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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 고갈' 공포 프레임... 걱정할 필요 없다

[진단] 재정추계 결과, 어떻게 봐야 할까...핵심은 국가 책임과 보장성 강화

등록 2023.02.08 13:33수정 2023.02.0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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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7일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
지난 1월 27일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연합뉴스
 
전 국민의 노후 보장을 위한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2003년부터 5년마다 재정계산을 실시해왔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구성되면 가장 먼저 향후 70년간 한국 경제가 어떤 성장률을 보일지, 그에 따라 국민연금의 수입과 지출이 어떠할지를 추정하는 일에 착수하게 된다. 그리고 추정 결과가 발표되면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보장성 확대, 보험료 조정, 그 외 제도 개선 등 국민연금의 발전적 운영방안을 도출한다.

올해 제5차 재정계산이 이뤄지는데, 지난 1월 먼저 수행한 재정시산 결과가 공개됐다. 이후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갑자기 높아졌고 제도 개선 방안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로서 논쟁은 국민연금 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개혁이 아니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연금 가입자의 소득 대비 국민연금 보험료 비율), 연금의 소득대체율(연금 수급자의 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급여의 비율) 등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연금기금 소진과 이후 지급불능론'이 근거없이 확산되고 국민연금의 무용론까지 제기됨에 따라 합리적인 제도 개혁 논의가 방해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재정추계 결과를 어떻게 봐야 할까? 

핵심은 '기금'이 아니다... '국가'다

1월 장기 재정추계의 시산 결과가 공표된 후 언론 보도는 제4차 재정추계 결과와 비교해 2년 앞당겨진 기금소진 시점에 맞춰졌다. 기금소진에 초점을 맞추면서 언론은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 지급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란 프레임을 가동시켜 국민들의 공포심과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 상실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돼 납부한 연금을 받을 수 없을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주체가 돼 운영하는 공적연금이다. 소득이 있는 만 18세 이상, 만 60세 미만의 국내 거주 국민은 의무 가입 대상이 된다.


따라서 가입 의무가 있는 국민이 연금 보험료를 납부한 후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국가부도 상황밖엔 없다. 특히 국가의 책임을 확실히 하고자 국민연금법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다음과 같이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국가는 이 법에 따른 연금 급여가 안정적, 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하여야 한다.'

국가가 연금지급을 보장함에 있어서 연금지급의 근본적인 원천은 국가의 지급능력이며 기금은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 기금이란 보험료가 축적된 것으로서 기금 자체가 근본적인 재원은 아니다.

연금지급에 비해 보험료 수입이 많을 때 적립되는 것이고 거꾸로 연금지급에 비해 보험료 수입이 적을 때 감소하는 것으로, 보험료 수입과 연금 지급의 흐름이 매 시기 동일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 시계에서 이를 맞추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즉 연금재원 핵심은 기금 자체가 아니라 연금지급을 위한 근본적 수입원, 가령 보험료와 국고투입을 확보하는 국가의 능력이다. 


시산 결과에 따르면 국내총생산 대비 연금지출 비율은 2023~2088년에 4차와 유사했고, 2093년에는 8.8%인 것으로 추산됐다. 유럽 국가들의 공적연금 지출이 국내총생산의 10%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일 경우 기금이 소진된 이후에도 우리나라 연금 지출은 국민경제가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준이다. 안정적 연금 운영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재정 투입이나 보험료 수입원 다변화 등의 방안을 강구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제도에 대한 신뢰를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 왜냐면
 
 지난 6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한 시민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한 시민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으로 우리는 노후소득의 보장이라는 국민연금제도의 본래 목적에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에서 중위소득 50% 이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인 상대적 빈곤율(노인 빈곤율)은 2011년 47.8%를 기록한 이후 하향세를 보이며 2020년엔 40.4%를 기록했다(통계청 2022년 자료). OECD 통계와 비교하면 2019년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3.2%로 OECD 평균인 13.1%보다 앞도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1위를 기록했다. 또한 18~65세 빈곤율 대비 66세 이상 빈곤율 비율로 측정되는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 위험도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2018년 367.8%로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국민연금연구원의 '노인빈곤 실태 및 원인분석을 통한 정책방향 연구'에서 노령층의 빈곤율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5~74세의 빈곤율은 2011년 44.59%에서 2020년 29.43%로 감소했다. 75~84세의 빈곤율은 2020년 50.34%로 2011년보다 7.9%p 하락했지만, 초기 노령층이라고 할 수 있는 65~74세보다 20%p 가까이 높았다. 더욱이 85세 이상 초고령층의 2020년 빈곤율은 2011년보다 6%p 상승한 54.31%를 기록했다.

국민의 노후 생활안정을 위한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돼 35년이 지났고 노후 준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음에도 노인 빈곤율의 개선이 더디고, 선진국보다 높은 노인 빈곤율이 유지된다는 점은 개인 차원에서의 노후 준비는 한계가 있고 국민연금의 보장성이 강화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기금 고갈 두려움'보다 중요한 것

끝으로 국민연금제도의 안전성을 위해서도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 국가 차원에서 최우선 과제로 논의돼야 한다.

통계청은 우리나라의 2021년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OECD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1.0명을 밑돌고 향후 합계출산율이 0.7명대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낮은 출산율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낮은 경제성장률은 신규 연금 가입자 감소와 기금의 투자수익률 하락을 통해 연금 수입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출산율의 저하와 함께 평균 수명의 연장은 고령화를 촉진시킨다. 급속한 고령화는 국민연금 재정 관점에서 연금 지출의 증가로 이어져 연금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또한 경제성장의 둔화가 청년층의 결혼 및 출산 의욕을 감퇴시켜 '출산율 감소→경제성장 둔화→출산율 감소'라는 악순환으로의 진입을 이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수원광교 베이비페어'에서 관계자가 다양한 양말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수원광교 베이비페어'에서 관계자가 다양한 양말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정추계에 반영된 현재와 같은 저출산율과 고령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출산율의 회복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둔화된 경기를 회복시키고 결과적으로 연금 재정의 안정성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다.

재정추계 결과의 발표 이후 기금 고갈의 공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의 지급은 기금이 아니라 국가에 의해 보장된다. 우리는 연금 운영 수단의 하나인 기금의 고갈보다는 노후생활 안정이라는 연금의 목적에 초점을 맞춰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노령층의 빈곤률 수준이 높고 개선 속도도 더디기 때문이다. 

연금 재정 안정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는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와 함께 출산율의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출산율 회복은 둔화된 경제성장율을 끌어올리고 국민연금의 총수입 증가를 통해 국민연금 안정성을 제고할 강력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국립 부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결과 #연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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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찾아 부산으로 이사와 부경대학교에서 미시경제학과 산업조직론을 가르치고 있다. 타인의 간섭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과 잘 맞아 시장경제의 매력에 푹 빠졌지만,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감독이 필요하고 시장경제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고민을 요즘 하고 있다. "Tambien de este lado hay sue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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