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27 4.16생명안전공원 문화제 4.16합창단생명안전공원 문화제에 4.16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하는 4.16합창단의 공연과, 노란리본 퍼포먼스가 이어지고 있다.
4.16연대
세월호참사 유가족은 울기도 하지만 웃기도 하는 피해자, 화내는 피해자, 새누리당을 지지하기도 하고 노조에 가입하기도 하는 다양한 피해자의 모습으로 '순수한 유가족' 프레임에 저항하고 '피해자다움'를 깨부셨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살아간다면 누구나 될 수 있었던 '유가족'으로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해오고 있다. 참사를 '불운한 개인의 일'이라고 치부하는 사회와 싸우고, 사회 전체 문제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법,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 냈다. 다시는 당신과 같은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시민들에게 국가 존재의 이유를 묻고 국가가 안전사회와 피해자권리를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참사 피해자가 확장하는 안전권
세월호 가족은 '누구나' 어디서든 안전할 수 있도록, '누구든' 수학여행을 가다가 죽지 않도록, '누구든' 재난참사 피해자라면 국가에게 응당 보장받아야할 것들을 보장받도록 싸워왔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밤을 보내고 안전하게 집으로 귀가할 수 있도록 이태원참사 가족들도 싸우고 있다.
마치 인간의 범주를 점차 확장하며 '인권'이라는 개념을 만들어온 것처럼, 재난참사 피해자와 그에 연대하는 우리는 계속해서 안전권의 개념을 만들어가고 확장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안전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세월호참사와 이태원참사는 국가의 부작위에 의해 국민의 생명을 잃은 참사라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
세월호참사 당시, 해경지휘부는 승객 인원과 침몰 예상시각, 선내 구조에 따른 구조계획을 세우지 않았으며, 구조세력에게 유의미한 퇴선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결국 100분이라는 충분한 골든타임에도 304명이 희생되었다. 해경으로 대표되는 국가가 '의무를 하지 않음'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세월호참사로 만들었다.
필자는 이태원참사의 핵심 질문이 왜 이전에는 있었던 대책과 계획이 이번에는 부재했는가라고 생각한다. 서울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서울특별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 조례' 등 법률에 따라, 관할 지역의 재난을 예방, 대비하고 대처하는 등 책임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 실제로 2020년, 2021년 핼러윈 데이 때 서울시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밀집 지역에 특별 방역 대책을 수립하고 특별 현장지도를 실시한 사실이 있다.
하지만 2022년 10월 29일 당일, 서울시장을 비롯한 국가 공직자는 압사 등 다중운집 사고에 관한 사전예방 계획 및 대책수립 의무 자체를 불이행했고, 사전 대책 수립 및 사전예방조치로서 지하철 무정차 통과 등을 계획하거나, 재난안전상황실을 상시 설치하지 않았다. 서울시 및 중앙정부와 경찰, 행정안전부로 대표되는 국가는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아' 참사를 초래했다(2022. 12. 8. 민변·참여연대 - 오세훈 시장 등 서울시 수사촉구 기자회견).
이처럼 국민의 안전에 대한 주의 의무를 가진 공직자 여럿이, 각자의 위치에서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대형재난참사는 일어난다. 하지만 부작위 처벌에 대한 대한민국의 인식은 너무나 안이하다. 고의로 저지른 것이 아닌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범죄가 될 수 있냐'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주의의무를 지닌 공직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죄가 된다. 첫째로 그 피해규모가 크기 때문이며, 둘째로 작위/부작위한 공직자에 대한 책임자 처벌이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 명의 책임자라도 제 역할을 다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으나 다수의 공직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에만 참사가 일어나므로, 전체에게 경각심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그 지휘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국가의 책임을 인정받아야 희생자는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자의 고통은 위로받으며 공동체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