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방과후 활동_자유 놀이마을 방과후에서는 놀이가 일상이다. 터전(방과후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 주차장에서 "신발 도둑 잡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 모습.
도토리 마을 방과후
이번 장면은 터전(방과후 공간을 이르는 말)밖이다. 신발 뺏기 놀이가 한창이다. 주변에서 놀이를 지켜보던 아이들도 재밌어 보였는지 한두 명씩 같이 하자고 다가온다. 놀이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목소리가 커지는 아이가 있기 마련이다. 점점 승부욕이 발동해 마음대로 규칙을 바꾸려 고집도 부린다. 함께 놀던 아이들은 중간에 규칙을 바꾸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문제 제기한다. 자기들끼리 서로 다른 의견을 수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곁에서 바라본다.
그때 살며시 그 자리를 빠져나오는 한 아이가 보인다. 천천히 다가가 불편한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본다.
"나는 규칙을 좀 바꾸자고 그냥 이야기 한 것뿐인데, 자꾸 형들이 나한테만 뭐라고 하잖아. 승철이는 지난번 자기도 그랬으면서… 나만 그랬다고 또 거들고 말이야."
지난 일까지 끄집어 내는 친구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논쟁보다 놀이를 그만두는 것을 선택한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다른 아이들에게 이미 지나간 일을 들추기보다는 지금 상황에 대해서만 논의할 수 있도록 중재한다.
피곤한 모습으로 연신 무기력하게 이곳저곳을 배회하는 한 아이가 눈에 띈다. 책을 들고 읽다가 집중하지 못하고 몇 차례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내 한숨을 쉬며 북극(쉬는 공간 이름)으로 올라가 이불을 펴고 눕는다. 아이에게 다가가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닌지 묻는다. 마음이 불편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곤 하는 아이였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답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처음엔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기 꺼렸지만, 조금씩 어제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아니… 어제 애들이랑 같이 놀았는데, 내가 조금 흥분해서 목소리가 커졌나봐."
"그랬어? 너는 기분이 무척 좋았던 모양이구만! 그랬는데 왜?"
"아니, 그랬더니 애들이 나한테 좀 조용히 말하라고 그러는 거야."
"너는 기분이 좋았는데, 친구들이 그걸 이해 못하고 되려 뭐라고 한 것 같아 속상했구나?"
"나만 그렇게 말한 것도 아닌데 나한테만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속상했어. 기분이 안 좋구."
"그랬구나. 어제 친구들이랑 어떻게 놀았는지 이야기 해줘 봐."
아이와 질문을 주고 받으며 친구들에게 섭섭한 마음을 돌아보며 자기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한다. 그리고 아이가 친구들에게 자기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을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