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권우성
- 부위원장 자리를 맡은 지 이제 한 달 반 정도 지났다. 업무에는 익숙해졌는지, 그래서 처음에 맡을 때 기대했던 것과 비슷하거나 다른 점이 좀 있을까?
"국회에서 2016년에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했었다. 그래서 이 업무에 대해서는 국회에서도 한 번 들여다봤었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만이 아니라 국민 누구라도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들이 많으신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되면서 다시 한 번 이 위원회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예산 추계에 따르면, 저출산고령사회위가 지난 15년 동안 340조 원 가까이 썼다. 올해 한 해에만 40조 원 가량 예산이 투입된다. 저출산 정책이 사실은 일자리부터 주택, 보육, 교육, 그리고 노인의 건강 돌봄까지 생애 주기 전반을 관할하는 정책이 되어야 하다 보니 그렇다. 그런데 OECD 평균 가족 지원 예산보다는 우리의 가족 지원 예산이 굉장히 적다. OECD 평균이 2.4%고, 우리는 GDP 대비 1.4%를 쓴다. 간접 지원까지 하면 정말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가족 지원이나 난임 문제 해결 같은 직접 지출 예산을 보면 아직도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우리가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지난 15년 동안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건 맞다. 다만, 우리의 출산율을 자극할 정도의 환경이 아직 되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 우리의 정책에 무엇이 비효율적이었는지, 또 어떤 사각지대가 있었는지 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보완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정책은 굉장히 백화점식인데 조금 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활동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많다. 단순히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고 고령사회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많은 분들이 '이거 한다고 되겠어?'하는 그런 패배주의적인 생각도 갖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에 있어서 그런 인식이 많이 깔려 있다. 사실 이제 대한민국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출산율이 감소하며 인구 구조가 바뀌는 건 예정되어 있다. 전 세계의 추세가 그렇다. 다만 그 피라미드가 좀 더 날씬한 피라미드이냐 두터운 역 피라미드가 되느냐 이런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이 역피라미드화 되는 인구 구조에 맞는 우리의 대응은 무엇일까? 초고령사회로 가는 속도가 너무 빠른데, 이것을 좀 완화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제 고민을 해야 되고 거기에 따른 우리가 전략을 짜야 한다. 그게 우리가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사실은 굉장히 어렵지만, 우리가 주도해서 해야 될 핵심적인 어젠다(의제)를 정해야 된다. 역시 국민들의 인식의 변화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예컨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라는 이 위원회의 이름이 어떻게 보면 자꾸 '아이 낳으라'는 강요만 하는 것 같은 그런 이름으로 비쳐진다. 그것이 또 여성에 대한 차별이냐 아니냐는 논란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 위원회의 이름을 이제는 좀 바꿀 때가 되지 않았을까?
사실 나도 '저출산이라는 용어가 차별적이고 여성에게 출산만 강요하는 것 같은 의미가 돼서 이 이름을 바꾸는 것도 좋겠다. 나도 저출생이라는 용어를 써야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알아보니 학문적으로 그리고 통계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 국제적으로 저출생이라는 용어는 저출산과는 다른 개념으로 쓰이고 있어서,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서 계속 고민 중이다."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나름 지원도 많이 받는 편이었고, 활동도 오랫동안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저출산고령사회위 활동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내가 자꾸 인식의 변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한 축에서는 정책적으로 더 완결적이어야 하고 정말 효과적인 정책을 써야 되는 게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일단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삶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좀 보여주고, 그러한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을 한다.
두 번째는, 또 그렇지 않은 선택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으시다. 전통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많으니까, 그런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우리가 행복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기본이다. 그러나 또 그렇지 않은 선택에 대해서는 당연히 존중해 줘야 된다. 지금 예컨대 비혼율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형태의 삶에서 다양한 형태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동거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들도 있고, 미혼모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떠한 형태의 가족에서 태어나든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게 하고, 그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차별받지 않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도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모가 육아휴직을 다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활성화가 되어 있지 못하다. 세제나 수당, 혜택에 있어서도 차별이 없는지 이런 부분을 점검해서, 어떠한 형태로 태어난 아이들이든 잘 키워질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걸 강조하는 과정에서 <고딩 엄빠>를 이야기했던 것이다."
"<고딩 엄빠>, 미혼모 문제를 음지에서 양지로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