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글완 인증사진 모음새벽에 하루치의 글을 쓰고, 남편에게 공유하는 사진 모음
김성희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30개월 된 막내아기는 아침 8시쯤 일어나 밤 10시 전에 잠이 든다. 아기가 잠들고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책상에 앉아 보지만, 잠들지 않는 큰아이와 둘째 아이가 왔다 갔다 하면서 말을 거는 통에 집중이 어렵다.
신경숙 작가의 새벽 글쓰기
글을 쓰고 싶은데 언제 글을 쓸 수 있을까 불평을 하던 중 작가 신경숙이 에세이 <요가 다녀왔습니다>를 낸 후 한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작가는 글 쓰는 일 다음으로 오래 한 일이 요가라서 이 글을 쓰게 되었는데, 매일 새벽 3시부터 9시까지 글을 쓰고, 9시 30분이면 요가를 하러 간 지 15년 째라고 했다.
매일 새벽 6시간씩 고정적으로 글을 쓴다는 사실에 눈길이 갔다. 글 쓰는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나는 이 책 속에 그 비법이 있을까 싶어 바로 책을 주문해 읽기 시작했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아무도 침범하지 않는 나의 시간 마련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래서 기상 시간을 새벽 세시로 정했다. 새벽 세시라는 시간에 깨기 위해서 열한시 전에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드문 일이지만 삼십대의 시간들은 때때로 저녁자리가 있어 나갔다가 그들과 헤어지지 못하고 새벽에 집에 들어오는 날도 있던 때였다. 어떤 상황에서든 새벽 세시부터 아침 아홉시까지는 책상에 앉아 있는다, 이것이 내 다짐이었다. - <요가 다녀왔습니다> 34~35쪽"
그러니까 신경숙 작가도 처음부터 새벽형 인간이라서 새벽에 글을 쓴 게 아니고, 글을 쓰기 위해 새벽에 일어났구나! 나도 아이들 셋이 자고 있는 새벽에 일어나면 되겠구나! 이토록 간단한 해법이었다니.
마침 뭔가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데 마음이 활짝 열려 있는 1월 초였다. 남편은 오전 7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아이들은 7시 30분 정도면 일어난다. 5시부터 7시까지만 글을 써도 2시간은 집중할 수 있다. 바로 다음 날부터 새벽에 알람을 맞췄다. 한 번에 못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4시 20분, 4시 30분, 두 번에 나누어서.
첫날은 생각보다 쉬웠다. 전날 일찍 잠들기도 했고 계획을 실행한다는 설레는 마음이 앞서, 첫 번째 알람 소리에 바로 일어났다. 거실의 찬 공기를 데우려 물을 끓이고, 히비스커스 차를 투명 컵에 담아 책상에 앉았다. 그토록 원하던 고요하게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에 한껏 고무되어 이튿날까진 수월했다.
사흘째,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나는 원래 새벽잠이 많은데.......'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래서 작심삼일이라고 하는구나. 이틀밖에 안 했는데 다시 잠을 자는 건 연초부터 실패를 쌓는 일 같아 마음이 불편하고, 그렇다고 몸을 일으키자니 당장 이불 속이 너무 포근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불 속에서 꼼지락대는 사이에 시간은 흘렀다.
두 번째 알람이 울렸고, 여전히 갈등하는 중에 다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작가도 아니면서 이 새벽에 일어나서 뭘 쓰려고, 피곤하게' 내가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방해하려는 목소리, 이제는 친구 같은, 그 목소리가 들리자 정신이 들었다. '무엇을 쓰는지보다, 무엇이든 쓰는 시간이 내겐 중요하지' 준비해 둔 답을 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도 2시간 동안 하루치의 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