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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두꺼운 얼음... 저수지 위 강태공 체험, 지금이 딱

강화 고려저수지 찾은 사람들... 붕어 잡고 다시 방생, "얼음낚시는 추워야 제맛"

등록 2023.02.09 10:33수정 2023.02.0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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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저수지 전경 ⓒ 현성자

 
아이-뷰 바로가기 (https://enews.incheon.go.kr/)

인천 강화도는 보물섬이다. 많은 유적지를 품고 있고 전등사나 마니산, 저수지를 끼고 있어서다. 아주 오래전 고려산에 갔다가 들른 저수지 얼음낚시가 생각났다. 국그릇 크기의 구멍을 드릴로 내서 지렁이 찌를 넣고 기다리면 가끔 어른 손바닥 크기의 붕어가 세상 구경이 하고 싶은지 빠끔 머리를 내민다.


그 생각이 나 다시 고려저수지를 찾았다. 빙판 위를 걸어갈 때 갑자기 '얼음이 깨지거나 미끄러워 넘어지면 어쩌나?' 두려움도 들었다. 아이젠을 단단히 하고 지나가는 낚시꾼에게 얼음이 깨지는 불상사가 없는지 물어보니 "에이, 탱크가 지나가도 여기는 괜찮아요"라고 한다. 낚시를 하고 간 자리의 얼음 구멍을 보니 두께가 꽤 되어 보여 안심이 된다. 

날씨는 몹시 춥다. 허허벌판 같은 저수지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몸이 움츠러든다. 손가락이 곱아 볼펜을 잡고 메모하기 힘들 정도다. 

이곳에서 만난 '우리 조사회'라는 낚시 동호회는 친목 단체다. 인천 석남동에 있고 회원은 20명으로 25년의 역사를 지녔다. 안봉산(63) 부회장과 양정석(63) 재무담당과 정동욱(63)씨와 오재윤(58)씨가 왔다.

이들은 "고려저수지에서 주로 붕어를 낚아 작은 것은 방생하고 큰 것은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에게 나눠 준다"라면서 양정석씨는 "고모가 77세인데 몇 마리를 원해 오늘은 주기로 했다며 찜해서 먹는다"고 설명했다. 4명이서 누가 제일 큰 것을 잡는지 만 원 내기했는데 양씨가 잡았노라고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다. 

"얼음낚시는 추워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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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안봉산, 정동욱, 양정석, 오재윤씨. ⓒ 현성자

 
다시 저수지를 걷다가 '각시붕어' 낚시 동호회를 만났다. 윤석순(69) 회장은 서울에서 왔는데 주로 파주에 근거지를 두고 있고 아는 사람 소개로 모임에 들어왔다. 회비는 따로 없고 모일 때마다 비용을 각자 내는 것으로 해서 부담이 없다.


박기주(70), 김일진(69), 윤세진(70)씨와 함께 왔는데, 잡은 물고기는 손맛만 느끼고 대부분 살려주고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준다. 이들은 "겨울이 아닐 때는 충청도에 있는 상암지나 풍전지 등으로 낚시를 가는데 요즘은 길이 막혀 강화도로 온다"면서 "고무보트에 바람을 넣어 물 위에 띄워놓고 낚시하며 그곳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밥을 먹는다"고 말했다.

고양시에서 온 이택무(63)씨에게 아이스 드릴에 대해 물어보니 50만 원을 주고 샀으며 더 비싼 것도 있다고 한다. 카본 낚싯대를 주로 이용하는데 12개에 150만 원 정도란다. 지렁이는 한 통에 3000원이고 저수지 입장료는 2만 원이라고 말해서 돈이 많이 든다고 했더니 "요즘 취미생활에 공짜가 어딨냐"고 되묻는다.

이씨는 "강화도는 다른 곳에 비해 얼음이 일찍 얼고 늦게까지 얼어있다. 또 서울에서 가까워 자주 오게 된다"라며 "얼음 위에 텐트를 치면 조금 추위가 덜한데 버너를 사용하다 위험할 수 있어 못 치게 한다"고 귀띔한다. 이어 "얼음낚시는 추워야 제맛"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두산인프라코아'라는 인천 만석동에 있는 회사의 직장 동료들도 동호회에서 만나 낚시를 왔다. 황봉욱(59)씨는 이미 퇴직한 선배인 김기태(78)씨와 김종락(76)씨와 두터운 신의를 자랑한다. 잡은 물고기를 들고 한 사람은 얼음 구멍을 내는 아이스 드릴을 들고 포즈를 취한다. 잡은 붕어는 압력솥에 물을 조금 넣어 고아서 도깨비방망이로 갈아 들깻가루와 깻잎을 넣어 추어탕처럼 끓이면 최고로 맛있는 요리가 된다. 황씨가 "묵은지나 시래기를 깔고 쪄도 맛있다"고 옆에서 거든다.

언제 저수지 한가운데에 서 보겠는가. 사방이 두꺼운 얼음으로 탱크가 들어와도 깨지지 않을 저수지 위에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강태공들의 집념이 보인다. 비싼 돈을 들여서 하는 취미생활치고는 추위와 싸워야 하는 인내력 시험으로 보이지만 그들의 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저수지는 걸어서 돌아보기에도 너무나 광활하다. 코끝이 쨍한 추위에 강화도 고려저수지 얼음낚시는 어떤 묘한 맛이 있을지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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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각시붕어 낚시 동호회의 김일진, 박기주, 윤세진, 윤석순씨. ⓒ 현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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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저수지 한가운데에서 낚시를 해보면 어떨까 ⓒ 현성자

 
 글·사진 현성자 i-View 객원기자
#강화도 #고려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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