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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운 건 글이 아니라 '말'"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를 출간한 강원국 작가

등록 2023.01.10 10:54수정 2023.01.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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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 등 글쓰기 책으로 많은 사랑 받는 강원국 작가가 2021년에 이어 '말하기'에 대한 두 번째 책인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를 지난해 12월 출간했다. 이 책은 말에 관한 강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과 말 습관에 관한 노하우를 담고 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자 지난 4일 서울 용산역에서 강원국 작가와 만났다. 다음은 강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 

"지금은 지금 말의 수난 시대, 혼돈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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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라는 책을 출간한 강원국 작가 ⓒ 강원국 제공

 
- 지난해 12월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라는 책을 출간하셨잖아요. 보름이 지났는데 반응이 어떤가요?

"이번 책은 전주에 있는 1인 출판사에서 냈어요. 그래서 특별한 마케팅이 많지는 않아요. 그에 비춰서는 잘 나간다고 봐야죠. 원래 뜨거운 반응을 기대하진 않았어요. 지금 1쇄를 7천 부 찍었는데 거의 다 서점에 깔렸고. 2쇄를 찍어야 할 상황이거든요. <어른답게 말합니다>가 1년 6개월 전에 나왔는데, 그걸 먼저 읽어본 사람들은 그에 비해 나쁘지 않다고 해요."

- 부제가 '당신의 말은 안녕하십니까?'입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그 앞에 말의 혼돈시대라고 써놓았잖아요. 저는 지금이 말의 수난 시대, 혼돈 시대라고 생각해요. 서로 대화가 안 돼요. 정치권에서 여야 간 뿐만 아니고 세대 간, 계층 간 심지어 남녀 간에 대화가 안 되는 교착 상태에 있고, 그런 상태에서 그나마 오가는 말이 혐오, 증오, 반목, 대립, 갈등 등만 난무한다는 거죠. 그래서 정말 말의 전쟁 시대라고 할까요.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어요."

- 이유가 뭘까요?


"일단 우리 사회가 양쪽으로 약간 극단화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들 사이에 오가는 말도 대립과 반목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말들이 무성하게 되고요. 우리 말의 특징은 뒷담화나 험담이 원래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댓글 같은 걸 보더라도 아주 치명적인 수준이라고 생각이 돼요."

- 요즘은 실제로 만나서도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받기도 하잖아요.

"대화 자체가 사라졌어요. 가족 간에도 대화를 안 하고 다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로 소통하죠. 그러니까 아까 말했듯이 말의 수난 시대, 말의 빈곤 시대, 말의 전쟁 상태라는 거죠. 우리가 말을 해야 오해도 줄일 수 있고 서로 이해되고 소통도 되는데 문자 메시지 같은 걸로 대신하면 거기서 오해가 싹틀 수 있거든요.

그렇게 되다 보면 누구나 말로 인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런 데서 당신은 안전하냐 안녕하냐. 안녕하기를 바란다. 당신도 가해자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우리 서로가 말의 수난 시대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그로부터 상처받지 않고 안전했으면 좋겠다'라는 거죠. 즉 대화가 없고 오직 대립와 싸움, 갈등만 있는 시대에서 안전하냐고 묻는 거죠."

- 말로 하는 것과 글로 하는 것의 차이는 뭘까요?

"일단 글은 글 읽는 상대가 내 앞에 있지 않잖아요. 말은 말을 하면서 잘 못 알아듣겠으면, 좀 이상하면 물어볼 수 있고 풀 수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글은 오해가 생길 여지가 크죠. 사람이 앞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전달 방식에서도 말이 오해를 줄일 수 있어요. 왜냐면 말을 할 때는 표정을 보여주잖아요. 하지만 글은 잘 쓰는 사람이 아니면 표정을 담기 어려워요. 그런 데서도 오해가 오죠.

다만, 글의 장점도 있죠. 글은 즉흥적으로 하지 않잖아요. 고치기도 하고 다시 읽어보고 '이렇게 되면 알아먹을까'도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말은 글쓰기같이 하고 글쓰기는 말하듯이 해야 된다는 거죠."

- '말은 글쓰기같이, 글쓰기는 말하듯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글을 쓸 때는 상대가 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 분위기를 다 담아야죠. 말할 때는 앞에서 표정을 보여주니까 이 사람이 어떤 배경에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잖아요. 근데 글은 사람이 안 보이니까 이해가 어렵죠. 말하듯이 글 쓴다는 건 표정이 담기고 말에 가까운 글을 쓰라는 거죠.

글 쓰면서 '그랬어용' 하고 그랬어요'은 차이가 있잖아요. 그걸 보면 이 사람이 지금 기분이 좋은지 아니면 나한테 좀 삐쳐 있는지 받아보면 알 수 있어요. 그게 바로 말에 가까운 글을 쓰는 거고요. 대신에 말은 머릿속으로 한 번 교정을 거쳐서 한 템포 생각해보고 말하라는 거죠. 그게 글에 가까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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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책 표지 ⓒ 더클

 
- 말하기에 대한 두 번째 책이잖아요. 말하기에 대한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KBS <말 같은 말>이라는 프로그램 한 1년 2개월 했었고요. 이게 <어른답게 말합니다>라는 책으로 나왔지요. 그런데 전체 내용 중 그 책에 안 들어갔던 게 반 이상 돼요. 이번에 책을 출간한 전주의 출판사 대표가 그걸 다 녹취로 풀었어요. 그리고 저에게 와서 '이거 너무 아깝다. 나에게 달라'는 거예요. 그걸 바탕으로 한 건데, 그래도 이 책에 담긴 내용 절반은 다시 썼어요."

- 작가님은 원래 말을 잘하셨나요?

"저는 말을 못 하는 사람이었죠. 강의를 해야 하고 그게 밥벌이가 되니까 말을 하게 됐고요, 또 말은 많이 할수록 늘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말하는 걸 생각해 보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께 글을 배운 게 아니고 말을 배운 거예요. 저는 글을 배운 줄 알았어요. 근데 내용은 말이잖아요. 대통령이 고칠 때 '야 글을 이렇게 쓰면 안 돼'가 아니고 '야 말을 이렇게 하면 안 돼'라고 가르쳐 주신 거예요. 또 어릴 때부터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님 돌아가시고 듣기를 많이 했어요. 근데 말을 잘 하려면 잘 들어야 되더라고요."

- 책에도 말 잘하려면 잘 들어야 한다고 나오던데 경청이 왜 중요한 거죠?

"먼저 많이 들으면 내가 말할 수 있는 내용을 많이 마련하게 돼요. 두 번째, 우리가 말을 잘하는 사람이든 못하는 사람이든 만나면 '저 사람 말 참 잘한다. 저 사람 같이 나도 말하고 싶다' 혹은 '야 저 사람처럼 저렇게 말하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하죠. 즉 말을 들으면서 내가 본받을 사람 혹은 반면교사의 사람을 스스로 알게 돼요. 그러니까 잘 듣는 사람은 잘 말할 수 있어요."

- 우리는 듣기보다 말을 많이 하려고 하지 않나요?

"말을 잘하기 위해 그걸 바꿀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내가 남의 말 안 들으면 남도 내 말 안 들어주겠죠. 그럼 내가 말할 기회도 안 생기겠죠. 내가 잘 들어줘야 말할 기회를 갖게 돼요. 그리고 남이 말하는 걸 다 들으면, 그 상대를 잘 알게 되어 유리한 입장에 서게 돼요. 그러니까 듣는 게 우선이 돼야 되죠."

"말의 정화, 말의 순화, 말의 진화 위해 각자 책임 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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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라는 책을 출간한 강원국 작가 ⓒ 이영광

 
- 말을 잘 쓰는 사람이 말도 잘한다고 쓰셨어요. 그리고 둘 중 한 가지만 잘하는 건 '경험이 없어서'라고 쓰셨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런 거예요. 어떤 사람은 말을 잘하는 데 글을 못 써요. 어떤 사람은 글은 잘 쓰는데 말을 못 해요.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냐면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말로 해결하려고 해요. 글 쓰는 것보다는 말이 쉽고 빠르고 더 효율적이잖아요. 그래서 멀어지는 거예요. 반대로 글이 쉬운 사람은 상대를 안 만나고 문자 혹은 메일로 해결하려고 그래요. 그러다 보면 말하는 게 더 두려워져요. 근데 말을 잘하는 사람은 글을 많이 쓰기 시작하면 잘 쓸 수 있어요. 반대로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말을 자주 하다보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많이 해야 느는 건가요?

"그럼요. 모든 일에 있어서 그건 진리예요. 근데 자기가 편한 거, 잘하는 것 쪽으로만 하잖아요. 즉 왼손잡이가 오른손도 써야 되고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써야 하는데 안 쓰는 거예요. 글도 똑같은 거예요."

- 질문 역량이 말하기 실력이란 부분이 있던데 말하기에서 질문이 왜 중요한가요?

"질문이 없으면 대화라는 게 안 돼요. 이 세상에 대화가 없어져요.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궁금하지 않다는 거고 알고 싶지 않다는 거죠.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요. 이 세상에 발전이 있겠습니까. 뭔가 알고 싶고 궁금하고 호기심이 있는 사람은 질문해요.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하면 거기서 답을 찾고,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거죠."

- 책엔 반복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도 있어요. 하지만 좋은 말도 한두 번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말하는 걸 싫어하는 것 같은데.

"강조하기 위해서 반복할 필요는 있어요. 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늘 그러셨거든요. '나는 여러 번 얘기해도 듣는 사람은 늘 처음이다. 열 번 얘기하지 않으면 한 번도 얘기 안 한 거나 똑같다'고요. 다른 사람들이 내 말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요. 관심이 없기 때문에 반복을 해야 되요. 사실 늘 새로운 얘기를 하고 늘 다른 얘기를 하면 이미지가 만들어지지 않아요. 물론 아무 얘기나 반복하면 안 되고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얘기를 반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흔히 받아쓰기와 메모를 똑같이 생각하는데 작가님은 다르게 생각하시나 봐요?

"받아쓰기는 누가 하는 말을 받아쓰는 거예요. 그건 내 말이 아니에요. 하지만 메모는 내 안에서 나오는 거예요. 그 차이가 있다고 봐요."

- 예를 들어 제가 작가님 말씀 듣고 그에 대한 제 생각을 적는 게 메모인가요?

"그렇죠. 제 얘기를 듣고 생각난 걸 적으면 메모고요. 그냥 제 얘기를 그대로 받아 적으면 받아쓰기죠. 사실은 받아쓰기도 필요하고 메모도 해야 되는데 난 메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왜인가요?

"내 안에서 나오는 게 중요하죠. 내가 받아 쓰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죠. 근데 받아쓰기도 필요해요. 인터뷰 하면 제가 한 말은 그대로 받아 써야 될 거 아니에요. 그렇지만 거기에 대한 판단이나 의견으로 메모가 들어가게 되죠."

- 비판에 대한 대목도 있어요. 비판에서 중요한 건 대안인 것 같아요. 대안이 없는 비판은 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누군가 A라고 말할 때 제가 'A 아니고 B야. A 틀렸어. 듣기 싫어. 안 들어'라고 하는 건 비판이 아니죠. 근데 그 사람이 A라고 했지만 B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A를 일단 받아들이고 제 B를 떠올려요. 그래서 A와 B를 비교하고 분석해서 C를 만들어요. 그래서 'A라고 말씀하신 건 충분히 알겠고 A도 타당한데 내가 생각해 보니까 C가 더 나은 것 같습니다'라고 해요. 이게 비판적인 거예요."

- 책에 세대 간 소통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와요. 

"결국 다음 세대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잖아요. 소통이 안 되면 아랫세대 의견이나 아랫세대가 바라는 쪽으로 수렴이 안 돼서 그런 쪽으로 세상이 움직이지 않게 되죠. 저는 아랫세대들이 이렇게 말하는 걸 들어줌으로써 연습과 훈련을 하도록 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 이 책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대화의 빈곤이라든지 혐오의 문제, 편 가르기 등 모든 문제에 대해 방관하고만 있으면 이건 고쳐지지 않죠. 그럴수록 적극적으로 우리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에 참여해야 한다는 거예요. 손가락질하고 '정치권 저래요'나 '난 쟤들하고 안 놀아. 나는 물 들기 싫어'라고 해서 자꾸 빠지려고 하지 말고 자기부터 어떤 자리든 책임감 있게 말을 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 사회의 말의 정화, 말의 순화, 말의 진화 위해 노력과 책임을 각자가 다 하는 거죠."
덧붙이는 글 '전북의소리'에도 중복게재합니다.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강원국 (지은이),
더클, 2022


#강원국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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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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