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개를 기르다 그리고... 고양이를 기르다> 책 표지
문학동네
만화 속 개의 이름은 '톰'이다. 14살인 톰은 수컷이지만 늙어서 소변을 볼 때 뒷다리를 들어 올릴 힘이 없어 자기 앞발을 적신다. 대변을 볼 때도 갑자기 털퍼덕 주저앉는 바람에, 사람이 몸을 받쳐주지 않으면 똥 위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발도 질질 끌기 시작해 발에 피가 나고 산책도 힘들어진다. 식욕은 점점 줄어 앉아 있을 힘마저 없다. 그렇게 동물도 나이를 먹고 죽음을 향해 간다.
주인 부부가 톰과 산책을 하다가 이웃집 '아기'와 '노인'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작가는 계절이 바뀌듯 생명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동네 할머니는 벽에 기대 겨우 앉아 있는 톰에게 말을 건다. "나도 얼른 가고 싶은데 잘 안돼. 너도 그렇지? 더는 폐 끼치고 싶지 않아. 아마 얘도 그렇겠지. 그런 마음일 게야"라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전한다. 인간도 동물의 생로병사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느꼈다.
발작으로 쓰러진 지 20일만에 결국 톰은 죽음을 맞이했다. 부부는 눈물로 톰을 보내고 말한다.
"겨우 개 한 마리... 그러나 잃은 것이 이토록 큰 것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톰의 죽음이 우리에게 남겨준 것... 그것은 더욱 크고 소중한 것이었다."
작품 속 부부가 안락사를 선택하지 않고 톰이 죽음으로 가는 길을 끝까지 정성껏 돌보고 지켜주는 모습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작가는 노쇠한 반려견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며 안락사를 여러 번 고민했지만, 거의 잠든 상태 같아서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수의사 말에 자연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다만 말을 못 하는 동물의 최후를 지켜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고 회고한다.
얼마 전 나는 반려견 망고가 갑자기 왼쪽 뒷다리 절어서 깜짝 놀랐다. 벌써 7살이니까 노화가 시작됐나 싶어 걱정했다. 병원에서는 웰시코기가 허리가 길어서 태생적으로 관절염이 생긴다며 지금은 심각하지 않으니 영양제를 꾸준히 먹이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10년도 남지 않았구나' 싶으니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만화에서 늙은 개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니, 앞으로 망고도 이런 시간을 겪겠구나 싶어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지금 이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편, 노쇠한 톰의 모습은 함께 사는 친정어머니와도 겹쳤다. 80세 중반인 어머니는 지금 감기를 2주 넘게 앓고 있다. 평소 몸이 안 좋을 때 영양제를 맞고 나면 거뜬해지곤 했다. 이번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루 좋았다, 하루 나빴다를 반복하고 있다. 컨디션이 조금 나아졌을 때 제발 쉬라고 해도, 옛날 분답게 몸을 움직여야 한다며 뭔가 일을 해서 - 책 필사를 한다든지, 옷을 고친다든지- 다음 날 또 몸이 처진다. 엄마의 허리는 더 구부정해졌고, 걸음걸이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
오늘 외출했다가 꽃무늬가 화려한 새 이불을 샀다. 어머니가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기분전환을 했으면 싶었다. 나는 침대에 새 이불을 펼쳐놓으며 말했다. "엄마, 꽃길만 걸어요." 어머니는 곧 죽을 사람한테 뭘 이런 걸 사 왔냐며 쓸데없이 돈을 쓴다고 나를 타박했다. "아이고, 10년은 넘게 더 사실 텐데 뭘~ 그럼 이불값은 빠지지~" 하는 내 말에는 웃으며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다. 체력이 떨어진 엄마의 모습을 보며 만화 속 쇠약해져 가는 톰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