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칼국수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라 카메라 렌즈가 흐려졌어요ㅠ
정혜영
보통 하산길에 점심시간과 겹치면 김밥 한 줄 사들고 집으로 운전해 오는 내 차 안에서 먹곤 했는데, 4시간여 겨울 산행으로 노곤해진 몸이 뜨끈한 국물을 원했다.
북한산성 입구 칼국수집엔 7천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7만 원의 맛을 뽐내는 칼국수가 있다.
함께 먹는 얼갈이김치를 담을 때 '남기면 벌금 만 원'이라는 문구에 잠시 뜨악할 수 있지만, 절대 남길 수 없는 맛이니 안심하시라. 뜨끈한 국물과 면발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그래, 이 맛에 산에 오르는 거지! 커트 보니것이 전한 문장처럼, 오늘 좋은 것을 보고 공유했다. 오늘의 행복을 실컷 누렸다.
설 명절을 보내기 위해 시댁 가는 머나먼 길이 내내 주차장인 듯 기어가겠지만. 정체구간을 못 견디는 남편을 달래느라 스트레스 좀 받겠지만(차라리 내가 운전하겠다는데 왜 운전대를 안 넘기는 건지...), 이제 연로하신 시어머니 대신 할 일이 좀 더 많아지겠지만, 눈치껏 와서 빠릿빠릿 안 돕고 TV나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남편 덕에 시시때때로 복장 터지겠지만...
그래도 오늘 행복저장고를 미리 가득 채워 두었으니 괜찮다. 명절 증후군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조금씩 인출해 쓸 테니까. 기분 좋은 문장을 보내 주어 오늘의 행복을 실컷 누리도록 해 준 문동직원 F님, 땡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20년 넘은 공립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아이들에게서 더 많이 배웁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