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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라이브에서 커피 쿠폰까지 받아갔는데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판매자의 마음'과 '소비자의 마음'

등록 2022.12.11 17:13수정 2022.12.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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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다닌 회사를 나오기 전, 회사 밖 생활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와보니 그렇게 두려워 할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저의 시행착오가 회사 밖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기자말]
별점 1점은 정말 속상하다. 하지만 쇼핑몰을 운영한다면 별점 1점은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다. 제품을 내가 직접 만들고 생산까지 하는지라 별점 1점은 정말 쓰리다. 마치 자식처럼 내보낸 제품이 사랑받지 못하고 천덕꾸러기가 된 느낌이랄까. 

판매자의 마음과 소비자의 마음
 
 판매자는 별점 5점에 춤추고, 1점에 마음 아파한다.
판매자는 별점 5점에 춤추고, 1점에 마음 아파한다.geralt, 출처 Pixabay
 
나는 사업을 하면서 물건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판매자로 살게 되면서 이것을 처음 만든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상세페이지를 볼 때도 제품의 기능만 나열했는지, 판매자의 마음을 담았는지가 보였다.


당연히 판매자의 마음을 담은 제품은 만족도가 훨씬 좋았다. 하지만, 이런 제품에도 별점 1점은 있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모든 판매자를 만족 시킬 수는 없는 것 같다. 판매에는 제품만 있는 게 아니라 가격, 배송, 서비스, 고객응대 등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중 하나라도 고객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별점은 내려간다.
   
상세페이지가 판매자의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라면, 리뷰는 소비자의 마음을 표시하는 척도다. 소비자들은 리뷰가 하나도 없는 상품보다 리뷰수가 많고, 점수가 높은 상품을 구매하려고 한다. 나 또한 그러하니까. 판매자들이 리뷰수와 점수에 매달리는 이유다. 

쇼핑몰 리뷰를 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데, 별점 5점을 주건, 1점을 주건 포인트 점수는 똑같다. 그러니 대부분은 짧게 쓰고 빨리 끝낸다. 간혹 길게 쓰는 경우는 제품으로 큰 감동을 받았거나, 큰 불만을 느낀 경우다.

감동을 받아 길게 쓴 경우는 판매자를 춤추게 한다. 판매자의 마음과 소비자의 감동이 합을 이루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반대로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는 마음이 아프다. 불만 리뷰 중 제품 개선에 도움 되는 글도 있지만, 속상함이 사라지진 않는다. 

부정적인 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

쇼핑몰 AI는 '이 리뷰가 다른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글을 최상단에 올린다. 그런 리뷰에는 5점짜리도 있지만, 1점짜리도 포함된다. 만약 최상단에 1점짜리 리뷰가 올라오면 매출에 매우 치명적이다. 첫 페이지 노출이 제품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는데 누가 사겠는가. 마치 밥을 먹으려고 식당 앞에 섰는데, '이 집 맛없어요'라고 대자보를 붙인 격이라고나 할까. 


사람들은 칭찬 리뷰보다 불만 리뷰에 더 잘 반응한다. 리뷰에는 '리뷰도움수'라는 표시를 할 수 있는데, '좋아요'와 같은 의미다. 1점짜리 리뷰에 리뷰도움수가 훨씬 많다. 1점짜리 리뷰가 최상단에 오게 되면 대부분 전화를 한다. 어떤 점이 문제인지,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인지 등을 알기 위해서다. 

리뷰는 온라인상 익명이지만, 전화를 하게 되면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한 사람이 된다. 전화를 하면 공격적이고 불만적인 리뷰와 달리 목소리는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경우가 많았다.


사람간의 문제는 대부분 대화로 풀지 않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무엇이 불만인지, 어떤 해결점을 원하는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추가적으로 제품 구매로 연결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선 환불을 해드리기도 한다. 

이렇게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 그런 경우엔 시간을 흘려보내는 수밖에 없다. 매출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 말이다. 쇼핑라이브에서 각종 혜택과 커피쿠폰까지 받아간 사람이 불만 리뷰를 올린 후 반품을 한 적도 있었고, 제품 불량이 발견되어 새 제품을 배송했는데, 이전 불량제품 사진과 함께 리뷰를 올려 불만을 표시한 적도 있었다. 새 제품 교환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말이다. 제품 판매를 하면서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이 많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롱런하기 위한 방법은 하나, 시간을 쌓는 것
 
 사업은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사업은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일지도 모른다.fakurian, 출처 Unsplash
 
리뷰와 관련된 다양한 고객의 반응도 있지만, 이 리뷰를 조작하는 판매자도 있다. 지인을 통해서 구매를 한 후 칭찬 리뷰를 올리거나, 다른 아이디로 구매 한 뒤에 리뷰를 올리기도 하고, 마케팅의 일환으로 체험단을 선정한 후 체험단에게 가구매(가짜 구매)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요즘 기술력이 발달해서인지, 이런 리뷰는 알고리즘이 걸러내어 블라인드 처리(리뷰가 보이지 않게 함) 한다고 한다.  

판매자 모임 인터넷 카페에 종종 리뷰가 블라인드 처리가 되었다는 하소연이 올라온다. 블라인드 처리는 리뷰가 보이지 않게 처리되는 것인데, 블라인드 처리가 누적되면 경고메일이 날라 오고 쇼핑몰 순위가 하락할 수 있다. 쇼핑몰 순위가 하락하면 노출 순위도 밀리기 때문에 결국 쇼핑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알고리즘이 원하는 것은 정당한 경쟁과 리뷰다. 그러니 하나씩 쌓아나가는 것이 좋다. 

쇼핑몰의 성장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성장은 판매자의 성장과도 궤적을 같이 한다. 판매자가 성숙한 태도와 통찰, 사업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면 쇼핑몰은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입소문을 탄다. 좋은 상품은 기본이다.

간혹 상품은 좋지 못한데, 화려한 마케팅으로 판매가 되는 제품도 있긴 하지만, 롱런하긴 힘들다. 마케팅의 기본 원칙은 좋은 상품이다. 리뷰를 조작하고, 여러 판매 방법을 동원해도 상품이 좋지 못하다면 한계에 봉착한다. 어떻게 보면 리뷰수와 리뷰점수는 판매자의 성적표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매일 쌓아올린 성적표는 합계로 계산되어 타인에게 공개된다. 

현재 우리 쇼핑몰에 2017년 9월에 첫 리뷰가 올라온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쁘지 않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단기간에 리뷰수와 점수를 속일 수는 있지만, 오랜 시간을 속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9천여 개가 넘는 이 리뷰 안에는 1점짜리도 수두룩하다.

지금도 1점짜리 리뷰를 볼 때마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지만, 5점짜리 리뷰를 보며 춤을 추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제품을 개선하고, 시간을 쌓는다. 어쩌면 사업은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립니다.
#슬기로운창업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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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쓰는 작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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