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돌산읍 둔전리 봉수마을 모습. 마을 뒤에는 봉수대가 있어 봉수마을이라 불렀다. 90세대 중 32가구가 전입한 세대이다. 섬이지만 분지형태를 이룬 지형이라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이다. 마을 뒷산에 있는 '산바위'에 올랐던 마을 분이 떨어졌지만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기도 한다.
오문수
"이장님, 마을 인구현황을 말씀해주세요."
"예! 90세대 중 30여 세대가 외지에서 전입해왔습니다."
"아니! 전국 대부분 지자체가 인구소멸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30세대가 전입했다고요? 기사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 확실히 말씀해주세요."
"못 믿으시겠다면 내일 다시 취재하러 오셔서 확인하세요."
지난 5일,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가 열린 전남 여수시 돌산읍 둔전리 봉수마을을 취재한 후 글을 쓰기 위해 차운대 이장과 필자가 나눈 대화 내용이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이틀 후 다시 봉수마을을 방문했다.
차운대 이장을 만나 정확한 숫자를 물으니 정확히는 32세대였다. 봉수마을은 국도 17호선에 접하고 있으며 여수 동남쪽 13㎞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이다. 마을 뒤로는 봉화산(해발 318m)이 있고 마을 앞에는 와룡천이 흐르고 있다.
봉수마을은 전국에서 섬 크기가 10위인 돌산도에 있다. 돌산도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아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섬이다. 마을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둔전리는 분지형태로 생겨 돌산섬에서 바다가 안 보이는 게 특색이다. 왜구가 창궐한 시기에 이곳에 주둔했던 군인들은 평상시에는 농사를 짓고 전시에는 전투에 나갔던 곳이라 밭농사뿐만 아니라 논농사도 짓는 곳이다.
이장님을 만나기 전 마을회관에 들렀더니 나이든 할머니들이 "추운데 좀 들어오시라"고 재촉한다. 곽윤심(83세) 할머니에게 "봉수마을이 좋은 이유가 뭡니까?"하고 묻자 답변이 돌아왔다.
"공기 좋고, 물 좋은 동네입니다. 전에는 지하수를 먹었지만 지금은 상수도가 설치되어 수돗물을 먹어요. 서울 자식집보다 여그가 좋지라우. 옛날에는 머리에 이고 지고 여수까지 장보러 다녔는데 지금은 다리도 놔서 편한 세상이 됐지요. 전에 세상같으면 폴세 저 세상 갔지라우. 왜 이리 오래 사냐고요? 안 죽어진깨 살지요. 요새같이 좋은 세상에 죽기는 싫어요"
동네 인심을 확인한 후 이장님 차를 타고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나무에 둘러싸인 '춤추는 정원' 앞에 도착했다. '춤추는 정원'이란 팻말이 붙은 대문 위에는 '옴마니반메흠'글자가 붙어있어 예사롭지 않은 집이라는 걸 알았다. '옴마니반메흠'은 불교서적을 적은 산스크리트어에서 파생된 말로 '모든 죄가 사라지며, 공덕이 쌓이는 곳'이라는 의미다.
겨울이라 말라붙은 수국과 개나리가 둘러싸인 장독대 길을 내려가니 주인장 최미숙씨가 "어서 오세요"라며 반갑게 인사한다. 한의사인 남편은 여수시내 아파트에서 출퇴근하고 주말이면 이곳에 온다. 최미숙씨가 정원을 가꾸게 된 연유를 말했다.