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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초월한 두 선비의 브로맨스

500년 넘은 깊은 우정과 가연... 양팽손, 조광조 주검 거둬 매장

등록 2023.02.06 08:53수정 2023.02.0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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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책과 문화 속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문화평론가의 시선으로 이야기한다.[기자말]
<기묘사화, 피의 흔적>(임도혁, 이화, 2022) 조광조 유배지 - 애우당에 걸린 편액 ‘절명시’.
<기묘사화, 피의 흔적>(임도혁, 이화, 2022)조광조 유배지 - 애우당에 걸린 편액 ‘절명시’. 김민지
 
기묘사화하면 조광조는 알아도 양팽손, 최산두는 모른다. 후일 화순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은 양팽손과 최산두다. 그의 시신을 거둔 양팽손과 화순 8경 중 제1경을 적벽이라 지은 최산두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역사적 깊이가 얕은 탓도 있으리라.

중종은 연산군을 몰아내고 왕이 되었지만 한 일이 없었다. 우유부단했지만 판세를 잘 읽었다. 나름의 처세술이 뛰어나다. 정국이 혼란할 때 중종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조광조'가 나타난다.


왕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겨울 따뜻한 곳은 정신이 흐트러진다며, 추운 사정전에서 경연했다. 지엄한 왕도 꼼짝 못할 조광조의 기개를 엿볼 수 있다. 자신보다 더 추앙받는 조광조가 두려웠다. 전폭적으로 밀어줬던 사림을 내친다. 1519년 개혁을 추진하던 사림이 화를 입은 사건이 '기묘사화'이다.

100명이 넘는 이들 중 12명에 한정시켜 <기묘사화, 피의 흔적>에 소개했다. '사림 천하 이렇게 만들었다'라는 부제가 붙었다. 기묘사화에 대한 인물 관련 유적지와 후손들의 인터뷰를 소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정암 조광조, 학포 양팽손, 충암 김정, 눌재 박상, 사제당 안처순, 사암 김구, 사서 김식, 신재 최산두, 그리고 소쇄옹 양산보, 하서 김인후, 모재 김안국, 금헌 이장곤이다. 중종의 뜻을 알아채고 해결사로 나섰던 '기묘삼흉(己卯三凶)'인 지정 남곤, 소요정 심정, 홍경주의 이야기까지 실려 있다.

화순은 기묘명현의 고장이다. 세 사람이 이곳으로 왔다. 한 사람은 죽었고 한 사람은 10년 넘게 유배 생활을 했고, 한 사람은 은거(隱居)했다. 조광조, 최산두, 양팽손이 그들이다. 능성 현(능주면)으로 유배 온 조광조, 동복 현(동복면)으로 온 최산두, 파직 당해 도곡으로 온 양팽손.

정암은 자신의 죄목도 모른 채 왔으니 많이 억울했을 것이다. 유배 생활 내내 돌아갈 수 있길 바라며 25일 동안 해배(解配) 소식을 기다렸다. 먼지를 일으키며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기다리던 어명이다. 임금이 그에게 죽음을 내렸다. 선비의 뜻을 모두 펼치지 못한 처절함을 절명시(絶命詩)로 남기고 사약을 마셨다.
 
"임금 사랑하기를 아버지 사랑하듯 하였고
나라 근심하기를 집안 근심하듯 하였노라.
밝은 해가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거짓 없는 이내 충정을 환하게 비추리라."
정암 조광조 선생 초장지 (전남 화순군 이양면 증리 241)
정암 조광조 선생 초장지(전남 화순군 이양면 증리 241)김민지
 
양팽손은 조광조의 적려에 미리 도착해 운명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13년 동안 함께했던 믿음직한 친구를 잃어 단장의 슬픔이었을 것이다. 북풍한설 맞으며 시신을 수습한다. 능성 현(능주면)에서부터 이곳까지 꽤 먼 거리다. 그 다음해 봄이 되자 용인의 가족에게 보내 장례를 치르게 했다. 인연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500년이나 함께 제향을 받고 있다.


최산두도 훈구 대신의 잇단 상소에 유배가 결정된다. 전라도 동복 현(동복면)으로 유배길을 떠난다. 모후산과 백아산, 옹성산, 멀리는 무등산이 보이는 곳이다. 이곳의 절경을 보고 적벽이라 이름 짓는다. 유배 생활은 14년 동안 계속되고 화순 도원서원에 배향되어 있다.

저자 임도혁은 '현장 답사에 기반한 기묘사화 관련 인물의 흔적 찾기'라고 했다. 추천사를 쓴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왕실문헌연구실장 김덕수는 "기묘사화를 인물 중심으로 접근하여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결합 시킨 새로운 형식이라고 말한다. 기묘명현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권했다.


책을 읽으며 초장지를 여러 번 방문했다. 혼자 찾을 수 없어 아는 사람을 수소문해 동행했다. 지역민들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여러 사람이 찾을 수 있도록 '초장지 보존'에 힘쓰는 것도 좋을 듯하다.

새롭게 개발하는 것과 옛것을 보존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 <기묘사화, 피의 흔적>의 인문학 강의나 북콘서트가 열리길 기대해본다. 계묘년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지혜를 모으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먼저 실리고, 화순매일신문에 실린다.
네이버블로그(mjmisskorea, 북민지) "애정이넘치는민지씨"에서도 볼 수 있다.
#애정이넘치는민지씨 #북민지 #기묘사화피의흔적 #방방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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