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봉사 대웅전목탑 형식의 대웅전이다. 화재로 문화재에서 해제되었으나 멋은 변함없다. 뒤쪽에 호성전 뜰 앞의 잣나무가 있다.
김재근
화순군 이양면에 쌍봉사가 있다. 천년 고찰로 역사가 깊은 만큼 사연도 많다. 대표 자랑거리는 철감선사 부도와 탑비다. 목탑 형식의 대웅전도 유명하다. 고려 무신정권 최항의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 절의 가장 큰 볼거리는 시왕상(十王像)이다. 시왕은 지옥에서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이다. 대개 지장전에서 볼 수 있다.
지장전은 지장보살을 봉안한 전각이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는 소임을 맡았다. 절에 따라 시왕전, 명부전, 쌍세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쌍봉사에서는 지장전이라고 부른다.
영화 <신과 함께>에서 나온 지옥의 판관이 시왕이다. 일곱 왕이 나온다. 나머지 세 명의 왕은 유교의 삼년상 이야기와 어울린다. 또 영화에서 염라대왕은 모든 왕의 위에 있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시왕 중 다섯 번째 왕이다. 이 부분은 다음에 따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쌍봉사 지장전도 지장보살이 중심이다. 중요한 건 함께 봉안된 21구의 목조상이다. 시왕, 판관, 귀왕, 동자, 사자의 모습을 조각하였다. 1667년(조선 현종 8년)에 조성됐다. 정교한 조각으로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보물 제1726호로 지정됐다.
단청이 많이 지워졌다. 빛바랜 모습이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복원을 해야 하지만 당시의 기법을 아직 밝히지 못했다 한다. 그렇더라도 그 아름다움은 변치 않는다. 아니 더 그윽하다. 세월이 덧칠되어 깊은 맛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쌍봉사는 사계절이 아름답다. 이중 봄이 도착하기 직전을 제일 좋아한다. 호성전 뜰 앞의 잣나무 때문이다. 추울수록 푸르름이 더 짙어진다. 삶을 일깨우는 죽비 같다.
올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겨울산은 추위에 회색빛이 됐고 잣나무는 여느 해보다 푸르렀다. 빛바랜 시왕과 선명한 잣나무가 주는 아름다움이 깊다.
겨울이 떠날 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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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파니스'는 함께 빵을 먹는다는 라틴어로 '반려(companion)'의 어원이다. 네이버 블로그(cumpanis) <쿰파니스 맛담멋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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