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와소학교 전경 오카와소학교 뒷산에 올라 바라본 오카와소학교의 전경이다. 체육관과 교실을 잇는 연결복도가 무너진 것이 눈에 띈다. 3월 11일 그 날 아이들은 이 경치를 보지 못했다.
박진웅
진실을 위한 움직임
왜 아이들은 학교에서 힘없이 죽어갈 수밖에 없었는가. 의문을 밝히기 위해 유족들 스스로가 나섰다. 유족들은 2014년 3월 현과 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생존자의 증언을 통해 그날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사건의 경위가 드러났다. 즉각적 피난 조치를 등한시하고 교정에 아이들을 앉혀놓은 채 무의미하게 시간을 허비했던 교직원의 과실이 드러났다. 안전을 총괄하고 책임져야 했던 교장은 자녀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후에 부재하는 등 지휘체계의 허술함도 밝혀졌다.
사법부는 학교 측에 아동의 안전확보를 위한 일반인보다 높은 수준의 방재 지식과 경험이 요구됨을 지적하고, 그들이 평시 위기관리매뉴얼을 개정해야 하는 의무에 태만했다는 점 등을 들어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에서 사전방재의 과실로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으며, 이는 교육현장과 지자체에 큰 파장을 남겼다. 2019년 10월 최고재판소가 시와 현의 상고를 기각하는 것으로, 장장 5년간의 소송이 막을 내렸다.
"진실이 애매한 채로 남아있으면, 미래에 무엇을 남길 것이며,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도 애매해질 뿐입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았지만, '생명을 떠맡은 어른들의 책임이 무겁다'는 메시지가 남아 다행입니다."
어린 목숨이 스러져간 비극적인 공간을 굳이 남겨야 하는가에 대한 갑론을박도 있었다. 2015년 이시노마키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오카와소학교를 보존하는 것에 대한 '의향조사'를 실시했다. 과반의 시민들이 해체를 원한다고 답했지만(54%), 시는 참사의 교훈을 후대에 전승하고자 하는 유족들과 학교 졸업생의 뜻을 받아들여 보존을 결정했다.
"여기 보이는 장소는 결코 유족들만을 위한 게 아닌, 먼 미래의 사람들을 위해 남겨 놓은 거예요."
스즈키씨가 그때를 회상했다. 가메야마 히로시(亀山紘) 전 이시노마키 시장은 "지진에 대한 반성, 교훈을 전하는 것이 최대 피해지로서 이시노마키시의 사명"이라 밝힌 바 있다.
ときに大事なことを見失い 気づけなくなることの
(때때로 소중한 것을 놓치고,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는 일의)
おそろしさを知ってほしいのです
(무서움을 알아주길 바랍니다)
なぜ 一番大切なものが見えなくなるのかを考えてほしいのです
(왜 가장 소중한 것이 보이지 않게 되는지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いのちの尊さを 誰もが理解しています
(생명의 고귀함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平和な日常を 誰もが願っています
(평화로운 일상을 누구나 바라고 있습니다)
話しあうこと 考えること ともに確かめ合うことで
(이야기나누고, 생각하고, 함께 확인하는 것으로)
きっと あるべき未来は続いていくはずです
(분명 미래는 이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 오카와소학교 진재유구(震災遺構)의 메시지 중
남겨야 할 것들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수필 <고양이를 버리다(猫を棄てる)>에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서술한다. 승려였던 그의 아버지는 전쟁 당시 징집돼 중국 전선으로 보내졌는데, 당신이 속한 부대가 한 중국인 병사를 군도로 처형하던, 생생하고도 충격적인 광경을 어린 아들에게 담담히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한다.
피를 나눈 자식에게 자신의 체험을 어떻게든 전하고 남겨야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하루키는 추측한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와 반전(反戰)에 대해 강한 소신을 역설해온 하루키의 사상 속에도, 그렇게 전승된 트라우마의 자취가 있을 것이다.
이어서 그는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고 또 역사라는 것도 그렇다. 본질은 계승이라는 행위 또는 의식 속에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개인적인 이야기라도, 그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 전체를 구성하는 일부분이며 우리 세대에겐 그것을 "계승해간다는 한 방울로서의 책무"가 있다.
카타리베의 구술 행위는 '생존자가 보존하고 있는 기억'을 시공간을 넘어 재현하는 한편, 체험의 기억을 사회적으로 재구성하며 다음 세대에 계승한다. 죽음의 기억과 마주하는 용기가 있기에, 기억은 풍화되지 않고 역사는 이어진다. 오카와소학교의 또다른 카타리베 사토(佐藤)씨의 말이 긴 여운을 남겼다.
"재해의 경험을 갖고만 있다면 단지 싫은 기억이 될 뿐이지만,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에는 사람을 구하는 가치가 있다고 누군가 얘기해줬어요. 아픔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생명에 대한 의미, 미래에 대한 의미를 전하고자 합니다."
오카와소학교의 야외 무대 한 켠에는, 오래 전 학생이 그려넣은 '미래를 개척한다(未来を拓く)'는 빛바랜 글귀가 머물고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의 책임은 무엇일까. 말해야 하고, 보아야 하고, 남겨야 한다. 그 기억이 괴롭거나 불쾌하고, 잊고 싶을지라도.
*JENESYS란?
2007년부터 일본 외무성의 주관 아래 공익재단법인 일한문화교류기금이 실시하는 인적교류산업으로, 일본의 정치, 경제, 문화, 외교에 관한 이해를 촉진하는 목적으로 아시아대양주에서 인재를 선발하고 파견하고 있다. 2023년 1월에 7일간 진행된 'JENESYS 2022'에는 총 123명의 인원이 선발돼, '방재 투어리즘'이라는 주제 아래 동일본대지진 당시 가장 큰 인적, 물적 피해를 입은 미야기현의 복구상황을 시찰하고 동세대 일본 대학생들과 교류하며 한일 양국의 우호와 이해를 도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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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74명이 죽어간 초등학교... 그럼에도 남겨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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