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1월 17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교육청 제32지구 제5시험장 효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전광판의 문자 응원을 받으며 고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11월 17일 2023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실시되었다. 고등학교 생활의 종점이라 불릴만한 이 시험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대한민국 교육부로부터 중등 교육과정 평가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아 1994년부터 매년 11월 셋째 목요일에 실시되는 표준화 시험이다.
이 표준화 시험은 기존의 암기만을 강요했던 예비고사와 학력고사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논리력을 중심으로 미국의 SAT와 같은 형태로 제작되었다고 하여도 무난할 것이다.
이런 수능은 점수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1등급부터 9등급까지 순서가 매겨지기에 앞서 언급한 예비고사와 학력고사와 같이 여전히 그 존재는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수능 시험을 망치는 경우가 생긴다면 수험생으로는 살아온 시간동안 가장 큰 낭패라고 이어지는 생각은 어쩌면 당연한 순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사람을 순서로 매겨 경쟁하도록 하는 경쟁구조는 언제부터 생겨난 것일까? 과연 우리 시대에 이러한 경쟁구조가 반드시 필요한가? 1등급이 아닌 학생은 학창 시절에 학업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한 패배자로 주홍글씨가 새겨져야 하는가? 초등학교 입학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의무적으로 봐야 하는 시험만으로도 대략 100회가 넘으며 교과수업 교사가 임의로 실시하는 시험을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들의 시험 성적이 좋아야 더 좋은 학교로 보낼 수 있다. 또한 학교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예산 지원도 달라진다. 이런 과정 속에서 많은 교사들이 시험 범위 밖의 내용을 선뜻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경쟁을 조장하는 이러한 교육 환경에서 학생들의 넓은 안목을 채워줄 교재를 개발하거나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노력들조차 어떤 이의 눈에는 이상이고 몽상이며, 사치라 여긴다. 시험 성적을 걱정하는 학생이나 시험공부를 강요하는 학부모나 교육과정 평가를 받아야하는 교사까지 교육이라는 한 울타리에서 힘겨운 한숨만을 내뱉고 있음에도 우리 학교는 여전히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장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공교육의 기본 취지나 목적은 70년대 예비고사부터 80년대 학력고사를 거쳐 90년대 수능까지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애초에 공교육은 전쟁 직후 산업에 필요한 역군을 생산하기 위한 제도였기 때문에 80년대 피를 마시며 자라난 민주운동까지, 참으로 격동의 시기를 지나왔음에도 그 안에 여전히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소리, 분리된 시설과 교과목, 지배와 순응, 표준화 등의 모습으로 구조화하여 거의 변하지 않는 내용의 지식을 획일적으로 가르친다.
우리 교육은 연대가 아닌 '누구나 능력 있고 열심히 하면 성공 한다'는 능력주의를 앞세워 서로를 나누는 기준을 세우고 남들보다 앞선 위치에서 서 있다는 그 우월감으로 다른 사람의 약함, 불행, 부족함, 서툶을 즐거워하며 이 반대에 선 사람은 그들의 조롱을 피하기 위한 발버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 것은 아닌가. 시험에 임하는 학생이나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교사나, 모두 시험 불안장애가 온다고 하여도 이상할 것이 없는 모습이다.
최근 대한민국 성인 6명중 1명은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최근 소아청소년의 정신질환 수도 우려가 될 정도로 상당수 증가하고 있다. 제아무리 과학의 발전과 함께 아이들이 성장하여도 인터넷으로 접하는 수많은 정보와 강렬한 감각적 자극으로 자신들의 개성을 탐색하고 있어도 교실에서 획일적으로 가르치는 수업을 장시간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여전히 주의가 산만하다는 꼬리표를 붙여주는 우리의 교육 현주소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인청명 경기도 화성시 남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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