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센터는 지난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찾기>로 매년 2천 명이 산재로 사망하는 실태를 공개했다(출처: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찾기>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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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후 1년, 앞으로 무엇을 더 바꿔야 할까?
"현재도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지만, 유족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이 사고가 언제 어떻게 일어났고, 무엇 때문에 노동 현장에서 사람이 죽었는지 조사한 결과를 알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산업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면 처음에 경찰이 출동해 자살인지 타살인지 여부를 확인한다. 그다음부터는 '특별사법경찰관'이라고 불리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나와서 수사를 진행한다. 이 감독관들은 '중대재해 조사보고서'를 쓰는데,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사업주와 사건 당시 동료의 의견이 상당히 많이 반영된 문서가 작성된다.
이 관행과 절차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노동자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사망했는데 어떤 사업주가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할까? 내일도 일해야 하는 노동자가 방금 사망한 동료의 죽음을 어떤 외압과 불이익을 받지 않고 제대로 진술할 수 있을까? 이런 과정에서 유족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이 사망에 대해서 사업주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 이런 것들을 아예 알 수가 없다.
이후 만약에 검찰에서 불기소된다면? 실제도 이런 경우가 있었지만 이렇게 되면 유족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일반적인 교통사고만 해도 물적 증거가 다 남아 나중에 다시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산업재해는 그 근거가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남아 있더라도 유족이 하나하나 다 입증해야 한다. 나중에 유족이 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다시 조사하려고 해도 하기가 힘들다. 더욱이 유족이라는 개인이 상대하는 건 대부분 대기업이다. 전문적인 법무팀과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기업을 대상으로 유족이 산업재해 인과관계를 증명한다? 이런 너무 어려운 일이다. 산업재해와 관련된 시민의 알 권리과 이와 관련한 제도들이 굉장히 부실한 실정인데, 이번 프로젝트가 조금이나마 그 방향성을 제시하고 밀알이 됐으면 한다."
- 앞으로의 과제가 있다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원청 기업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그동안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원청에서 하청으로 다시 재하청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빈번했다.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려 원청이 어떻게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인가를 꼬집고 싶었다. 그래서 앞으로 구직자들이 취업 과정에서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정리해 공개하고 싶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로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매년 2000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가장 큰 책임이 원청 기업에 있지만, 정작 우리 기업들은 이 문제에 있어서 미봉책을 내놓는 데 그친다. 최소한의 수단과 조치만 해놓고 그 역할을 다했다고 말하는데,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기업들이 이 법을 바라보는 시각과 조치를 보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앞으로는 원청 기업이 지금보다 더 많이 산업재해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관할 부서인 고용노동부는 이를 사전에 관리 감독해야 한다. 앞으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정보공개센터에서 나설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우리 기업들은 안전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를 묻고 싶다. 이번 프로젝트에 '안전 관리 비용'을 넣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기업 재무 정보에 '안전 비용'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정확히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노동자 안전에 그동안 얼마나 지출했는지, 몇 명의 인력이 투입됐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게 지금 우리의 노동 현실이다. 시민단체 노력만으로 계속해서 이런 정보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노동 분야 관련 다양한 연구원들과 만났는데,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산업재해 관련 기준을 만들고 점수를 매기고 싶은데 그동안 우리 사회가 그럴 수 있는 기준과 척도를 만들지 않아서 하지 못했다는 게 실제로 만난 관련 연구자들 입장이었다.
안전 관리 및 투자 등과 관련 기업들의 태도도 문제지만, 정부에서 먼저 파악해 이를 시민에게 공개하려는 움직임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된 지 1년이 된 지금, 앞으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정보공개센터에서 더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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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공고에 왜 산재 현황은 없을까?" 그렇게 시작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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