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 조경선씨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서 진술하며 흐느끼고 있다.
남소연
12월 2일 오빠의 행적을 알아보던 중 경찰에게 행적이나 상태에 대해 들었다는 분의 말씀을 듣고 성남중앙병원 담당 형사께 전화를 드려 우리 오빠에 대한 기록을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무슨 기록을 말하라는 거냐',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말만 여러번 반복하며 저와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수사권은 용산경찰서에서 하고 본인은 수사권이 없다, 종결되고 난 후 수사기록이 넘어오면 그때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럼 오빠의 사소한 기록이라도 좋으니 알려달라고 재차 요구했으나, '무슨 기록을 말하냐는 둥 이해가 안 된다는 둥 화내면 자기가 주고 싶어도 알려줄 수가 없다'는 말만 하며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여러 날에 걸쳐 몇 번의 전화를 계속하던 중 12월 5일, 기록을 보고 싶으면 정보공개청구를 하라고 하면서, 청구하면 기록을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경찰청, 용산경찰서, 성남중원경찰서, 국과수에 정보공개 신청을 했고. 12일 정보공개 요청결과를 통지받았습니다. 청구처리는 비공개, '수사 중인 사건의 기록이라 보여줄 수 없다'는 사유였습니다.
그날 17시 16분, 용산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빠의 기록은 용산경찰서에 처리하지 않았으니, 성남중원경찰서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저는 성남중원경찰서에서는 용산경찰서에 문의하라고 답변을 받았다고 하니, 알아본다고 하셨고 18시 05분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사건 서류는 성남중원경찰서에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너무 황당하고 말문이 막히는 상황에 정보공개청구에 기재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왜 안 보여주는지 항의를 했습니다. 담당자는 비공개 처리 사유만 반복적으로 말하며 '성남중원경찰서에서는 수사를 안 하고 있으며 용산경찰서 특수본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용산서에서는 성남중원경찰서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하고 성남중원경찰서는 용산경찰서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하는, 이런 어이없는 떠넘기기 상황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 오빠는 그때도 지금도 방치되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이후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하자, 다음날 성남중원경찰서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담당자는 경찰서에 날을 잡고 방문하면 기록을 열람하게 해주겠다며, 대신 이의신청을 하면 취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 후 3~4번의 전화가 더 왔습니다. 이의신청 취하 요청을 계속 요구하였고, 저는 이의신청을 취하했습니다.
대한민국 경찰이 국민을 지키라고 있는 거지 국민을 등지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행적을 쫓던 짧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 경찰의 행정처리와 부실수사, 수사방치에 정말 진절머리가 나게 치가 떨립니다. 저는 지금도 우리 오빠의 행적에 대해 알지 못하고, 아무도 우리 오빠에 대해 수사해 주는 이가 지금 현재까지도 없습니다.
"2차 가해 댓글의 1차 원인, 정부와 비양심적 의원들의 이간질"
그리고 2차 가해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제일 큰 2차 가해는 뒤에서는 아무것도 도와주고 있지 않으면서, 앞에서는 모든 책임과 의무를 다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정부와 공무원, 몇몇 비윤리적인 의원들의 무책임한 발언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간질'입니다. 국가가 해서는 안 되는 이간질로 인해 저는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나라를 위해 일하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이 상황을 잘 모르는 국민들을 상대로 유가족들이 진짜 원하는 부분을 왜곡하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2차 가해 댓글과 상황에 대한 1차적인 원인은 정부와 공공기관, 비양심적인 의원들의 이간질로 인해 일어난 일입니다. 그 상처로 저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심리적 고통을 같이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SNS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들도 못 만나고 있습니다. 몇 번이고 정상적인 일상을 하려고 노력해도 항상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저의 고통은 결국 정부가 책임을 다하여 해결해야지 끝나는 고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10월 29일부터 두 달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통받고 있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시간조차도 저에게는 트라우마이자 2차 가해입니다.
처음부터 국가가 투명하고 성숙하게 대처해 줬다면, 저희 오빠가 어떤 사고를 당했는지, 어떤 응급조치를 받았는지, 왜 사고가 일어났는지 알려주었다면, 저는 여기에 있을 일도 유가족협의회를 구성할 일도 전혀 없었을 텐데, 성숙하지 못한 정부와 공무원, 공공기관들은 국민들을 상대로 이간질이나 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지금, 저는 여전히 헤어 나올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상처받고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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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요청한 죽은 오빠 행적... 결국 좌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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