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주제 서화.
최방식
그렇게 24년여. 컴퓨터가 별로 없었고 직장인도 글씨를 못 쓰면 대접받지 못하던 시절, 배우려는 이들이 많았다. 정원을 40명으로 한정해 받았다. 그러다 IMF. 점수와 관련 없는 서예학원이 밀려나는 1순위. 2010년 이후 수묵화, 민화 등 무료강좌도 늘었다. '신도 없다고 법당 문 닫나'라며 버텼지만, 경영악화로 2012년 학원 문을 내렸다.
"그 뒤 강사를 시작했는데, 박물관·문화원·도서관 등에서 요청이 늘었어요. 하루에 12번 강의를 할 정도였죠. 8년여 바빴죠. 하지만 코로나19로 또 중대 위기를 맞았죠. 줌(ZOOM, 온라인 강의) 수업을 해보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전 아니라고 생각해 포기했죠."
코로나 3년은 개인전에 집중했다. 연 2~3회씩 7번을 치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21년 한글날 전후 가진 '나랏글 오칠사'(한글창제 574년 기념). 574개 천에 한글 서예작품을 써 영릉 옆 세종대왕면 번도5리(구능촌) 논두렁 7백여미터에 사흘간 전시했다. 바우가마(최창석 도예)에서 연 '시를 굽다', 흥천면 상백리에서 개최한 '찬우물 하하하' 등 축제를 기획하기도 했다.
'꼰대글씨' 투박한 예스러움 품격
그 전에도 개인전을 3번 가졌다. 첫째는 2005년 신륵사문화원에서 연 '반야의 품에 안겨'. 어느 음식점 주인의 도움(어느 독지가의 행사비 지원 알선)으로 성사됐다. 두 번째는 2014년 강천보문학관에서 개최한 '동행'. 이천, 동탄 등을 순회했다. 세 번째(초대전)는 2016년 40일간 여주박물관에서 개최한 '이것저것 차이없이'. 세종실록에서 뽑아 쓴 작품 3백점을 전시했다.
글씨 사회봉사(일부는 출연료 받기도)도 1995년 이후 계속 하고 있다. 여주박물관, 여주도자기축제, 한국민속촌, 화성행궁, 과천정부청사, 세종정부청사, 국회헌정기념관, 여러 사찰 등에서 가훈 또는 소원 써주기 등을 했다.
"제 글씨는 투박하고 토속적이라거나 독특하다는 평을 받죠. 2020년 영덕에서 '순풍에 돛달고'(나옹스님 탄신 7백돌 기념전)을 하는데 한 서예가가 '서당글씨'라고 하는 걸 엿들었죠. 꼰대글씨라는 뜻인 셈이죠. 상관없어요. 그게 제 글씨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