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동아리 '옹달샘' 수요일 오후 수석 선생님 교실에 모여 글쓰기에 매진하는 동아리 학생들
최미숙
5월부터 하고 싶다는 아이만 남겼다. 월요일 아침과 수요일 오후에 만나기로 했다. 또래 친구가 쓴 살아 있는 글을 읽고 어떤 것이 좋은 글인지부터 공부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하게 써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더니 한 아이가 "정말 솔직하게 써도 돼요?" 묻는다. "글쓰기가 어려우면 어렵다, 선생님이 싫으면 싫다라고 써야지 남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한 글은 안 된다"고 다시 말했다.
또 내가 쓴 글 <교실 풍경>을 복사해 주고 읽게 했다. 지저분한 교실에서 치울 생각도 않고 생활하는 6학년 아이들을 보고 썼다. 다 읽고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물었더니 한 아이는"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또 다른 학생은 "글만 읽어도 교실이 어떤지 그려져요", "구체적으로 썼어요"라고 말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아이들이 찾아냈다. "글은 읽는 사람이 알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다시 일렀다. 일단 전날 있었던 일을 주제로 한 편만 써 보자고 했다. 그래야 내가 무슨 말이든 시작한다. 이론에 따라 말로 설명해 봤자 무슨 말인지 모른다.
당황한 아이들은 빈 종이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드디어 손을 놀린다. 먼저 쓴 아이 글을 같이 읽고 고쳐야 할 부분을 이야기했다. 학교에서 못 쓴 글은 집에서 완성해 가져오면 다음 날 개인별로 첨삭 지도했다. 다 된 글은 컴퓨터에 파일로 보관하라고 일렀다.
여름방학이 되자 읽을 책 몇 권을 주며 감상문 쓰기 숙제를 냈다. 성실하고 욕심 있는 아이는 그 말도 헛듣지 않고 어떻게든 한다. 하기 싫은 아이에게는 강제하지 않았다. 글을 많이 쓴 순서대로 싣겠다고 말했다.
개학하자 아이들을 다시 불렀다. 하기 싫어 딴청 피우고 심지어는 나를 피해 다니는 아이도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애들 마음 백 번도 이해한다. 아마 본인들도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았을 것이다. 그래도 일단 시작했는데 그런다고 여기서 멈출 수도 없고, 아이들을 일일이 데리러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주제를 줄 때마다 꼬박꼬박 써 오는 애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무엇이든 본인 하기 나름이다. 글도 성실해야 쓴다. 그런 아이는 열심히 노력한 덕에 이제는 망설이지 않고 쓰는 수준이 되었다.
책이 나오려면 원고가 좀 더 많아야 했다. 2학기가 되자 정식 모임인 수요일은 한 편을 완성해야 집에 보냈다. 조금씩 좋아지는 것이 보였는지 처음에 하기 싫다고 나갔던 아이가 다시 들어오고 싶어 했다. 직접 말하기 미안했던지 담임 선생님이 찾아왔다. 마음 같아서는 안 된다고 하고 싶었지만 내치지 못했다. 최종 아홉 명이 참여했다.
글쓰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몇 년째 글을 쓰는 나도 한 편 완성하려면 머리를 쥐어짜는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애들 글에 그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래도 끝까지 완주한 걸 보니 기특했다. 자신들도 원고 쌓이는 게 뿌듯한 모양이다.
친구들 책, 서로 읽으려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