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7일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제에 마련된 추모 공간. 웃고 있는 변희수 하사의 사진 앞에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분홍색, 하늘색, 흰색의 꽃이 놓여 있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해가 바뀌고 다시 2월이 다가와 '2주기'라는 단어를 보며 들었던 첫 생각은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였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의 매일은 바쁘게 돌아가고, 당장 눈앞에 놓인 일에 쫓기다 시간이 무심하게 흘러가 버린 것 같다. 사실 우리 곁에 살아가던 변희수의 갑작스러웠던 죽음은 우리가 그이의 장례식장에 다녀오고, 어딘가에 고이 모셔져 있는 걸 몸소 겪고 나서도 종종 현실로 받아들여지진 않는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띵동이 추모하는 이들의 사진 가운데 쑥스럽고 조금은 어색한 듯 웃고 있는 희수의 사진을 마주쳤을 때, 수납장에서 미처 챙겨가지 못했던 물건을 보게 될 때, 생전 좋아하던 간식이나 취미 생활에 대해 접하게 될 때, 왈칵 '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올라온다.
그건 "밥이나 먹자!"하고 만나서 아무 농담 같은 시시껄렁한 얘기를 섞어가며 웃다가 울다가 분노하다가 토라졌다가 침묵하기를 반복하는 걸 보고 싶음이다. 우리의 일상에 같이 녹아있던 그 모습들 말이다. 희수만이 가졌던 구체적인 몸짓을 보고 싶다고밖에 할 수 없고, 기억에 의존해서 떠올릴 수밖에 없는 그때서야 이 세계 안에 희수가 부재하다는 사실이 한 번씩 곱씹어진다.
사람들이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희수는 어떤 모습일까. 이곳저곳에 남긴 말들로 추정해보건대 오랫동안 품어온 반짝이는 꿈을 꾸던 사람, '명예'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며 군인의 자부심을 느끼고 자기소개를 하던 사람, 여성인 자기 자신으로 행복하게 살고 원하는 일을 하길 바랐던 사람,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원하던 직장을 잃어야 했던 절망감을 느끼면서도 꿋꿋하고 용기 있게 자기 할 말을 힘 있게 하고자 했던 사람, 주변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 하던 사람, 좋아하는 걸 이야기할 때 햇살처럼 웃고 싫은 것엔 뚱한 표정으로 투정도 부릴 줄 알던 사람의 모습 아니었을까.
하나씩 나열하면 끝이 없을 정도로 다채롭고 인간적인 모습이 두루 있었던 희수가 모두 저마다의 기억 조각들로 남아서 우리를 연결해주고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묵묵부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