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위한 인공조명
이나영
예뻐서 실내에서 키우고 싶은데 빛이 없으면 잘 자라지 못하는 화초들이 있다. 그럼 실내에서 키우다 가끔 야외에 내놓고 빛을 보게 해주며 기운을 차리게 하고 다시 안으로 들이곤 하는 정성을 쏟아야 한다. 사무실은 마땅히 내어놓을 바깥 장소도 없으니 화초를 기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다 화초에게 햋빛 대신의 역할을 해주는 식물 조명이 있다고 해서 구입을 했다. 책상 위에 두는 스탠드와 비슷한데 빛이 좀 강한 편이고, 타이머 기능도 있어서 매일 몇 시간씩 빛을 쪼여주고나서는 자동으로 꺼지는 시스템이다. 실재로 이 빛을 쓰고나서는 자꾸만 누런 잎을 떨어뜨리던 칼라데아프레디가 싱싱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화초를 잘 키우기 위한 조건은 적당한 일조량, 적당한 수분, 적당한 통풍이다. 햇빛과 물과 바람이라는 게 얼핏 듣기엔 참 간단하기는 하지만 식물의 종류나 상태, 식물이 놓여 있는 환경에 따라 화초마다 원하는 범위가 제각각 달라서 섬세하게 신경을 쓰고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하나 둘 장비가 늘어간다.
베란다의 화초에 시원하게 물을 뿌려줄 수 있는 길다란 호스라든지, 모종삽, 식물용 가위, 물조리개 등등. 그런데 또, 도구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 세상에는 흙의 종류도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식물이 시들시들하거나 벌레가 생겼을 때 처리해주어야 하는 약품의 종류도 다양하고, 무럭무럭 자라는 마음에 가끔 챙겨주면 좋다는 식물 영양제도 검색을 하다보면 끝도 없다.
내가 키우는 화초에 잘 맞는 크기의 화분을 사서 마음에 드는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고, 하루에 몇 번 빛을 쬐어주는 정성을 기울이면 쑥쑥 잘 자라고 새 잎을 내어놓을 때의 보람과 뿌듯함은 꽤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사실 이 세상 모든 취미 생활에는 이른바 '장비병'이 있기 마련이다. 식집사에게 장비병이란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내가 키우는 풀과 나무와 꽃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장비라고 생각하니 선택에 좀 더 신중해지고 정성을 기울이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아닌 어떤 대상을 위해 챙겨주고 마음을 기울이게 되는 일을, 이렇게 식물을 기르며 경험하게 된다.
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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