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장애인의 날(4.20) 다음날인 지난 4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2호선 시청역사 내에서 지하철 탑승시위를 하고 있다.
이희훈
저는 '4호선에 영혼이 갇혔다'는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하곤 합니다. 제가 무려 서너살때부터 살아온 경기 과천은 4호선만 지납니다. 초중고를 모두 도보 10분 이내 거리에서 다니고 대학도 4호선에서 다녔습니다. 비록 워낙 외근이 많아서 매일 명동으로 오는 것은 아니지만, 졸업논문 제출 다음 날부터 명동에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출퇴근을 한 지 만 5년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4호선을 타고 등하교, 출퇴근을 하는 마음을 조금은 압니다.
지금 4호선을 중심으로 생활반경이 이루어진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아침마다 얼마나 착잡할까요. 저는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투쟁으로 인해 출근시간이나 회의에 늦어지는 것이 매우 양해되는 곳에서 지내고 있으니 그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가끔은 절대 늦어서는 안 되는 기자회견, 토론회, 면담자리 등이 있을 때면 전날 밤부터 깊은 고민을 합니다. 버스 우회를 할 것인지, 얼마나 더 많이 일찍 출발할지를 따져봅니다.
4호선 구간을 지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도 못하면서, 전철에서 안내방송이 나올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누군가 나의 동료들에게 욕설을 내뱉을까 신경이 곤두서있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투쟁이니 모두가 아주 흔쾌한 마음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말도 차마 하지 못하겠습니다. 대부분 시민들이 장애인도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오길 바라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장 내 눈앞 삶을 조여오는 시간의 압박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자는 시간을 빼고, 아니 자는 시간보다 긴 시간을 사회운동에 쓰는 저조차도 예측 못하고 탄 전철이 지하철투쟁으로 연착 중일때는 한숨도 쉬고, 복잡한 마음으로 전장연의 SNS 중계를 보며 시간을 계산하곤 하니까요.
어제도 오늘도, 누군가에게 욕을 먹고 있는 전장연 동료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아픕니다. 몇 달 전, 함께 회의를 하던 전장연의 달주 대표님(권달주 상임공동대표)께서 한동안 중단되었던 전철투쟁을 내일 가야 한다며 한숨을 깊게 내쉬던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전철을 멈춰 세우고, 맨몸으로 날선 목소리에 마주해야하는 것은 그 누구도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날선 시선 마주할 생각에 한숨 쉬던 그 모습...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