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마당 앞 경치.푸근한 마당과 바윗돌이 어우러져 별천지에 온 듯한 풍경을 보여준다.
이상헌
움푹 파인 바윗돌 사이로 내비치는 서촌 풍경이 무척이나 볼만하다. 늘어진 소나무와 깎아지른 암반 사이로 북악산 자락에서부터 남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므로 이번 산책 코스에서 가장 '사진적(photographic)'인 장소다.
석굴암 왼편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암석 위에 세운 전망대가 산책객을 기다리고 있다. 원래는 군부대의 초소시설로 쓰이던 암반이었으나 부대가 이전하면서 전망대로 꾸며졌다. 아직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고 있는 곳이라 한적한 가운데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눈보라가 치거나 태풍이 물러간 뒤에 찾으면 꽤 드라마틱한 사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 인왕산 산책길은 뒤돌아 볼때 마다 절경입니다 #41 ⓒ 이상헌
다시 서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흔적만 남은 절터에 금동입상이 덩그라니 놓여 있고, 여기서부터는 데크길을 따라 인왕천약수터를 거쳐 포장도로까지 한달음에 내려갈 수 있다. 계곡 길을 따라 군데군데 노출된 서촌 풍경을 감상하며 산을 내려와 무무대로 가보자.
성곽길 옆 아늑한 숲속 쉼터
자동차길 옆의 도보를 따라 5분여 걷다 보면 무무(無無) 전망대다. 표석을 보니 '아무것도 없구나 오직 아름다움만 있을 뿐'이라고 적어 놓았다. 무무대에서 보는 풍경이 멋지기는 하지만 뭔가 맺어주는 포인트가 없어서 밋밋한 느낌이다. 약간은 허허롭다고나 할까? 비구름이 바람을 타고 흘러가야만 그럴싸한 그림이 나올 것 같다.
전망대를 뒤로 하고 북진하면 더숲초소책방으로 가서 차 한잔을 마실 수도 있지만, 다시 산길을 조금 올라 숲속쉼터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직선길로 계단을 조금만 오르면 울창한 수풀 사이에 세워진 현대식 건물이 나오는데 마치 둥지에 들어앉은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