 10월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에서 잇따라 처리가 보류됐다. 여야 시의원들은 반대 여론과 준비 부족 비판에 힘을 실었다. 그러다 동의안은 세 번째 심사였던 지난 18일에야 부대의견을 달고 상임위의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사업 내용을 별개로 보겠다는 등 시의회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다. 안건 심사에서 김태효 국민의힘 시의원은 "업무협약을 동의한 것이지 세부 사업에 대한 동의는 아니"라며 견제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선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도 "이 시기 무리한 추진은 명확히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부산시의 이번 발표를 놓고 한글 단체는 추가 행동을 시사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무늬만 달리해 강행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문제점을 시민에게 알리고, 예산 통과가 되지 않도록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