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픽사베이
우선 고도수의 맥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임페리얼 스타우트다. 스타우트는 검게 그을린 맥아의 맛이 두드러지는 맥주다. 구운 맥아에서 기인한 초콜릿과 커피 향이 인상적이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기네스가 스타우트의 대표적인 맥주다. 이 스타우트에서 체급을 크게 높이면 임페리얼 스타우트가 된다.
18세기 영국에서 만들어진 스타우트를 제정 러시아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결빙과 변질을 막기 위해 홉과 맥아를 다량으로 넣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맛은 더 강렬해졌고, 도수는 더 높아졌다. 이 스타일을 훗날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계에서 복각한 것이다(노스 코스트 브루잉의 '올드 라스 푸틴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가 제정 러시아 시대 인물인 라스 푸틴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파운더스 브루잉(미국)의 '브렉퍼스트 스타우트', 프레몬트 브루잉(미국)의 '다크 스타', 맥파이 브루잉(한국)의 '겨울방학'처럼 오트밀(귀리)을 첨가해 부드러운 질감을 강조하기도 한다. 커피는 물론, 민트나 라즈베리, 마시멜로 등을 부재료로 활용해 재미있는 향미를 과시하기도 한다. 위스키 통에 넣어 숙성한 '배럴 에이지드(BA)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맥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크래프트 맥주계에 임페리얼 스타우트가 있듯이, 전통을 자랑하는 벨기에 맥주에는 '쿼드루펠(Quadrupel)'이 있다. 벨기에의 수도원식 맥주 중 가장 도수가 높은 맥주다. 캐멜 그리고 건자두 등의 과일 등을 떠올리게 하는 향 그리고 갈색빛이 탐스럽다.
벨기에만큼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 맥주 중에도 높은 도수가 있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독일식 맥주는 아마 밀맥주(Weizen)일 것이다. 바이엔슈테판, 파울라너, 프란치스카너, 아잉거 등 맛있는 독일식 밀맥주는 이미 국내에도 잘 소개되어 있는 편이다. 부드러운 질감과 바나나 향 때문에 다양한 맥주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지다.
밀맥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바이젠복을 권해 보겠다. '복'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맥주는, 기존의 스타일에서 더욱 강화된 맥주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특히 밀맥주의 으뜸으로 불리는 바이엔슈테판이 내놓은 '비투스'는 해당 장르에서 으뜸으로 손꼽힌다. 바이젠 특유의 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7.7도의 도수에 걸맞은 강렬함이 치고 들어온다.
아잉거의 셀레브레이터 도펠복처럼, 라거를 강화시켜 만든 도펠복(Doppelbock) 역시 겨울에 마시기 좋다. 바이엔슈테판과 더불어 밀맥주의 명가인 '슈나이더'의 탭6 바이젠 도펠복 역시 훌륭하다. 바나나 향과 정향, 캐러멜 향의 복잡미묘한 조화, 그리고 8.2도의 도수에 걸맞은 알코올의 존재감이 재미있다.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진 전통적인 맥주인 스카치 에일(Scotch Ale) 역시 흥미롭다. 이 맥주는 위 헤비(Wee Heavy)라고도 불리는데, 요즘의 크래프트 맥주들과 달리 홉의 존재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맥아(몰트)의 존재감을 최대한으로 강조해 단맛이 난다. 꾸준히 캔맥주만 내놓기로 유명한 오스카 블루스 브루어리(미국)에서 만든 '올드 첩'도 권할 만하다.
각자의 방식으로 체온 높이기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겨울이 별로 춥지 않다'며 허세를 떨기도 했지만, 겨울은 겨울이다. 계절마다 어울리는 제철 음식이 있듯, 겨울에 어울리는 맥주도 이만큼 많이 있다(이 글에서 소개한 맥주는 빙산의 일각에도 미치지 못한다!).
계절에 어울리는 맥주를 찾아 혀의 감각을 확장해보자. '그래봤자 맥주지'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위에서 소개한 맥주를 권하며 으스대는 것도 좋다. 무엇이든 좋으니, 각자의 방식으로 체온을 높여 보자.
맥주에 대한 글을 쓰고 있지만, 나는 매일 술을 마시는 삶을 권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마시더라도, 딱 한 잔에 취할 수 있는 '윈터 워머'를 벗 삼아 보내는 밤이 더욱 좋다. 좋은 책과 배경음악이 있다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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