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투신한 부모의 공로 잊지 말아주길"

민주화운동 나섰던 당사자 13명과 유자녀 18명에게 장학금 및 생활지원금 전달 행사 열려

등록 2022.12.30 09:35수정 2022.12.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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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미워할 뻔 했습니다. 저와 시간을 가져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지만 (희망나누기)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아버지의 삶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 최영균님의 유자녀 최현재군, 첫 번째 희망나누기 선정)

"아빠와 함께 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 아빠와의 추억이 희미해졌지만 아빠를 잘 모르는 분들까지 아빠를 지지해주고 기억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고 박종태님의 유자녀 박정하군, 세 번째 희망나누기 선정)

"아버지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기에 제가 이 사업의 대상자로 추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뜻을 따르겠습니다. 저도 또 다른 도움을 이어가겠습니다." (고 정영록님의 유자녀 정민승군, 세 번째 희망나누기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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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수운회관에서는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네 번째 희망나누기> 행사가 진행됐다 ⓒ 이무진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네 번째 희망나누기' 행사가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희망나누기(이하 희망나누기)는 2019년 한 기부자의 뜻으로 시작해 민주화운동 및 민중운동 인사의 유자녀와 현재 몸이 아픈 운동가 본인에게 장학금과 생활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업은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공동주최, 희망나누기 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다.

함세웅 신부는 이날 축사를 통해 "첫 독지가가 동지들과 후손들을 생각하면서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놓았다. 삶을 나누는 것은 희망이고 그 희망은 더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 희생자들의 고귀한 뜻이 자녀들 속에서 재현되고 또 후손들을 통해 이어질 때 우리 공동체는 더 아름답게 만들어질 것"이라며 희망나누기 행사를 축하했다. 

문국주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은 "시절이 어두워지고 있는데 민주화운동을 공유하는 세대들이 힘을 합쳐서 시대의 어둠을 걷어내는 데 노력했으면 한다"면서 희망나누기 사업을 통해 앞세대와 뒷세대가 마음을 합치자고 당부했다. 

이어 단상에 선 연성만 희망나누기 운영위원장은 자리를 꽉 채운 참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먼저 가신 동지들이 생을 바치고 젊음을 바쳐 해온 일, 즉 민주화운동이 우리를 여기에 모이게 한 것"이라고 행사 의의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기부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나 뜻을 함께 하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올해는 명단을 공개하기로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되어 명단을 밝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삼열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은 '먼저 이 자리에 함께 해 감격스럽다'는 인사말을 전하며 4.19혁명부터 촛불항쟁까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바로세우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쓴 시대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독재세력이 부상하는 현 상황에서 민주주의와 정의사회를 위한 운동을 다시 일으켜야 할 때"라고 단언하고 "민주운동가들과 그 후손들이 손 맞잡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힘을 모으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피력했다.


또한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실망스러운 일들이 많음에도 이렇게 아버지 어머니 세대에 이어서 자식들에게 희망을 나누는 자리에 온 것이 큰 위안이 된다"고 전제하고 '민주화운동을 했던 부모들을 떠나보낸 유자녀들이 힘든 여건 속에서도 분투'하고 있는 것을 격려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역사를 이어간다 생각해 주시고 부모들의 공로를 잊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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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수운회관에서는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네 번째 희망나누기> 행사가 진행됐다. ⓒ 이무진

     
이어 18명의 유자녀와 13명의 민주화운동 당사자(총 기부액 1억6700만원)에게 장학금과 생활지원금이 증정됐다. 

고 서정원님의 유가족은 증정식 후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아이들이 두 살, 세 살 때 아빠가 떠나서 (아이들이) 아빠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이 아빠를 다시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게 됐다"며 눈물을 보였다.

고 이강복님의 유자녀 이대우군은 "모든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들의 노고를 잊지 않아 주셔서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제가) 소방대원(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부당한 권력에 맞서고 사회적 약자를 지키는 데 애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화운동 당사자인 구정철씨는 "(과거 제) 삶이 힘들었다"고 밝히며 "그런 삶이 여러분들에게 인정받아 정말 기쁘고, 내 삶이 미래로 이어져 힘든 조국의 미래가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익명의 첫 기부자는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 먼저 가신 분의 가족 중 많은 분들이 어려운 형편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다. 정부에서 이렇다 할 지원사업을 하지 않고 있으니 나라도 힘닿는 데까지 지원하고 싶다"고 기부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작은 마음으로 시작한 희망나누기에 지금은 50여 명 넘는 기부자와 10여 개의 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올해로 네 번째 열린 희망나누기에는 총 78명(유자녀 48명, 몸이 아픈 당사자 30명)과 희망을 나누었다. 현재 고 조문익님의 유자녀 조용화군은 전북노동연구원에서 일하며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고 있으며, 고 남기균님의 유자녀 남채현군은 장학금 지급 후 학업에 집중, 동국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학생운동 중 받은 충격으로 질환을 앓아온 이충섭님(본인)은 희망나누기 이후 처음으로 모교 민주동문회 모임에 참가했다.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희망나누기'는 앞세대와 뒷세대가 함께 하는 오늘날의 민주화운동으로 시대를 이어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다른 언론사에도 게재될 수 있습니다.
#희망나누기 #민주화운동 #유자녀 #장학금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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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전국회의에서 파트로 힘을 보태고 있는 세 아이 엄마입니다. 북한산을 옆에, 도봉산을 뒤에 두고 사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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