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검군의 마음을 다독이고 태소용을 깨닫게 하는 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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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고귀인과 심소군의 에피소드였다. 경합을 끝내지 못하고 궁 앞에서 신분을 밝힌 심소군은 엄마인 고귀인의 냉대를 받게 된다. 단지 배가 너무 고파 찾아왔다는 아들을 받아들이지 못한 엄마를 보며 심소군은 끝내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물론 어느 정도 과장된 에피소드이긴 하겠으나 고귀인이 그렇게 매몰차게 아들을 몰아붙였던 데에는 자식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자신의 욕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식의 한계를 인정할 수 없는 이 시대 엄마의 욕심을 대변한 것 같아 보는 내내 마음이 씁쓸했다.
드라마에서 심소군을 살리고 달래는 것도, 보검군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도, 태소용이나 고귀인을 깨닫게 해주는 것도 모두 중전 화령이었다. 이런 화령의 에피소드들이 더욱 와닿는 까닭은 아마도 화령이 육아와 교육의 멘토로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금쪽같은 내 새끼>의 드라마 버전이라고나 할까. 화령에게서 오은영 박사가 겹쳐 보이는 게 나뿐일까.
화령의 존재는 한 마디로 말하면 '멀리 볼 줄 아는 엄마'이자 멘토다. 물론 화령도 자식에 대한 욕심이 많은 엄마이긴 하지만 '멀리 볼 줄 안다'라는 게 그녀가 다른 엄마와 다른 점이다.
중1을 앞둔 아이가 요즘 수학 공부를 시작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예중 피아노 진학을 접고 공부를 시작했으니 아무래도 남들보다 늦긴 했다. 이제 중학교 1학년 수학 선행인데도 초등 때와는 다르다 보니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아이가 들고 오는 수학 문제를 보니,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4학년부터 중등 수학 선행을 하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소금물 농도, 거리 속력 문제 등등 1차 방정식의 활용 문제라 까짓것 얼마나 어렵겠나 싶어 엄마가 가르쳐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어라, 이게 너무 어려웠다. 문제를 들여다보니 정말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는 거다.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시작하자마자 아이의 의욕이 꺾이는 게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요즘 우리는 함께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 강의도 들어보고 별별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아마도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고, 공부라는 것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참 막막하고 재미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요즘 들어 내가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괜찮아. 모를 수도 있지"다. 이 말이 크게 위로는 안되고 해결책도 아닌 걸 알지만 적어도 '엄마 스트레스'는 받지 않을 것 같다.
더 이상 뜨끔할 일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