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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사진 사용하며 '환경보호', 가능합니다"

[인터뷰] 필름로그 박소연 팀장 "개성 추구하는 요즘 시대, 필름사진 좋은 도구"

등록 2022.12.13 13:27수정 2022.12.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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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필름로그 현상소’ 앞 필름자판기에서 업사이클 카메라를 판매 중이다. ⓒ 최영인


최근 뉴트로(New+Retro) 열풍으로 필름 카메라와 같은 아날로그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월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필름 카메라 매출은 2017년 대비 158% 상승했다. 이러한 열풍에 필름 업계는 되살아났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일회용 필름 카메라가 초래하는 환경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일회용 카메라로 제조되었지만 '다회용 카메라'로 재탄생 시키는 작업은 환경을 위한 의지와 조금의 노력만 보태어진다면 현상소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2019년 1월, 필름로그 SNS에 올라온 글이다. 필름로그는 필름 현상소이지만, 다른 현상소들처럼 단순히 필름 현상 및 스캔, 인화만 하지는 않는다. 필름로그는 2019년 'This is Not a single use camera: 이것은 일회용 카메라가 아닙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일회용 카메라가 현상소에 맡겨지면 필름을 꺼낸 후 카메라 본체는 버려진다. 그러나 필름로그에서 판매 중인 업사이클 카메라는 플라스틱으로 된 카메라 본체를 버리지 않고 업사이클링(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하여 가치를 높이는 일) 하는 과정을 거친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2021년 1월에는 '플라스틱 필름통' 업사이클링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했다. 필름은 품질 유지를 위해 플라스틱 필름통에 담겨 판매돼왔다. 이때 필름을 꺼낸 빈 통은 대부분 버려지게 된다. 공모전 이후, 일회용이었던 플라스틱 필름통은 '업사이클 필름 케이스'로 재탄생되었다.

지난 8월부터는 현상된 필름을 비닐 파일에 담아 제공하던 기존 서비스를, 필름매거진에 감아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변경했다. 늘어나는 비닐 사용을 막고, 버려지는 필름 매거진을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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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로그 박소연 팀장 ⓒ 박소연

   
지난 11월 7일, 필름로그의 박소연 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 팀장은 업사이클 카메라 프로젝트의 생산 및 제작, 업사이클 필름 케이스의 초기 기획 등 필름로그에서 환경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다양한 환경 프로젝트를 해온 필름로그도 사업을 구상할 때부터 이를 기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린로그라는 친환경 건축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던 중, 초창기 멤버 모두 필름 사진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필름로그를 창업하게 됐다.

친환경 건축 컨설팅 회사에서 시작하다 보니, 필름 현상소를 운영하면서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현상소에 접수되는 수많은 일회용 카메라가 버려지는 것에 대한 문제를 인식한 것이 업사이클링 필름 카메라의 우연한 시작이다.


"처음에는 현상소에 접수된 일회용 카메라 바디들을 어떻게 할지 몰라 버렸는데요. 이게 너무 아까워서 한번 분해해보게 되었습니다. 새 필름도 장착해보고 여러 시도를 하다가 정상 작동이 되는 것을 확인했어요. 그때부터 이건 일회용품이 아니라 계속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시도에는 늘 따르는 어려움

필름로그는 업사이클링 카메라와 업사이클 필름 케이스 등을 생산하며, 재활용 범위를 점차 확장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큰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과정이 늘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손님들이 맡기는 필름에서 플라스틱 필름통이 너무 많이 발생하다 보니, 회사 내부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모아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시도했던 것이 플라스틱 필름통 업사이클링 아이디어 공모전이었습니다. 많은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상금까지 걸고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했죠.

다양한 아이디어 중에서 1등으로 당선된 것을 토대로 필름로그에서 구체화하는 단계를 거쳤어요. 이 과정에서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실제 상품화하는 데 성공해 최종적으로 텀블벅 펀딩까지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필름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환경보호와는 결이 맞지 않을 수 있다. 환경보호와 필름사진, 모순돼 보일 수 있는 이 두가지를 함께 추구하는 이유에 관해 묻자, 박 팀장은 "환경을 생각해 이동 수단을 타지 않거나 이동을 제한할 수 있을까요? 쓰레기를 없애기 위해 우리가 어떠한 소비도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저는) 환경을 위해 인간의 마땅한 활동이 맹목적으로 제약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활동과 환경보호를 대립된 시각으로 보기보다 필름의 가치를 알리는 활동을 하는 동시에, 환경을 위해 최소한이라도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실천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필름의 가치란 무엇일까.
 
"대다수가 스마트폰으로 획일적인 사진을 찍는 디지털 시대에서, 필름 사진은 필름 카메라의 종류, 필름의 선택, 현상소의 작업까지 최소 3가지의 변수를 통해 탄생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그 어떤 필름 사진도 똑같을 수 없죠. 요즘 시대 같이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닌 각각의 개성이 표현될 수 있는 사진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름 사진이 좋은 도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필름로그의 환경 프로젝트로 필름 사진 문화가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에, 박 팀장은 "문화는 감히 누군가가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필름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저희는 필름 문화를 더 가치 있게 즐길 수 있도록 고민하고 행보를 이어 나갈 것입니다. 여기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많길 바랄 뿐입니다."
#필름로그 #필름로그 박소연 #환경보호 #업사이클 카메라 #업사이클 필름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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