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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땐 버터 바른 토스트를 먹는 문화라니

아프면 죽을 먹는 한국인은 캐나다인이 의아하지만

등록 2023.02.13 10:35수정 2023.02.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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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이 몸이 좋지 않았다. 최근에 무거운 것을 들다가 허리가 아파졌는데 오늘은 이럭저럭 컨디션이 떨어진 것 같았다. 오전을 누워서 보낸 남편에게, 점심으로 뭔가를 줘야 할 것 같은데, 뭘 주는 것이 좋을까 고민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캐나다인 남편은 이럴 때 먹고 싶은 것이 따로 있다. 바로 토스트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아픈데 입 깔깔하게 빵을 구워서 먹는다고? 나로서는 잘 상상이 안 되는 생각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소화가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아플 때 먹는 대표 음식은 죽이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가! 누구든 아프면 죽을 먹는다. 그 이유는 소화가 잘 되고 위에 부담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병원 앞에는 죽집이 꼭 몇 군데씩 있다. 

그럼 서양 사람들은 아플 때 뭘 먹을까? 죽에 가까운 것이라면 오트밀죽을 먹을까 싶기도 한데...

남편의 대답은 "노(No)"였다. 물론 뭐, 먹고 싶으면 먹겠지만, 오트밀죽은 든든한 아침식사로 들어가기 때문에 환자식으로는 머리에 떠오르는 아이템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 과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토스트는 과하지 않아? 
 
a  토스트와 스크램블트 에그. 영양을 생각해서 토스트에 단백질을 얹었다.

토스트와 스크램블트 에그. 영양을 생각해서 토스트에 단백질을 얹었다. ⓒ 김정아

 
그럼 토스트는 과한 게 아닌가? 물론 우리 한국인들은 아플 때 밀가루를 넣어서 속을 부대끼게 할 생각이 없다. 우리의 오랜 주식은 쌀이었으니까, 가장 편한 것은 쌀일 것이다. 게다가 소화되기 어려우니, 죽이나, 더 아프면 미음, 아니면 숭늉을 먹는 것이 위를 진정시키면서 곡기를 넣는 방법이었을 게다.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의 한 장면이었던 것 같은데, 배종옥씨가 뻥튀기를 먹는 장면이 있었다. 몸살을 앓고 있는 상태였던 그녀의 대사는 "약사가 곡기를 먹으래"였다. 사차원적인 그녀의 성격을 보여주는 이 대목이 픽하고 웃음을 자아냈다.

아무튼 우리 기준으로 볼 때, 아픈 사람은 입안에 깔깔한 느낌을 주는 것보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음식을 선호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촉촉하면서도 간이 약하고, 기름지지 않은 죽이 선택되었으리라. 


그런데 건조하고 버터까지 바른 밀가루 토스트라니 아플 때 먹으면 체하겠다 싶기도 한데, 서양에서는 상당히 인기 있는 환자식이다.

우리 남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당연히 선호되는 환자식이 바로 이 토스트인 것이다. 서양식 주장에 따르면, 전분이 높은 빵 종류가 위장을 진정시켜 주며, 날것보다는 구워서 입자를 깨 주었기 때문에 더욱 소화가 쉽다는 것이다.

게다가 버터까지 살짝 발라주면 입맛 없는 환자의 식욕을 돋워주기 때문이 좋다고 한다. 하긴, 주식이 밥인 우리와 달리 그들의 식사에는 늘 빵이 따라오니, 빵이 그들의 밥과 마찬가지 느낌이리라.
 
a  남편 아플 때 끓여준 조선호박죽과 토스트

남편 아플 때 끓여준 조선호박죽과 토스트 ⓒ 김정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 아파서 누워있을 때, 엄마가 구워다 준 버터 바른 토스트를 기억하고 있다. 아프고 재미없는 그 순간에 뭔가 맛있는 것을 먹으면 특별 대우받은 기분이 들면서 몸이 좀 낫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물론 더 많이 아파서 진짜 뭘 먹기 힘든 상황이면, 우리 남편 같은 경우는 국물을 먹는다. 평소에 거위나 닭 요리를 하면, 그것으로 육수를 내서 얼려두는데, 특히 거위 육수는 맛이 더 좋아서 남편이 좋아한다. 보양식으로 본다면 단연코 이런 맑은 국물이 맞을 것이다. 아플 때 그냥 하나 꺼내서 데워서 먹으면 따끈하고 기분이 좋다. 

죽은 죽일뿐

하지만 심하게 아파서 씹기도 어려운 게 아니라면, 토스트는 특별식이 된다. 

오늘, 자리에 누워있는 남편에게 점심은 뭘 줄까 물었더니 뭐 그냥 별로 먹고 싶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식욕이 없는 것이다. 딱히 생각나는 것도 없고, 뭘 먹긴 먹어야 할 텐데... 딱 그런 표정이었다. 그래서, "토스트 줘?"하고 물었더니 바로 얼굴이 환해졌다. 

어떻게 해주려나고 물었더니,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Grilled cheese sandwich)로 해달라고 주문을 했다. 아프신 분 원하는 대로 해드려야지. 치즈까지 들어갔으니 영양보충도 조금은 되려니 하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해다 줬더니 맛있게 잘 먹었다.
 
a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 ⓒ 김정아

 
한국에서 자란 우리 딸은 어릴 때 감기를 달고 살았다. 안 아픈 날보다 아픈 날이 더 많은 지경이었다. 아파서 먹기 힘든 날은 죽을 끓여주었다. 나름 변화를 주기도 했지만 죽은 죽일 뿐이다. 달걀을 풀어주기도 하고, 맛있게 전복죽을 끓이기도 했지만, 결국 지금은 우리 딸이 가장 싫어하는 음식이 죽이 되고 말았다. 

우리 딸도 토스트를 해줬으면, 그것은 싫어하지 않게 되었을까? 그건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한 집에서 두 문화를 겪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고 있습니다. 무엇이 더 옳고, 무엇이 더 좋은지를 가르는 글이 아니라, 다른 문화를 재미있게 바라보고자 썼습니다. 비슷한 글이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토스트 #환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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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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