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가 다시 만든 더덕 무침. 새콤 달콤 매콤함에 향긋함까지!
박미연
그럼에도 숨 쉬고 있는 지금이 아름답다는 것을 기억하자. 설 연휴 동안 옆지기의 말과 행동으로 마음 상하는 일이 많았다. 24일은 더덕이 화근이었다. 더덕 무침을 하려는 그에게 양껏 다하지 말고 반만 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내키는 대로 더덕을 물에 담가 껍질을 다 벗겨놓았다. 양이 상당했다. 누가 그 많은 것을 다 먹을까 싶었다. 껍질을 까지 않았다면 오랫동안 보관하며 나눠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텐데. 나는 그를 타박했다. 내 말은 왜 그렇게 안 듣느냐고. 결국 반은 깐 채로 냉장 보관하기로 하고, 반만 더덕무침을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맛있지. 그의 요리 솜씨가 갑자기 좋아진 건가. 향긋하고, 새콤하고, 매콤하고, 달콤하기까지. 두 남자(그와 둘째아이)가 남김없이 몽땅 비빔밥에 넣어 먹어치우고 말았다. 내일 점심, 저녁에도 먹어야 되는데. 결국 나의 비굴한(?) 요청에 그가 남은 더덕을 다시 한 번 무치게 되었다는. 날개를 단 듯 가볍게. 오늘은 그의 승!
내가 틀릴 수도 있구나. 약간의 반성 모드. 그리고 의구심도 생긴다. 왜 내 말을 듣지 않냐고 항상 그를 구박만 했는데, 나도 그의 말을 안 듣는 건 아닌지. 앞으로 그의 말과 행동에 날을 세우는 만큼, 나의 말과 행동에도 민감해야겠다. 인간 관계, 일방적일 리 없다. 그가 나의 거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오늘에서야 하게 된다. 기특한 나!
암튼 숨을 쉬며 살아있기에 이렇게 옆지기와도 투닥투닥! 아름다운 설 연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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