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손님과 선우씨
최미향
-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어요? 그리고 선우씨의 학창시절 얘기도 듣고 싶어요.
"부모님 두 분 다 자녀들의 인성교육에 힘써 주신 분이셨어요. 특히 저희 어머니는 허리를 다친 아버지를 대신해 다섯 식구를 부양하며 그 힘든 삶의 무게를 견뎌내셨습니다.
중학교 3학년 초반까지 집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쳤지만, 어머니의 사랑 덕분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학업에 매진하게 됐습니다. 상당히 따뜻하고 성실하시며 지혜로운 분이셨죠. 누구를 만나도 예절교육을 강조하셨고요.
아버지는 과묵한 성격으로 큰 실수를 해도 크게 화를 내거나 매를 든 적 없이 스스로 깨닫도록 지켜봐 주셨어요. 연년생인 누나와 제가 건강한 상식을 지닌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항상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신 두 분의 사랑 덕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가끔 20대의 제 삶을 돌아보게 되는데 그때는 암울했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당시 좋은 대학에 가려고 수능을 여러 번 치렀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자괴감에 빠져 한참 슬럼프에 허덕였죠. 하지만 그 덕분에 제가 좋아하는 철학이라는 학문을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스무살의 삶을 잘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고, 그때부터 철학자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인생의 굴곡은 유난히 제 곁을 비껴가진 않더라고요."
- 인생의 굴곡이라면? 서른여섯 선우씨에게 큰 어려움이 있었군요.
"빚을 크게 졌어요. 코인에 투자했다가 실패를 본 거죠. 처음에는 하루에 천만 원도 더 벌다 보니 재능이 있는 줄 알고 빚투(빚 내서 투자)를 했어요. 그게 잘못된 길로 접어든 거죠. 들어올 수 있는 돈이란 돈은 다 끌어와서 했어요. 이 나이에 1억 7천만 원 정도요. 이거다 싶으면 올인하는 성격이라서요. 그러다 한 번에 무너진 거죠.
저를 합리화하는 건 아니지만 사회현상을 보면 또 이해 안 되는 부분도 아니에요. 집은 사고 싶은데 값이 워낙 비싸니까 빨리 돈을 벌어야 할 것 같단 생각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청년들이 많아요. 실패들을 거쳐서 '지금'이라는 시간을 건너며 스스로 자문합니다. 잘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묻고 반성하면서요.
어쨌든 저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투자실패를 하면서 고된 삶의 행로를 거치게 됐죠.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투잡을 뛰고요. 무엇보다 제 실수를 책임지려는 태도를 항상 유지하고 정말 독하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 36년간 고향 서산에서 살아오면서 붕어빵을 팔면 힘든 점도 있지만, 보람을 느낄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고단함을 무릅쓰고 일을 시작하는데도 불구하고 고객들을 만나면 힘든 걸 잊어버려요. 특히 저희 단골들은 주로 학생들이거든요. 미주알고주알 일상이야기를 나누죠, 특히 학생들이 맛있다는 얘기를 하며 행복해할 때 보람을 느껴요.
지난번 보니 한 친구는 먹는데 안 먹는 친구가 있더라구요. 물어보니 "다음에 먹으면 돼요"라고 하는데 의외로 요즘 애들이 나눠 먹는 것에 소극적이구나 싶었어요. 슬쩍 하나 더 넣어주며 "공부 잘돼요? 하나 더 넣었으니까 나눠 먹어요"라고 했어요. 그럴 때 괜히 기뻐요.
아 참, 고향에서 하다 보니 힘든 점보다 창피하지 않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네요. 솔직히 너무 간절했으니까, 당장 뭐라도 해야 해결이 되니까 창피할 겨를이 없었어요. 제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빚)기도 했고요.힘든 점이라면 부지런히 돈을 벌어 빚을 청산해야 한다는 부분이 머리에 늘 남아있다는 거예요. 붕어빵 때문에 힘든 건 아니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