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소 시인의 시집
걷는사람
이 시를 읽으며 첫 문장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 다정하게 울었다'부터 눈이 멈췄습니다. 왜 시인은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을까요? 시의 전반부에 그의 삶의 부분이 묘사됩니다. '할머니 손에 자란 동생과 / 왜 차별받는지 이해하지 못해서...'라는 문장에서 느낄 수 있는 불우했던 가정환경이 시인에게 억지로라도 자신을 다정한 사람으로 만들게 하려고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요, '다정하게 운다'라고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까.
다정한 울음이 없습니다. 울음은 그냥 울음일 뿐입니다.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될 수 없는 상황. 아무리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 애를 써도 다정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처지'도 있습니다. 시 '사춘기'에서 화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나를 괴물이라 놀리는 아이의 이름을 / 벽에 적고 빨간 줄을 긋는다 / 완벽한 거미집, 사람을 찌를 수 없으니까'
시인의 삶이란 어쩌면 '누구나 감추고 싶은 날 모습을 스스로 보이며 살아가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가장 아픈 옹이를 꺼내어 보이는 행위이기에, '용기'가 필요합니다. 나의 누추한 모습을 시(詩)로 당당하게 내보일 수 있는 용기.
아이러니한 것은 이 누추한 것을 보일 수 있는 용기를 통해서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며, 이겨낼 힘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시 '눈사람'에서 '그러나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시와 함께라면 힘낼 수 있습니다. 시인에게 유일한 힘이자 마지막 힘은 시(詩)입니다.
시 쓰는 주영헌 드림
김미소 시인은...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2019년 <시인수첩> 신인상(시)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가장 희미해진 사람
김미소 (지은이),
걷는사람, 2022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공유하기
시인은 감추고 싶은 삶의 모습을 시로 얘기하는 사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