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부터 캠페인즈에서 진행된 온라인 과대포장 규정 강화 요구 인증샷 캠페인
이지원
포장 폐기물을 이렇게 많이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1인당 가장 포장 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는 나라 중 하나이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은 '세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미국의 역할 평가' 보고서에서 2016년 기준 각 나라의 국민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을 산출했다.
플라스틱 쓰임새의 80%가 포장을 위한 것이라는 그린피스의 조사 결과를 고려하면, 플라스틱을 많이 소비할수록 포장쓰레기를 많이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NASEM의 보고서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은 매년 88kg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만들며 이는 전세계 3위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한다. 경제 수준이 비슷하지만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38kg인 일본, 55kg인 이탈리아 등과 비교해보면, 지금과 같은 플라스틱 소비 행태가 자연스럽지는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한국에 포장재 폐기물이 왜 이렇게 많냐면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포장 폐기물 배출량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는 충분치 못한 규제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22년 4월에 개정된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은 포장 크기, 포장 횟수, 포장 재질을 규정하고 있다. 우선, 포장 크기는 전체 제품에서 포장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로 규제를 한다. 두발 세정 및 향수를 제외한 화장품류는 10% 이하, 가공식품과 세제류는 15% 이하, 데코레이션 케이크를 제외한 제과류는 20% 이하 등이다.
그러나 환경부의 포장 크기 규제는 시민들의 인식과 괴리돼 있다. 일례로, '질소를 샀는데 과자가 덤으로 왔다'라는 비판을 받는 질소 충전 과자들은 환경부의 규정을 잘 지키고 있다. 제품포장규칙 제4조 제2항에서 1차 포장에 공기를 주입한 봉지과자는 포장공간 비율이 35% 이하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둘째, 환경부령에서는 의류를 제외한 품목의 포장 횟수를 2회로 제한하고 있다. 의류는 1회 포장만 허용된다. 그러나 환경부에서 규정하는 포장은 제품을 완전히 둘러싸는 것만을 의미한다. 또한 환경부령에서는 세트의 포장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낱개 포장된 제품을 다시 포장한 것은 과대포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즉 완충재 역할을 하는 일회용 쟁반이나 고정을 하기 위한 종이 칸막이들은 포장이라고 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개별 포장(1회), 세트 포장(2회), 종합선물세트 포장(3회)을 모두 하는 것은 법률상 과대포장으로 판정되지 않고 있다.
셋째, 포장 재질 규제는 재활용이 매우 어려운 소재에만 적용된다. 폴리염화비닐 코팅을 비롯한 일부 소재는 포장재로 사용할 수 없지만, 나머지 대부분 소재에는 규제가 없다.
이런 포장 횟수와 재질 규제는 과연 시민들의 공감을 받고 있을까? 청년참여연대 공익활동가학교 참여자들이 지난 6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다수의 설문조사 참여자들이 현행 포장 규정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답하였다.
구체적으로 전체의 33%(12명)는 친환경적인 재료로 개별포장, 세트 포장 등을 모두 합쳐 1회만 포장하는 것이 더 낫다고 대답하였고, 67%(24명)는 다회용기에 물품만 담아서 보내고 용기는 반납하는 형태를 원한다고 응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