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다큐 속 장면한달에 한번 방모임에서 선생님과 부모들이 모여 아이들과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박홍열
저희 가족은 지휘가 6살 때 마을로 이사를 왔어요. 저는 마포 토박이였는데 결혼하고 지휘를 난 후 길음동 아파트로 이사를 갔어요. 친한 친구들이 마포에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었지만 저는 그게 유별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길음동에서 지휘는 6살까지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 다녔어요. 5세부터 리틀 축구단도 했고 친하게 지내는 가구, 친구 들도 생겼지요. 3살 터울인 다혜도 태어났고요.
그런데 지휘가 7세가 되자 이웃들은 이제 슬슬 학원을 보내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영어, 수학, 태권도, 수영, 피아노, 미술.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 때 통나무와 저는 처음으로 우리 가족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삶을 꾸려나 갈지, 우리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면 좋겠는지 찬찬히 돌아보게 되었어요. 가족, 공동체, 교육, 환경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마을에 초등방과후인 도토리가 없었다면 둘째인 다혜만을 위해 삶의 터전을 옮기기는 쉽지 않았을 거예요. 친구들이 마을에 살고 있고, 아이를 도토리에 보내고 있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지휘가 초등학교를 가도 도토리가 있어 다혜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첫 기관 생활을 할 수 있으니 괜찮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지휘는 도토리 생활을 시작했고 6년을 지내고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사실 모두가 처음인 육아에, 제각각 독립적인 성향인 아이들을 키우는 일에 '꼭 이것이어야만 해'라는 것은 없는 거 같아요. 어디에 있든 따뜻한 애정과 관심만 있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쑥 쑥 건강하게 자라는 아름다운 존재들이니까요. 저는 오히려 저에게 울타리가 필요했던 거 같아요. 저는 불안감이 많은 엄마였거든요. 아기가 열이 많이 날 때 해열제를 먹여야 하나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줘야 하나 응급실을 데려가야 하나 전전긍긍하며 아기의 생명, 일상, 미래가 부모의 선택에 많은 부분 달려 있는 것 같은 것이 너무 버겁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기댈 곳,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나의 생각과 선택을 지지받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도토리마을방과후는 아이들이 아이답게 자라는 곳이에요. 이곳에서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단단해져 가요. 그런데 어른인 저 또한 이 울타리 안에서 같이 성장하고 단단해져 갔습니다. 저는 도토리 마을방과후에서 아마들과 노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집도 가깝고 아이들 이야기도 할 수 있고 그래서 소모임도 만들고 같이 놀았어요. 물론 이미 다 커 버린, 내 맘이 네 맘 같지 않은 어른들이니 갈등도 있고 서운함도 있고 섬같이 외로울 때도 있고 공동체 생활이 버거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신기하지요. 더 이상 새로울 것 없을 것 같은, 어른인 나의 생각과 마음이 바뀌고 자라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