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장식크리스마스 장식
pixabay (상업적 무료사용 가능)
크리스마스는 영어로 '그리스도(Christ)의 미사(mass)'를 의미한다.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날이지만 종교를 떠나 모든 사람들을 설레게 하고, 따뜻하게 하는 특별한 날이다. 아내와 교제하던 연애 시절에도, 결혼을 하고 나서도 크리스마스 하루는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언제 그랬냐는 듯 따뜻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울리는 캐럴에 흥얼거리고, 반짝거리는 트리 조명에 슬픈 일도, 아픈 일도 위로받을 수 있는 한겨울 속 감성 온도가 따뜻함을 유지하는 축복받은 하루다.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12월의 이 하루만은 사람들 얼굴에서, 마음에서 따뜻한 봄날 같은 하루다.
결혼 후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조금은 달라졌다. 온 가족이 행복한 하루이길 비는 마음은 같지만 주로 선물을 받거나, 주고 받는 입장에서 신경 써 선물을 준비해서 주는 기쁨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된 날로 바뀌었다. 어릴 때는 산타 할아버지가 준 아니 사실은 부모님이 준비한 선물을 받았고, 결혼 초까지는 필요한 게 있거나 받고 싶은 게 있으면 아내와 난 이미 한, 두 달 전부터 서로 얘기를 했었다.
이렇게 서로가 선택한 선물을 받을 때만 해도 내가 무조건적으로 선물을 줘야 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의 선물을 준비하고, 준비한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아이들이 볼 때는 내가 받은 그 어떤 선물보다 기쁜 마음이 들던 날의 연속이었다.
두 아이 모두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고 있다고 생각되던 어느 크리스마스에는 퇴근길 집 앞에서 산타 복장까지 갈아입고 집에 들어가 아이들을 놀라게 했던 일도 있었다. 그런 날 보며 아들은 기뻐서 정신없이 뛰어다녔고, 당시 너무 어렸던 딸아이는 조금은 낯선 내 모습에 아내 뒤에 숨어 한참을 날 봤던 기억도 이젠 추억 속 화질 옅어진 동영상 같다.
2020년 초에 몰아친 코로나로 12월의 겨울 속 설렘 가득한 따뜻한 하루의 기억을 잊고 살았다. 아주 오래전 추억으로만 곱씹으며 온기 가득한 그날의 온도를 느끼지 못하며 평소와 같은 하루로만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맞이한 올해 12월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긴 시간 고통받던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해 줄 그 하루를 위해 12월의 온도가 조금씩 오르는 기분이다.
누구에게나 일 년 중 특별하게 기억되는 하루 정도는 존재한다. 어떤 의미의 하루일지는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예외 없이 12월의 이 날 하루만큼은 이견 없이 모두가 행복을 기원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마음 한가득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날이다.
아이들이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부모의 마음속에서, 예쁜 조명을 배경으로 스마트폰 셀카를 찍는 연인들 얼굴에서, 오랜만에 모임을 갖고 연신 옛날 얘기로 추억 속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노년의 어르신들 웃음 속에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그 어떤 종교가 주는 의미나 신념보다 크리스마스 하루만큼은 상처받은 사람에게 위로를, 쉼 없이 달려온 모든 우리에게는 기쁨의 미소를 주는 하루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크리스마스는 어떤 자격도 따지지 않고 기뻐할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빌어본다.
시민기자 그룹 '꽃중년의 글쓰기'는 70년대생 중년 남성들의 사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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