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찾은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환호하는 상인과 시민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새해 들어 김건희 여사의 광폭 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김 여사가 국민의힘의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회의원들과 오찬을 하는 등 정치 개입 논란이 나올 정도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보수 언론들은 김 여사에 대해 '보수 셀럽(유명인을 뜻하는 셀러브리티의 줄임말)'이라며 긍정 일변도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1월 27일 국민의힘 여성 국회의원 10명을 대통령 관저로 불러 오찬을 했다. 이날 오찬에서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없이 단독으로 정치인들과 만났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가 한창인 상황에 정치 개입 논란까지 불거졌지만, 대다수 언론들의 관심은 김 여사의 '입'이었다.
<동아일보>는 27일자 기사(김건희 "尹(윤), 솔직하고 정 많아 결혼"... 女(여)의원들과 오찬)에서 참석자들의 전언을 통해 김 여사가 '솔직하고 친화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김 여사는 이날 이야기를 많이 하기보다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중략) 의원들에게 일일이 칭찬을 하고 자녀들의 안부를 묻는 친화력을 보였다고 한다"고 오찬 당시 풍경을 전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오찬 당시 김 여사가 꺼냈던 윤 대통령과의 연애 이야기에 주목했다. 기사 제목도 "저 아니면 누가 尹(윤) 구제했겠냐... 김건희 여사 연애담 빵터졌다"(중앙일보), "김건희 '다 해진 잠바 尹(윤), 나 아님 누가 구제해줬을까'"(조선일보)였다.
김건희 연애담에 친화력까지 칭찬
<조선일보>과 <중앙일보>는 "저보다 눈물도 많고, 저와 정반대로 요리도 잘하고 마음도 여린 것을 보면서 그 사람의 진심을 알게 되고 결혼하게 됐다" "제가 아니면 남편을 구제해줄 사람이 없었지 않겠냐"(중앙일보), 윤 대통령이 추운 날 얇고 다 해진 잠바를 입은 걸 보고 아련한 마음이 들었다"(조선일보) 등 김 여사의 말을 꼼꼼하게 전했다.
<중앙일보>는 "조용한 내조를 해온 김 여사가 점차 당과의 접점을 넓히는 모습"이라며 최근 김 여사의 행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한국경제>도 1월 27일 기사(김건희 여사 與(여) 여성의원 10명과 오찬서 나온 건의)에서 한 의원이 김 여사에게 한국산 물건을 많이 써달라고 건의했다고 전하면서 '역할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여사의 '오찬 정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적절한 정치 개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이들 언론은 '화기애애한 오찬장 모습'에만 주목했다. 김 여사의 행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은 <경향신문>이 1월 28일자 기사에서 김 여사 오찬 등의 소식을 전하면서 "윤 대통령이 김기현 의원을 지지해달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의원들이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것이 사실상 유일하다.
어묵·납작만두·양말... 김건희가 산 물건들도 집중 보도
보수언론들은 김건희 여사의 공개 행보 때마다 그를 '보수 셀럽'이라고 지칭하며, '신변잡기'식 보도를 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김건희 여사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에서 언론들의 이런 분위기는 여실히 드러난다. 언론들은 아이를 안고, 어묵을 먹고, 팔 하트를 그리는 김건희 여사의 모습들로 사진 보도 페이지를 장식했다. 김 여사가 먹은 '납작만두'와 '어묵'에도 관심이 집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