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취약계층... 위태로운 그들의 터전

한계점에 있는 주거 대책, 정부와 시민의 관심 절실

등록 2022.12.12 17:54수정 2022.12.1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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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폭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거취약계층을 알리기 위해 경희대학교 세계와시민 수강생들이 제작한 포스터 ⓒ 경희대학교 세계와시민 GCP 프로젝트 두빵 팀

 
지난 8월, 대한민국 역사상 102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고, 그에 따른 피해는 지역 구분 없이 발생했다. 하지만 폭우가 휩쓸고 간 뒤엔 양극화 된 우리나라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한 고급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명품 자동차들이 줄줄이 물에 잠겼으며, 같은 시기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한 빌라는 완전히 침수되었다. 빌라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은 빠르게 밀려오는 비를 미처 피하지 못했고, 결국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 외에도 반지하, 쪽방과 같이 기후변화에 취약한 주거환경에 사는 이들은, 폭우로 인해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고 심지어는 목숨을 잃는 참변을 당했다. 어떠한 이들은 재산적 피해에 그친 반면, 취약 주거 환경 거주자는 당장 생계를 위협 받았다. 이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주거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결과이다.

아직까지도 쪽방, 반지하주택, 옥탑방 등의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많은 주거취약계층이 존재한다. 이에 정부에서는 주거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 주거취약계층을 만나본 결과, 실상은 큰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하다.

쪽방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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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사랑방 앞 게시판에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 경희대학교 세계와시민 GCP 프로젝트 두빵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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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제동 개미마을의 주택 모습 ⓒ 경희대학교 세계와시민 GCP 프로젝트 두빵 팀

 
동자동 쪽방촌은 서울시에서 기초수급을 받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이 곳에는 쪽방 주민들이 함께 만든 '동자동 사랑방'과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역 쪽방상담소'가 있다. 주민들은 상담소에서 지원제도를 접하고 쪽방촌을 벗어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하지만, 순위에서 밀려나거나 신용문제 혹은 서류상 부양가족이 등록되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지원대상에 제외되기도 한다. 입주를 하더라도 1~2년밖에 거주하지 못하며, 연장 신청에도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동자동 주민 A씨는 "임대주택이 아니라 영구 임대 아파트, 그걸 원한다. 연장을 할 수 있어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간절하니까 매일 (밖에) 나와서 기웃대며 알아본다. 죽을 때까지 멀쩡한 주택에서 사는 거. 나도 그러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지원이 쉽지 않은 탓에 주민들은 결국 동자동 쪽방촌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선풍기 지원... 그러나 전기세 낼 돈이 없어 무용지물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홍제동 개미마을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꼽히는 곳이다. 홍제동 개미마을은 아직까지도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연탄 없이는 겨울을 날 수 없는 동네이다.

주민 B씨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주민들은 연탄을 갈기 위해 추운 새벽에도 수시로 깨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또한, 무거운 LPG 가스를 주기적으로 구매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한 통에 6만 원 가량으로 개미마을 주민들의 형편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그에 대한 지원금은 없는 상황이다. 

여름에는 폭염을 나기 위해 정부기관에서 선풍기를 지원하는데, 전기요금이 부담돼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 이들의 실상이다. 1인 당 30만 원 정도의 전기요금 지원금이 나오지만, 그들은 이를 끼니를 채우기 위해 사용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제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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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제동 주민들이 사용하는 연탄 보일러 ⓒ 경희대학교 세계와시민 GCP 프로젝트 두빵 팀

 
기후변화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피해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하루빨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을 위한 일시적인 대책보다는 지속적으로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정부정책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연탄을 사용하고 있으니 연탄을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연탄을 대신하여 그들이 밤새 편안하고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는 보일러를 지원해주고, 형식적으로 책정한 30만원의 전기요금 지원이 아닌, 그들의 형편을 고려한 지원금으로 재산정해야 한다. '형식적' 제도가 아닌 '맞춤형' 제도가 필요하다.

대다수 취약계층 사람들은 혜택을 받기 위한 절차 신청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거취약계층의 주거환경개선을 돕는 한 봉사기관 담당자는 "국가 입장에서는 틀에 부합하는 사람들만 도와주는 부분이 있다. 이해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취약계층은 서류 지원을 하는 것이 어려움이 있으며, 도움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움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현황은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봉사단체 같은 민간기관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그들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국가가 해야 할 일과 민간기관이 도울 수 있는 일을 배분해 주거취약계층의 삶과 주거환경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면, 피해규모와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코로나19 이후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과 활동이 대폭 줄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따르면 연탄 봉사자 규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60% 넘게 감소했다고 한다. 각자의 삶에 매몰되는 개인주의가 점차 사회적 무관심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는 '개인주의'의 관념을 버리고 사회에도 관심을 가져 사회적 약자를 돕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대면봉사활동 뿐만 아니라 후원, 서명운동, 온라인 캠페인 등 다양하다. 따뜻한 관심과 도움의 손길로 더 나은 공동체를 조성하려는 진정한 시민의식을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와시민> 강의에서 '기후변화 주거취약계층'을 주제로 활동한 두빵팀(김호연, 안은선, 양하영, 이상희, 이소정, 이소진, 이주명, 최혜진) 의 글로벌 시티즌 프로젝트 활동의 결과물입니다.
#기후변화취약계층 #주거취약계층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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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세계와 시민 글로벌시티즌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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