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선고가 났음에도 사측의 우려를 보도로 전달한 한국경제(1/10)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1심 선고 결과를 전하며 <파견직 쓰면 유죄..."누가 한(국)서 기업하겠나">(1월 10일 박한신·곽용희 기자)에서 "법인과 대표를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은 것으로 외국 기업의 한국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한국 법인 대표라는 이유만으로 범법자가 된다면 어느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고 누가 부임하려 하겠느냐"는 반발이 자동차 업계와 경제계에서 나온다고 전했는데요. 한국 GM측의 항소 예고를 전하며 현행 파견법이 "최근 들어 법원에서 적법한 사내하도급을 불법파견으로 규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한국 GM측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한국경제는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처벌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3년 닉 라일리 한국GM 초대 사장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고 썼고, "카젬 전 사장까지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나 카젬 전 사장은 외국인이기에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불법을 저지른 기업 대표라서 책임져야 하는 것임에도, 한국경제의 보도는 이를 뭉뚱그리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또한, 두 명의 대표가 연이어 불법으로 처벌받는다는 것에는 분명 개선되지 않는 GM의 경영 문제가 있다는 뜻인데, 이건 놔두고 오히려 GM 측을 보호하는 듯한 모습이 개탄스럽습니다.
"산업계 비상" 노동자보다 산업계 걱정해주는 언론
한국경제가 '파견법 손질'을 외친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대법원이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2년 넘게 일한 협력업체 직원을 직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을 때도 한국경제는 <사설/잇따르는 직고용 판결…노동 경직성 막으려면 낡은 파견법 손질해야>(2022/7/29)에서 "원·하청 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판결로 "산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며 "산업 및 고용구조 변화에 맞게 파견 허용 업종과 기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언론이 한국경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디지털타임스 <"도급직을 정규직 전환하라니…" 한국GM 경영 정상화 적신호>(2021/2/22 장우진 기자)도 "국내 제조업의 고임금 특성상 모든 인력을 정규직화할 수 없는 만큼 하도급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입장"이라며 "도급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질 경우 한국GM은 갑자기 불어난 인건비 부담으로 투자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기업을 엄호하는 듯 보도했습니다.
<기획/파견직 썼다고…한국GM 전 사장 유죄>(1월 9일 장우진 기자)에서는 재계가 "이번 판결이 글로벌 업체들의 한국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며 "글로벌 기준과 어긋난 국내 노동 규제가 기업들의 투자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GM은 585명 해고, 미국GM 1350명 정규직 전환
언론에선 이번 판결로 기업 부담이 늘어나 한국GM의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염려합니다. 쉬운 해고와 파견노동 등 노동 유연성으로 줄인 임금이 기업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그러나 3년 전 기사인 M투데이 <GM, 미국 비정규직 1,350명 정규직 전환. 한국지엠은 정리해고 강행>(2020/1/16 이상원 기자)에 따르면, 한국GM이 2019년 말 "창원공장 비정규직 근로자 585명을 해고한 가운데 모기업인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은 시간급 직원 1350명을 대거 정규직으로 채용"했습니다.
GM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직원'은 의료보험 비용 분담 개선, 퇴직금 저축 프로그램, 이익 공유, 생명보험 적용 등 복지혜택을 받게 됐는데요. 반면 한국GM은 "대법원으로부터 두 차례 비정규직 처우에 대한 불법파견 판결 받았지만, 경영상의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했습니다.
경기신문 <한(국)은 '불법파견' 미(국)는 '대규모 충원'…GM의 '두 얼굴'>(2020/7/23 방기열 기자)은 미국GM이 "코로나19로 중단된 공장 가동을 5월에 재기하며 본격적인 인력 충원에 나설 것"이라면서 기술 개발도 시작해 "2025년까지 200억 달러 이상의 자본을 전기 및 자율 주행 차량 약 20개 모델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3년 전 기사이긴 하나, 한국GM과 달리 미국GM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동시에 투자에도 나서는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대규모 정규직 전환은 미국 노동자들의 파업에서 비롯됐습니다. Detroit Free Press <GM to shift hundreds more temporary workers to full-time>(2020/1/15)은 미국이 135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는 데 2019년 9월 16일 시작한 파업이 주요했다고 보도했습니다. 40일간 계속된 미국GM의 파업은 10개주, 55개 GM 시설에서 4만 8000명의 노동자가 참여했는데요. 미국GM 부사장 Gerald Johnson은 정규직 전환을 두고 '고객요구를 충족하는데 직원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직원에 더 나은 근로조건을 제공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언급했습니다.
World Socialist Web Site <"He wants to abolish this horrible tiered labor system"—GM Flint temp worker supports Will Lehman for UAW president>(2022/8/18)도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에 반대한 2019년 미국GM 노동자들의 파업을 언급했는데요. 인터뷰에 나선 GM 플린트 조립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2년 근무 후 정규직 고용이 된다던 구인공고는 지켜지지 않았고, 편법을 통해 영원히 비정규직에 머무르게 했으며 동일 노동에도 저임금에 복지혜택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지속적으로 인건비를 낮추려는 회사에 맞서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자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업들, 고용 유연성이 필요 주장하지만... 실상은 유연한 해고"
매일노동뉴스 <불파 노동자, 검찰에 묻다 ①/불법파견 범죄, 참을 수 없는 그 가벼움>(2021/10/19 진환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교육선전부장)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7천371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릭 라일리 전 사장의 벌금은 고작 700만원"이라며 대부분 정규직 일자리였던 과거와 달리 "아웃소싱·하청·파견, 이름도 다양하게 비정규직이 됐"고, "기업들은 고용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유연한 해고를" 포장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파견법의 최대 수혜자는 기업과 사장들이고 그 고통은 노동자들이, 청년들이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버티면 비정규직 고용으로 수천억 원의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며 불법파견 범죄는 심각한 사회적 범죄인만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불법파견 없이는 기업 운영이 어려워 투자가 위축된다며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을 당연시합니다. 심지어 외국과 달리 한국은 노조가 강성이며, 글로벌 기준에 어긋난 규제로 외국 기업이 투자하기 어렵다는 억지를 부립니다. 하지만 미국 역시 노동자들의 연대와 투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했으며 더 나은 복지와 임금을 쟁취했습니다.
미국GM은 노동자에게 좋은 근로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기업에도 이익이라 보지만, 한국GM 측은 법원마저 인정한 '불법파견', 이를 통한 노동력 착취가 당연한듯이 얘기합니다. 일부 언론은 이런 외국계 기업의 주장에 동조하며 노동자를 값싸고 쉽게 버릴 수 있는 노동력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의 역할은 오히려 나라 별로 입장이 달라지는 기업 측에 책임을 묻고, 사측보다 약자인 노동자를 먼저 보호하라고 요구하는 데 있지 않을까요? 기업의 불법파견 혐의조차 감싸고 도는 언론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1월 10일 한국경제 지면. 포털사이트 네이버·구글에서 'GM'으로 검색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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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위축 우려" "파견법 고쳐야" 노동자보다 사측 걱정하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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