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든 약밥간장과 설탕이 어우러져 윤기 나는 약밥. 모양 잡을 필요 없다는 엄마 말에 뒤집어 식히는 중
박정선
엄마와 함께 사는 요즘, 잘 안다고 생각했던 엄마를 좀 더 알아가게 된다. 떡을 참 좋아하는 엄마는 코로나19가 오기 전에 요가나 하모니카를 배우러 다니셨는데, 그때도 잠깐의 허기는 떡이나 약밥으로 채우곤 하셨단다.
한 번씩 내가 엄마 배를 쓰다듬으며 "우리 떡순이 할매" 하고 부르면 엄마는 배를 내밀며 웃는다.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데, 탄수화물이 많은 떡 종류를 좋아해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부모님 연세가 여든이 넘으면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그냥 하게 해 드리는 게 효도'라고 해서 나도 그렇게 하려는 편이다. 그래도 단백질은 지금보다 더 드셔야 할 텐데, 우리 엄마도 그렇지만 옛날 어른들은 떡이나 약밥을 참 좋아하신다.
그런 엄마가 "나는 약밥도 좋은데 그 안에 들어가는 대추도 참 좋아한다" 하시며 갑자기 대추 사랑을 고백하셨다. "엄마가 대추를 좋아한다고? 나는 왜 처음 듣지? 근데 대추가 맛있어? 난 별론데. 그러고 보니 우린 입맛 참 다르네, 달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뜨끔했다. 엄마가 시장을 다녀오시면 '저건 왜 샀어?'라고 묻게 되는 것들이 종종 있는데, 배를 보이며 누워있는 꽃게도 그랬고 딱 한군데서만 파는 유과도 그랬다. 엄마는 그럴 때 '저번에 니가 잘 먹길래'라고 하시는데 나는 엄마가 대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으니....
얼마 후 약밥을 또 만드는데 이번에도 엄마한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떡을 나도 좋아했으면 떡도 집에서 만들었을 텐데. 빵과 과자는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서, 떡을 만들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만들 준비를 하는데 엄마는 약밥이 얼른 먹고 싶다며 웃는다. 지난번에 만든 게 아직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엄마는 "버얼~써 다 먹었지. 고구마 케이크 먹고 나면 대추 불려 놓을까 했는데 또 한다니까 좋네" 하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