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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되는 남북관계... '비핵화 실패 여정'이 들려주는 교훈

[한반도 비핵화 시리즈 ①] 한반도 비핵화의 역사 돌아보니, 수차례 실패했던 이유들 있었다

등록 2023.01.30 14:55수정 2023.01.3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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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새해에도 북핵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이슈이며, 이는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와 전세계 핵 비확산 레짐의 관점에서도 뜨거운 사안 중 하나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관련국 간 협상이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단된 상황에서도 정치권과 학계의 논의는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핵무장론 주장이 강화되면서,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한국 핵무장'을 통한 공포의 균형을 모색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관련하여 필자는 지난 30년간 진행된 한반도 비핵화 노력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연재해보려 한다. 먼저 ① 한반도 비핵화의 악순환이 거듭된 원인을 찾아보고, ② 최근 대두되는 핵보유론의 문제점을 지적한 후, ③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안을 모색해 보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칼럼은 한반도 비핵화 시리즈의 첫 번째로, 한국 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이 악순환을 거듭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그 시사점은 뭔지를 분석해본다.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황, 왜 지속되는가

1980년대 말 미국과 소련 간 냉전이 종언을 선언하며 해체됐다. 한반도는 독일과 함께 냉전의 최전선이었다는 점에서, 냉전의 종식은 한반도에서 평화의 시대를 기대케 했다. 한반도에서 냉전의 구조는 북한과 소련, 중국의 북방 삼각과 한국과 미국, 일본의 남방 삼각의 대결을 의미했다. 당시 노태우 정부의 적극적인 북방정책을 통해 한소, 한중 수교를 맺음으로써 한반도 냉전의 한 축을 허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탈냉전의 훈풍은 사실상 거기서 멈춰버렸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이 발효되는 성과가 있었으나, 또 다른 냉전의 한 축인 북한과 미국,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북한은 고립되었고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함께 대규모 식량난이 발생하며 국가 생존의 위기를 맞게 된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에서 나타난 복합적 국가 위기는 당시 북한이 머지않아 붕괴할 것이란 기대로 이어졌다. 미국은 1994년 10월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북미 수교는 진전되지 못했고 일본 또한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미온적이었다. 결국 1990년대 중반, 국가적 생존위기를 극복한 북한은 '핵무장'을 통해 스스로의 안보와 체제 보장을 추구하게 된다.


미소냉전이 해체되며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이 무너졌고 그 과정에서 북한은 비대칭 전략으로 핵무장을 선택했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북한의 핵무장을 비난해왔다. 분명 북한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북한의 핵무장은 국제사회의 비핵화 규범을 위반하고 한반도, 특히 한국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의 핵무장이 한반도에서 해체되지 못한, 냉전의 잔재로부터 기원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 없이 한반도 비핵화는 요원하다고 본다. 지난 30년의 비핵화 노력이 악순환을 거듭한 근본 원인 또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 노력, 실패의 악순환이 반복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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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11월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좀 더 구체적으로 지난 30년간 진행된 한반도 비핵화의 역사를 돌아보자. 한반도 비핵화는 왜 성공하지 못했나? 그 수많았던 노력은 왜 악순환을 거듭하며 실패했던 것일까?

그 첫 번째 이유로는, 앞서 언급했듯 한반도 냉전 체제를 해소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1990년대, 길게보면 2000년대까지 체제안보를 보장받기 위해 핵무장과 북미관계 개선을 함께 추구했다. 북한은 미국만이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수많은 비핵화 협상에서 이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미관계 개선에 미온적인 편이었고, 이렇게 북미관계가 개선되지 않을수록 북한은 핵무장을 통해 스스로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것으로 나아갔다.

두 번째로,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하도록 강제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내구력을 보여주며 제재를 견디고 있다.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거의 완벽하게 이행된 상황을 연출했지만, 북한은 이 또한 견뎌내고 있다. 아니 북한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더 강한 사회통제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 강력한 경제제재를 활용해 시리아와 이란의 비핵화를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들 국가와 달리 폐쇄적인 경제체제를 운용하고 있으며 지도체제에 대한 저항 또한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세 번째로, 지난 30년간의 한반도 비핵화 협상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양자 및 다자의 형태로 진행된 비핵화 협상은 너무 낮은 상호신뢰 속에, 너무 높은 목표를 추구함으로써 실질적인 비핵화를 진전시키는 데 실패했다. 2008년, 검증문제를 합의하지 못해 종결된 6자회담과, 2019년 영변의 핵시설 폐기를 눈앞에 두고 결렬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그랬다.

추가적으로, 미국과 한국은 일관된 한반도 비핵화 전략을 추구하지 못했다.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장 노력에 반해, 미국과 한국은 정권교체에 따라 단절된 비핵화 전략을 추진하며 북한에게 시간과 합의 파기의 명분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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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019년 2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백악관은 예정보다 일찍 종료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현시점에서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AFP

한반도 비핵화 여정의 교훈... 북한의 핵무장, 눈 앞의 현실이다

한반도 비핵화의 실패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역사적 교훈을 제공한다. 이 값비싼 교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반도 비핵화의 역사적 교훈은 무엇인가?

첫 번째로, 단기적인 협상에는 임한다 해도, 북한은 체제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한 결국 핵무기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은 미국만이 할 수 있다. 북미수교가 완료되지 않는 이상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는 한반도 냉전체제의 해체가 북한 비핵화의 열쇠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로 북한을 굴복시키지 못했다는 것.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북한의 내구력은 강고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을 주적으로 준전시체제를 유지해온 북한을, 제재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굴복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중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제재 또한 요원한 형편이다.

세 번째로, 일관된 한반도 비핵화 전략이 없다면 북한은 이를 역이용할 것이라는 부분이다. 한국과 미국, 두 국가의 여당과 야당이 지속가능한 대북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은 핵무장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시간은 비핵화를 원하는 우리 쪽에게 유리하지 않다.

북한의 핵무장은 이미 주어진 현실이다. 과거를 한탄하기보다는 역사적 교훈으로부터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핵무장론이 정치권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핵무장은 우리에게 불가피한 대안인가? 다음 기사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평양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이 기사는 남북물류포럼 [KOLOFO 칼럼]에 공동 게재된 글입니다.
#한반도 비핵화 #북한 핵무장 #북미관계 #핵무장론 #안전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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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오디세이], [평양학개론], [한반도 스케치北], [속삭이다, 평화],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이 있습니다. E-mail: 4025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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